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18일째…누가 수사할지도 못 정한 '수사 무마 의혹'

중앙일보

입력 2022.02.13 16:41

업데이트 2022.02.13 17:35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 총 5건의 고발이 접수됐지만, 어떤 수사 기관이 사건을 맡아 진행할지 13일 현재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첫 고발장이 접수된 지 3주 가까이 ‘수사 무마 의혹’ 수사가 첫발도 못 뗀 것이다. 대선 직전 특정 후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수사 기관이 의도적으로 수사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박은정 성남지청장. 중앙포토

박은정 성남지청장. 중앙포토

중앙지검·수원지검 어디서 수사할지 못 정해

박 지청장에 대한 첫 고발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접수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사건을 반부패강력수사2부에 맡겼다. 뒤이어 수원지검에도 고발장이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도태우 변호사가 박 지청장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고,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동일한 고발장이 접수된 경우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 한쪽에서 맡는 게 일반적이다. 중앙지검은 수원지검에 사건을 넘기는 방안을 열어 두고 검토 중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고발장 접수 시기가 하루 이틀 차이라 누가 먼저 접수했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며 “사건을 맡은 주임검사가 부장검사라 수사팀 내부 이견은 없다. 고발장에 적힌 피고발인 명단, 주소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법조계에선 신성식 수원지검장의 친(親)정부 성향을 들어 중앙지검이 박 지청장을 수사해야 공정성 시비가 덜할 거라는 견해가 나온다. 앞서 신 지검장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수사 무마 의혹’ 진상조사를 지시했을 때 의혹의 당사자인 박 지청장의 의견이 반영된 보고서를 그대로 보고해 진상 규명과 거리가 먼 행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발인 중 한 명은 “최근 수원지검장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공정함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을 방문했다. 2022.02.03 중앙포토

국민의힘 의원들이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을 방문했다. 2022.02.03 중앙포토

공수처도 고발장 3건 접수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지도 변수로 꼽힌다. 공수처에도 지난 3일부터 박 지청장을 향한 고발장 3건이 쌓였다. 박 지청장이 고발된 직권남용 혐의 등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수처도 직접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갈 수 있지만,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5~2017년 네이버·두산건설·농협·분당차병원·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 등 6개 기업이 160억원 후원금을 성남FC에 내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으로부터 각종 인허가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분당경찰서는 증거 부족 불송치 결정을 내렸는데 고발인 이의신청으로 지난해 10월 검찰 성남지청으로 넘어왔다.

일선 수사팀은 “경찰 수사가 부실하니 보완수사를 요구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박 지청장은 “직접 기록을 검토하겠다”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게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이다. 박 지청장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특정 후보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언급되는 것에 검찰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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