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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집중해서 한 땀 한 땀…마음까지 화사하게 만드는 프랑스 자수

중앙일보

입력

유럽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보면 의자에 앉아 둥근 수틀에 색실을 수놓는 사람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이것의 정체는 유럽에서 발달한 서양 자수입니다. 흔히 프랑스 자수라고도 해요. 오랜 시간 여러 나라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에 그 기법만 수백 가지에 이릅니다. 내가 원하는 도안을 천 위에 옮기고 그 위에 수를 놓아 손수건·앞치마·장바구니·동전 지갑부터 액자용 작품과 인형까지 다양한 생활소품을 나만의 스타일로 장식할 수 있죠. 노윤채 학생모델과 이수정 학생기자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후아유네 프랑스자수를 찾아 후아유(본명 정다운) 선생님과 함께 프랑스 자수의 기초를 배우고, 관련 궁금증도 풀어봤습니다.

노윤채(왼쪽) 학생모델과 이수정 학생기자가 프랑스 자수의 기본 기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파우치를 장식했다.

노윤채(왼쪽) 학생모델과 이수정 학생기자가 프랑스 자수의 기본 기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파우치를 장식했다.

"프랑스 자수를 할 때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가요?" 수정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기본적으로는 수를 놓을 원단(패브릭)과 원단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수틀, 자수용 실·바늘, 쪽가위, 도안을 천 위에 덧그릴 때 쓰는 먹지와 연필·펜 등이 있어요"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 재료를 하나씩 놓으면서 답했습니다. "취재 전 프랑스 자수에 대해 찾아보며 수를 놓기 전 천 위에 도안을 그리는 걸 봤어요.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쉬운 도안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프랑스 자수에 쓰이는 재료들을 유심히 살피던 윤채 학생모델이 말했어요. "저는 창작을 하는 아티스트기 때문에 직접 도안을 그려요. 하지만 초보자들은 자신만의 도안을 그리는 게 쉽지는 않아요. 입문 단계에서는 수업을 듣는 곳에서 도안을 받거나 프랑스 자수 입문 서적 안에 첨부된 도안을 보고 따라 하는 게 좋아요."(후아유)

프랑스 자수하면 떠오르는 동그란 수틀은 나무와 플라스틱 등 여러 재질이 있다. 폭 10cm 정도 크기의 수틀이 한 손으로 잡기 좋다.

프랑스 자수하면 떠오르는 동그란 수틀은 나무와 플라스틱 등 여러 재질이 있다. 폭 10cm 정도 크기의 수틀이 한 손으로 잡기 좋다.

후아유 선생님은 프랑스 자수 초보자인 학생기자단을 위해 분홍색 꽃잎과 초록색 줄기를 가진 세 송이의 꽃 도안을 추천했습니다. 도안을 수놓을 원단 위에 옮기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되죠. 원단 위에 먹지, 도안 순서로 올리고 시침핀이나 테이프 등으로 가장자리를 고정한 뒤 연필이나 펜으로 도안을 따라 그리는 겁니다. 도안 그리기를 마쳤으면 수틀에 도안 부분이 나오도록 원단을 끼워요. 수틀은 크기도 다양하고 나무·플라스틱 등 여러 재질이 있는데, 한 손에 들고 수놓기 편한 폭 10cm짜리 나무 소재 수틀을 권했죠. 프랑스 자수용 수틀은 나사가 없는 작은 틀과 나사가 부착된 큰 틀, 두 개로 이뤄져 있어요. 작은 틀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원단의 겉면이 하늘을 바라보도록 올린 뒤 큰 틀을 끼워줍니다. 그리고 나사를 조이고 원단을 수틀 바깥쪽으로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들죠. "수틀을 사용해 천을 고정하면 수월하게 수를 놓을 수 있어요."(후아유)

