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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2천→60만 빵 터졌다, 핑크머리 '소통왕 꽉윤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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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곽윤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꽉잡아윤기. 베이징올림픽 최고스타 곽윤기는 팬들의 마음을 꽉 잡고 있다. [사진 ]

곽윤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꽉잡아윤기. 베이징올림픽 최고스타 곽윤기는 팬들의 마음을 꽉 잡고 있다. [사진 ]

“제가 유튜브를 운영하다 보니 눈치가 빨라 졌어요. 이걸 팬들이 궁금해 하시겠다 싶어서 해봤죠. 하하.”

13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 보조링크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한국 남자 쇼트트랙 곽윤기(33). 장안의 화제인 ‘핑크머리 곽윤기 뒷선수 시점’ 영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전날 국내 온라인에서는 ‘곽윤기 뒷 선수 시점’이라는 네티즌이 그린 그림이 화제였다. 핑크색 머리의 곽윤기가 지난 11일 남자 계주 5000m 준결승에서 고개를 숙여 가랑이 사이로 뒤를 확인한 걸 패러디한 거다. 네티즌들이 ‘빵’ 터지며 ‘밈’으로 확산됐다. 분홍색 머리의 토이스토리 트롤 인형을 거꾸로 찍은 사진도 등장했다.

남자 쇼트트랙 곽윤기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곽윤기 뒷선수 시점’에 유쾌하게 반응했다.[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남자 쇼트트랙 곽윤기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곽윤기 뒷선수 시점’에 유쾌하게 반응했다.[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한 국내 네티즌이 ‘곽윤기 뒷선수 시점’이라며 재미있는 그림을 올렸다. 분홍색 머리의 토이스토리 트롤 인형이 거꾸로 찍힌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한 국내 네티즌이 ‘곽윤기 뒷선수 시점’이라며 재미있는 그림을 올렸다. 분홍색 머리의 토이스토리 트롤 인형이 거꾸로 찍힌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곽윤기가 이걸 재연하고 후배 김동욱이 뒤따라가며 영상을 찍었다. 곽윤기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며 “다들 그만..”이란 글을 남겼다. 팬들이 “뒤에 있는 상대 선수는 약 오르겠다”, “뒤에 있으면 눈 정화되고 좋겠다. 곽윤기 잘생겼잖아”, “개그맨인데 운동선수인 척 하는거죠?”라며 재미있어 했다. 곽윤기는 한 술 더 떠 “이거 웃긴 거 아냐”란 댓글로 유쾌하게 받아쳤다.

이쯤 되면 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 퀸' 김연아, 2018년 ‘안경선배’ 김은정 급 인기다. 베이징올림픽 최고 스타는 ‘깝윤기’ 곽윤기다. 딱 한 경기(남자 5000m 계주 준결승)만 출전했는데도 임팩트가 엄청나다.

곽윤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의 구독자는 폭증했다. 유튜브를 제작하는 브리온컴퍼니의 ‘정똘 PD’는 “2019년 8월 채널을 개설했을 때 구독자가 고작 1996명이었다. 올림픽을 가기 전에는 16만명이었는데, 현재 노출된 건 57만명, 실제로는 60만을 넘었다. 올림픽 전후로 4배 정도 는 셈”이라고 전했다.

2019년 8월 유튜브 개설 당시 구독자는 2000명이 안됐다. [사진 브리온컴퍼니]

2019년 8월 유튜브 개설 당시 구독자는 2000명이 안됐다. [사진 브리온컴퍼니]

곽윤기는 “(구독자가) 55만명이 넘었어요. 미쳤어요. 숙소에서도 다들 말이 안된다고”라며 어안이 벙벙했다. 이어 “스포츠 현역 선수 중 배구 김연경 선수 다음으로 높은 것 같다. 김연경 선수는 작년 도쿄올림픽 전후로 50만에서 130만명이 됐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곽윤기는 “오히려 전 솔직히 ‘더 열심히 하라는 신호탄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제 눈에 수치로 국민들이 이만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보이니까. ‘진짜 제대로 해야 되겠다’라고 리마인드하고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곽윤기 유튜브의 ‘인라인 배우러 온 초보자가 쇼트트랙 국가대표라면? 몰카’ 조회수는 620만회에 달한다. ‘네덜란드 선수들과 함께한 오징어게임 달고나 뽑기게임’ 조회수도 250만회다. 곽윤기는 “작년 월드컵 때 선수들을 직접 섭외해 찍은 영상이다. 우리끼리 너무 잘 지내는 친구들이다. 당시 ‘오징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라서 ‘이거 한 번 해볼래’ 했는데 한국 문화를 좋아하더라”며 웃었다.‘정똘 PD’는 “작년 월드컵 때 외국인 선수들과 딱지치기하며 우승자에게 한복을 선물한 영상도 조만간 공개 예정이다. 곽윤기 선수가 미리 한복을 알렸다”며 웃었다.

