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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메타버스 국가 비전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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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의장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의장

메타버스란 단어가 대세다. 대선 후보들도 메타버스란 단어를 인용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기술 발전과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을 얘기하는 후보는 없다.

메타버스는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메타(Meta·초월)와 유니버스(Universe·우주)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결합한 디지털 가상 세계를 말한다. 미국 벤처기업 린든랩이 2003년 공개한 가상 세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이다.

입법·사법·행정 등 혁명적 변화
완벽한 보안기술도 확보해야

메타버스의 기반 기술은 가상(VR)·증강(AR)·혼합현실(MR)과 우주의 무한 공간, 차세대 웹 기술, 5G 네트워크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헬스·의료·사무·예술·국방·우주개발·교육·건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메타버스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이것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메타버스가 미래 사회를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꿀까. 재택근무는 출퇴근 교통지옥을 없애고, 배달과 온라인 구매로 요식업이 위축되고 안전사고는 줄어든다. 또 원격의료 확대, 입법·사법·행정의 형태 변화 등으로 사회 전반이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전시 작전 수립이 가능해진다. 가상 공간에 군인이 투입돼 모의 작전을 하면 실제와 유사한 결과와 데이터를 얻어 작전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다. 가상 전투를 벌여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인 만큼 우리는 이 흐름에 주도적으로 올라타야 한다.

온라인 생활은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나 팬덤 문화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메타버스 사회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에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메타버스 공간이 일상생활로 들어오면 국가나 정부기관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 정부는 스마트워크로 근무 형태를 바꾸고 혁신 기술로 대민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메타버스 정부의 가장 큰 선결 과제는 보안이다. 정부에서 처리하는 자료 자체가 보안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완벽한 보안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해킹을 방지하는 사이버 보안과 근무지에 대한 물리적 보안, 공무원의 보안 윤리가 모두 포함된다. 사회 환경과 경제적 기반의 변화는 정부와 국가 운영 체계 변화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국가’ 구축을 선포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는 미래 통찰력과 경제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이고 파급 효과가 큰 메타버스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교육·사회 기반 구축을 통해 가능하다. 메타버스 사회에 본격 진입하기 전에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가 메타버스 국가 개혁을 선도하면 5년 간 청년 디지털 일자리 200만 개를 포함해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디지털 산업 국내 생산 3000조원 창출, 2026년 디지털 수출 연 3000억 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 후보들은 메타버스 국가 개혁은 한 시대의 일시적 광풍이 아니라, 시대적 필연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바이러스 전쟁은 더욱 확대되고, 고령화 사회도 빨라지며 비대면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들 난제를 해결하려면 차기 정부는 메타버스 국가 준비위원회, 메타버스 조정위원회, 메타버스 부총리, 메타버스 국제외교특위 등을 구성해 준비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이 메타버스 국가 비전을 공약으로 제시하면 MZ세대들의 대선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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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