 프랑스 자수 초보자들은 기본적인 스티치를 활용한 간단한 형태의 도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프랑스 자수 초보자들은 기본적인 스티치를 활용한 간단한 형태의 도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제 바늘에 자수실을 꿸 차례예요. 프랑스 자수용 바늘은 바늘귀의 크기에 따라 3~9호까지 있어요. 숫자가 작을수록 바늘귀가 큽니다. 예를 들어 3호는 5~6가닥을 꿸 수 있는 가장 큰 호수고, 9호는 1가닥을 꿰는 가장 작은 호수죠. 사용하는 실 가닥 수는 도안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늘은 꽃잎과 이파리 부분에 6가닥의 실을 사용할 거라서 3호 바늘을 쓸 거예요. 타래에서 실을 빼 50cm 정도 길이로 원하는 가닥 수만큼 잘라 줍니다. 바늘귀 왼쪽으로 실을 꿰 앞부분을 바늘귀 오른쪽으로 10cm 정도 빼주죠. 실을 반으로 접어 매듭을 지어 사용하는 일반적인 바느질과 달리 두 가닥의 실을 끼워 한쪽에만 매듭을 지어요. 바늘로 천의 앞면과 뒷면을 왔다 갔다 할 때 힘 조절을 잘해야 실이 빠지지 않아요. 또 여러 가닥의 실은 한 번에 바늘에 끼우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때는 물컵에 물을 받아두고 실의 앞부분을 적신 뒤 손가락으로 실을 모아주면 수월하게 바늘귀에 넣을 수 있답니다.

프랑스 자수는 여러 가닥의 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바늘귀에 실을 꿰기 어려울 때는 실의 앞부분을 물에 살짝 적셔서 손가락으로 모아준 뒤 꿰면 수월하다.

프랑스 자수는 여러 가닥의 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바늘귀에 실을 꿰기 어려울 때는 실의 앞부분을 물에 살짝 적셔서 손가락으로 모아준 뒤 꿰면 수월하다.

"꽃은 총 3개의 스티치 기법으로 이뤄져 있어요. 꽃잎과 잎 부분은 꽃잎이나 잎사귀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레이지데이지(lazydaisy) 스티치, 암술(꽃잎 정중앙) 부분은 동글동글한 매듭을 만들 때 쓰이는 프렌치넛(frenchnut) 스티치, 줄기는 도안의 윤곽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는 아웃라인(outline) 스티치예요. 모두 프랑스 자수 초보자들이 배워두면 좋은 기법이랍니다."(후아유)

먼저 초록색 실을 활용해 아웃라인 스티치로 꽃의 줄기를 만들어줍니다. 아웃라인 스티치는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만드는 기법인데요. 원단 뒷면에서 앞면으로 바늘을 뽑은 뒤 그 점에서부터 오른쪽으로 0.3mm 가서 바늘을 뒷면 쪽으로 넣어요. 0.3mm 길이 초록색 선이 만들어졌다면 그 반 정도 길이 만큼 왼쪽으로 되돌아가 바늘을 윗면 쪽으로 뽑아냅니다. 바늘이 나온 점에서부터 또다시 오른쪽으로 0.3mm를 가서 앞의 과정을 반복하면 한 땀 한 땀 스티치가 반씩 겹쳐지며 선이 이어지죠. 이걸 도안에 표시된 줄기를 다 채울 때까지 반복합니다. "아웃라인 스티치는 레이지데이지나 프렌치넛에 비해 좀 어려우므로 제가 도와줄게요." 윤채 학생모델과 수정 학생기자의 원단을 살피던 선생님이 말했어요.

후아유(왼쪽)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레이지데이지·프렌치넛·아웃라인 등 프랑스 자수의 기본 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후아유(왼쪽)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레이지데이지·프렌치넛·아웃라인 등 프랑스 자수의 기본 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뒤이어 분홍색 실로 꽃잎을 만듭니다. 꽃잎의 도안은 암술에 해당하는 원과 원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뻗은 8개의 직선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마치 태양을 그린 것과 흡사한 형태죠. 직선 중 하나를 골라 원과 직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수놓기를 시작합니다. 실을 꿴 바늘을 원단 뒷면에서 앞면 방향으로 뺀 다음 실이 빠져나온 자리에 앞면에서 뒷면 방향으로 바늘을 다시 집어넣어요. 이때 바늘귀에 꿰어진 실이 원단 앞면에 남아있는 상태로 두고 직선의 반대쪽 끝에서 바늘을 앞면 쪽으로 반쯤 빼 걸친 뒤 남겨뒀던 실을 바늘에 걸어서 고리 형태를 만듭니다. 이 상태에서 바늘을 위로 완전히 빼주면 타원형의 꽃잎 테두리가 탄생해요. 여기서 다시 바늘을 앞면에서 뒷면 방향으로 타원형의 꼭짓점에 꿰면 스티치 한 땀이 꽃잎 테두리를 꽉 붙잡고 있는 모양으로 탄탄하게 고정되죠. 이를 레이지데이지 기법이라고 하며 7번 더 반복해 8개의 꽃잎 테두리를 만듭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프랑스 자수의 기초를 지도한 프랑스 자수 아티스트 후아유.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프랑스 자수의 기초를 지도한 프랑스 자수 아티스트 후아유.

