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연봉 날렸다"…150% 수익률→-30% '재테크 빙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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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37)씨는 요즘 재테크의 ‘재’자만 들어도 화가 치솟는다. 저조한 투자 성적 때문이다.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현대차·삼성SDI 같은 국내 대형주에 5000만원가량 투자했지만 최근 주가 급락에 평균 수익률이 -34%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겨우 장만한 아파트도 불안하다. 7억4000만원대에 산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전용면적 59㎡(24평) 아파트값이 7억원으로 떨어졌다. 최씨는 “한두 달 새 1년 연봉을 까먹었다”며 “주식도, 부동산도 상투를 잡은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주식에 1억원을 투자한 직장인 김모(37)씨의 성적도 참담하다. 지난해 바이오주 중심의 투자로 한때 150%를 넘어선 수익률이 최근 -30%로 수직 낙하했다. 김씨는 “갑작스러운 하락에 손쓸 틈 없이 손실이 커졌다”며 “추가 자금 투입도 어려워 오를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속이 쓰린 건 공공기관에 다니는 이모(40)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3종에 28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중 1500만원은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마련했다. 하지만 지금 수익률은 -40%대를 맴돈다. 이씨는 “오르는가 싶으면 떨어지고, 떨어질 땐 폭락을 반복해 계좌가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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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빙하기’가 닥쳤다. 자산시장에서 투자 원금을 지키지 못한 ‘패잔병’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잘나가던 주식시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반납했고, 암호화폐·부동산시장도 하락기로 접어들었다. 주요국의 ‘긴축 공포’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린 탓이다.

2020~21년 자산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시중에 넘쳐난 돈이 이제 말라간다는 뜻이다. 자산시장의 대표 격인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국 긴축 정책 확산…“코스피 2500까지 밀릴 가능성”

전고점 대비 17% 하락한 코스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고점 대비 17% 하락한 코스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스피는 지난 11일 2747.71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7.7% 하락했다. 지난해 고점(3305.21)에 비하면 16.9% 낮다. 코스닥 지수의 올해 하락률은 15.1%에 달했다.

암호화폐도 급락세다. 지난해 12월 31일 5678만원 선(업비트 기준)이던 비트코인은 13일 5180만원대(오후 5시 기준)로 8.8% 내렸다. 지난해 11월 8일 기록한 최고가(8140만원)보다 36%가량 하락했다. 이더리움(-20.6%)의 올해 수익률도 처참했다. 익명을 원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 하락은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란 우려 탓”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도 하락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트코인도 하락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공 행진하던 집값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2020년 5월 이후 1년8개월 만의 약세다. 이후 3주 연속 같은 폭의 내림세를 지속했다. 실거래가도 주춤해졌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85㎡(33평)는 지난달 24일 21억64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23억~25억원 선)보다 2억~3억원가량 내려갔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흔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도권 아파트값도 흔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산시장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국의 긴축 정책이 이제 첫발을 떼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2500까지 밀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긴축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식 등 위험자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거시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해 (암호화폐 시장이) 횡보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이) 상반기 약보합세를 보이다 하반기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산시장을 떠나는 건 섣부를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 때 시장 발작 현상은 항상 있었다”며 “현 상황에서 자산시장 폭락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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