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추위를 불사르며 피어나는 꽃, 동백

중앙일보

입력 2022.02.14 07:00

민족의 대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 지났습니다. 갑(甲)·을(乙)·병(丙)·정(丁)으로 시작하는 10간과 자(子)·축(丑)·인(壬)·묘(卯)로 시작하는 12지를 결합해서 60갑자가 만들어지는데 그중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라고 합니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사납고 용맹하며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왔지요.

음력 설도 지났겠다, 호랑이처럼 힘차게 올 한 해를 시작하려고 보니 바깥 날씨가 아직은 좀 춥네요. 올겨울에는 눈이 조금 적더니 2월이 되어서는 눈도 꽤 많이 옵니다. 며칠 따뜻해서 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또 추워지고 눈이 내리니 아직은 겨울이 확실하고, 봄은 더 멀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옷을 따듯하게 입고 잠깐 외출을 해보세요. 주택가 담장 아래 불그레한 잎으로 죽지 않고 겨울을 견디는 로제트식물도 있고, 낙엽 더미를 뒤적여 보면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듯한 키 작은 풀들도 보입니다. 자연은 조용히 어디선가 저마다 봄을 준비하고 있죠.
아직까지는 나무들 쪽에선 별 소식이 없습니다. 앙상한 가지를 보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잠시 쉬는 틈을 타 남쪽으로 여행을 와보니 아주 정열적으로 활짝 핀 꽃이 보입니다. 아무리 남쪽이라고 해도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있는데 벌써 꽃을 피우다니요. 정말 놀랍죠. 그 꽃의 이름은 동백이라고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동백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동백

동백나무의 학명은 'Camellia japonica'입니다. 영어로는 카멜리아(Camellia)라고 부릅니다. 같은 이름의 카페나 식당도 주변에 꽤 눈에 띕니다. 붉은빛의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강인함 또한 동백꽃이 주목받은 이유일 것입니다. 제주도를 비롯한 완도·부산·고창·군산 등 남쪽에 주로 자라고 있죠. 중부 내륙지방에도 자라긴 하는데요. 다만, 꽃은 3월 중순이 지나야 핍니다. 그러다 보니 곤충들이 깨어나 활동할 시기와도 만나게 되어 꽃가루받이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죠.
하지만 겨울에 피는 동백은 아직 곤충이 활동할 시기가 아니라서 꽃가루받이를 해줄 다른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이름도 동백과 비슷한 ‘동박새’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크기는 작지만 연녹색을 띠는 몸 빛깔이 아주 예쁘고 귀엽습니다. 겨울에 제주도나 남쪽 지역에 여행을 갈 일이 생기면 동백나무 숲에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꿀을 빠는 동박새를 관찰해 보세요. 처음엔 눈에 잘 안 띌 겁니다. 자세히 보아야 관찰할 수 있죠.
곤충과 비교해서 체격이 큰 새를 불러들이기 위해서 동백꽃은 꿀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주워서 뒷부분을 입에 대면 꿀이 꽤 나옵니다. 지기 전에는 더 많은 꿀이 있었겠지요. 꽃이 지고 난 뒤 씨앗으로 짜는 기름도 유명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갈라지고 안에 은행 씨앗 크기 정도의 씨앗이 3~4개씩 들어있어요. 그 씨앗을 이용해서 짜낸 기름을 ‘동백기름’이라고 하죠. 식물성 기름이며 올리브유의 주요 지방산 성분이기도 한 올레산이 많이 들어있어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줍니다. 식용도 가능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주로 피부에 바르거나 머리에 바르는 용도로 썼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동백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동백

소설가 김유정의 ‘동백꽃’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동백꽃은 앞서 소개한 동백과는 다릅니다. 남쪽에서 자라는 동백이 강원도에서 잘 자라기란 어려웠기 때문에 동백기름 역시 구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강원도에선 동백을 대체할 다른 식물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생강나무’였죠. 생강나무의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을 대신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동백나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동백꽃’ 소설에 나오는 동백이 흔히 알려진 그 동백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듯 조금만 관심을 갖고 알아보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아주 많죠.
다시 동백으로 돌아와서 그 잎을 관찰해 봅시다. 동백의 잎은 빳빳하고 반질반질하며 반짝반짝 빛이 나죠. 이런 잎을 가진 나무를 ‘조엽수(照葉樹)’라고 해요. 낙엽수보다 잎이 두껍고 겉면에 왁스층이 잘 발달해서 바닷가의 소금기에도 강하고, 겨울의 추위에도 강합니다. 그래서 잎이 뾰족한 침엽수가 아니어도 ‘늘푸른나무(상록수)’로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조금만 기다리면 추위가 물러가고 따듯한 봄이 올 겁니다. 강추위도 견디고 피어나는 동백꽃을 보면서 조금만 더 참아보도록 해요. 세상엔 잠시 견디고 기다리면 해결될 일들도 많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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