줄기 옆에 있는 이파리를 만드는 과정도 실이 초록색으로 바뀌는 것 외에는 똑같아요. 레이지데이지 기법으로 두 개의 이파리를 만든 뒤 원단 뒷면에서 마무리 매듭을 지어주면 되죠. 매듭은 바늘에 실을 1~2회 정도 감고, 이 부분을 한 손으로 눌러 잡은 뒤 다른 손으로 바늘을 잡아 빼고 남은 실을 자수 가위로 잘라주면 돼요.

수를 놓을 원단과 원단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수틀, 바늘과 원하는 색상의 실, 쪽가위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생활소품을 프랑스 자수로 장식할 수 있다.

수를 놓을 원단과 원단을 팽팽하게 잡아주는 수틀, 바늘과 원하는 색상의 실, 쪽가위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생활소품을 프랑스 자수로 장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흰색 실로 꽃잎의 중앙을 프렌치넛으로 채울 거예요. 이번에는 실을 3가닥 사용합니다. "원래 이때 귀가 작은 바늘로 바꿔야 하지만 초보자는 작은 바늘을 쓰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3호 바늘로 계속 진행할게요."(후아유) 원 모양 도안 정중앙에 뒷면에서 앞면으로 바늘을 빼고, 실을 바늘에 두 번 감아 돌립니다. 이후 앞서 바늘을 뺀 자리에 바늘을 꽂아 앞면에서 뒷면으로 빼주세요. 그러면 동글동글한 작은 점 모양이 원단 표면에 생겨나요.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꽃잎의 중앙이 점으로 이뤄진 동그라미가 되겠죠. "이때 사용하는 프렌치넛 스티치의 개수는 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원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채워 넣으면 됩니다."(후아유)

평평한 천 위를 수놓는 기본적인 프랑스 자수 기법에 익숙해지면 여러 스티치를 활용해 입체감 있는 표현도 가능하다.

평평한 천 위를 수놓는 기본적인 프랑스 자수 기법에 익숙해지면 여러 스티치를 활용해 입체감 있는 표현도 가능하다.

프랑스 자수는 손이 자주 가는 생활소품뿐만 아니라 인형, 액자와 접목시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프랑스 자수는 손이 자주 가는 생활소품뿐만 아니라 인형, 액자와 접목시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프렌치넛 스티치까지 해낸 소중 학생기자단. 다소 밋밋해 보였던 베이지색 패브릭 파우치에 어느새 3송이의 아름다운 꽃이 내려앉았어요. "자수하시는 분마다 선호하는 문양이 다른데, 저는 꽃자수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열심히 수놓기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선생님이 나사를 풀어 수틀을 파우치에서 분리하면서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은 요즘. 내 방 의자나 거실 소파에 앉아 프랑스 자수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 색깔의 실로 내가 아끼는 생활 소품을 한 땀 한 땀 수놓다 보면 울적했던 마음에도 화사한 기운이 감돌 거예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평소에도 자수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프랑스 자수를 직접 해봐서 좋은 경험이었어요. 또 질문을 통해 프랑수 자수에 대한 궁금증도 풀고 선생님의 생각이나 답변을 들어서 유익했어요. 공방에서 후아유 선생님께 배우기 전에는 많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쉽고 간단해서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어렵지 않았어요. 저 같은 초보자들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을 듯해요. 저는 파우치를 만들어봤는데 여러 생활 소품에도 프랑스 자수를 응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쓰임새가 많아서 취미로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요.

노윤채(서울 명덕초 5) 학생기자

바느질로 인형 옷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서, 프랑스 자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취재를 앞두고 기대가 컸어요. 막상 해보니 바느질과는 조금 달라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죠. 하지만 후아유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었어요.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를 놓다 보니 어느새 예쁜 작품이 완성돼서 뿌듯했어요. 간단한 스티치로도 귀여운 모양을 만들 수 있어서 인형 옷 만들 때도 유용할 것 같아요. 공방에는 선생님이 만드신 여러 종류의 작품이 있었어요. 특히 꽃을 수놓은 화려한 작품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다른 스티치를 더 배워서 작품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캐릭터를 멋지게 수놓아 액자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짧은 체험이었지만 간단한 기법으로 예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좋은 취미로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이수정(경기도 소하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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