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척사대회’는 무엇을 하는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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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일은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이다. 정월 대보름에는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오곡밥을 먹는 등 여러 세시풍속이 있지만 특히 동네 사람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는 전통이 있다.

요즘 각 아파트에서도 자치회와 부녀회 주최로 어른들을 모시고 윷놀이를 하면서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행사를 하곤 한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거나 간소하게 치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행사를 여는 경우 아파트 게시판에 안내문을 붙이는데 거기에는 대체로 ‘척사대회’라고 적혀 있다.

‘척사대회’란 말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단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학생 등 나이 어린 사람들은 무슨 말인가 하고 궁금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보면 ‘척사대회’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질문이 꽤 올라와 있다.

‘척사’가 혹시 새해를 맞아 무슨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자(斥邪) 하는 놀이쯤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한말 사악한 것(외세)을 물리치자는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을 배운 사람이라면 ‘척사’에서 이러한 의미를 생각해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척사대회’의 ‘척사’는 윷놀이의 한자어일 뿐이다. ‘척사(擲柶)’의 ‘척(擲)’은 던지는 것을, ‘사(柶)’는 윷을 뜻한다. ‘척사’ 즉 윷놀이는 부여(夫餘) 시대에 다섯 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누어준 뒤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척사’는 요즘엔 어려운 말이다. 굳이 ‘척사’란 말을 쓰고 싶다면 ‘척사(윷놀이)대회’라 표기하면 어떨까 한다. ‘윷놀이(척사)대회’라고 하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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