곽윤기가 작년 월드컵 때 네덜란드 선수들과 함께 오징어게임 달고나 뽑기게임을 한 모습. [사진 브리온컴퍼니 제공]

곽윤기가 작년 월드컵 때 네덜란드 선수들과 함께 오징어게임 달고나 뽑기게임을 한 모습. [사진 브리온컴퍼니 제공]

쇼트트랙 대표팀 후배 박장혁(24)은 “사실 형이 대표팀 들어오기 전까지는 ‘운동 시간에 왜 유튜브를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윤기 형이 ‘개인을 위해서가 아닌 쇼트트랙을 알리려는 취지’라고 했다. 옆에서 많이 지켜보면서 너무 진심으로 느껴지고, 너무 공감이 됐다. 그 이후로는 많이 도와 드리려고 한다. 꾸준히 활동해서 대형 유튜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곽윤기는 “아~ 보람차구만~”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팬들의 마음을 꽉잡은 곽윤기의 매력은 뭘까. 곽윤기는 지난 11일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 마지막 주자로 나서 극적으로 인코스를 추월하며 결승행을 이끌었다. 크게 포효하는 곽윤기의 모습에 팬들의 속도 뻥 뚫렸다.

별명 ‘깝윤기’답게 ‘끼’가 넘친다. 지난 4일 개회식 기수로 나서 앙증맞은 발 놀림을 보여줬다. 또 곽윤기는 “중국 선수들과 스치기만해도 페널티 처분을 받을 것 같다”는 ‘사이다 발언’으로 팬들을 속시원하게 해줬다. 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 ‘핵인싸(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다. 그의 AD 카드(등록카드) 목줄에는 각국 선수들과 교환한 배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방배정도 사다리 타기로 정했다. [사진 브리온컴퍼니 제공]

곽윤기는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방배정도 사다리 타기로 정했다. [사진 브리온컴퍼니 제공]

베이징올림픽 선수촌 방배정을 사다리 타기로 정하는 ‘민주적 방식’에 팬들도 열광했다. 선수촌에서 설날을 맞아 후배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영상도 화제였다. 1989년생 맏형 곽윤기는 11살 차이가 나는 2000년생 이준서(22)와 격 없이 소통한다. 30대에도 핑크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곽윤기는 자기를 “삼촌이라 불러라”고 한다. 정똘 PD는 “유튜브 영상에 ‘이 시대에 적합한 리더상’이란 댓글이 달렸다. 노장이라고 강압적으로 하는 것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소통하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게 윤기 선수의 매력”이라고 했다.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넘어져 손을 11바늘 꿰맨 박장혁은 “계주는 팀 경기라서 민폐 끼칠까봐 형과 동생들에게 빠져야겠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윤기 형이 옆에서 ‘역할을 못해도 내가 해줄게’고 말해줘 멘탈을 잡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 시대가 원하는 ‘맏형’의 모습이다.

‘정똘 PD’는 “곽윤기 선수는 팬들과 소통하고 교류 하는 걸 중요시한다. 거리에서 팬들이 알아보면 얼마든지 사진을 같이 찍고 사인도 해준다. 또 예전에 재미교포 앤드류 허(미국) 선수에게 전략을 조언해줬는데, 그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적이 있다. 샤를 아믈랭(캐나다) 등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소통한다”며 소통왕 곽윤기가 인기 비결을 전해줬다. 팬들은 베이징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은 곽윤기가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면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 이상을 모은 채널 운영자에게 주어지는 ‘골드버튼’도 받을 기세다. ‘유튜브 골드버튼를 받을 확률(70만8000분의 1)’이 ‘올림픽 금메달 획득 확률(66만7000분의 1)’보다 어렵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곽윤기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곽윤기가 1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곽윤기는 작년 5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골드(금메달)-골드(골드버튼)’를 모두 잡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곽윤기는 13일 “원래 금메달과 골드버튼을 두고 고민했는데, 한 개만 해야 한다면 고민할 게 없다. 앞으로 골드버튼을 못 받아도 되니까, 금메달을 너무 너무 바란다”고 했다. 맏형 곽윤기가 이끄는 한국은 16일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남자 계주 5000m 금메달을 다툰다.

올림픽에 삼 세 판 도전한 곽윤기는 아직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박장혁은 “계주에서 형의 올림픽 금메달 한을 풀어 드리고 싶다. 팀 목표를 이루고 마지막에 다 같이 울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자, 곽윤기는 “말만 들어도 울컥하네. 펑펑 울 거 같다. 진짜로 와~”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곽윤기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옛날에 팬 분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노장은 죽는 게 아니라 영롱한 향기로 다시 태어나는거다. 그 말을 이루고 싶어요. 국민들에게 영롱한 향기로 진정한 꽃으로 남고 싶습니다.”

▶베이징 최고 스타 곽윤기

-유튜브(꽉잡아윤기) 구독자: 1996명(2019년)→16만명(올림픽 직전)→60만명 돌파(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8000명(올림픽 전)→25만1000명(현재)

-‘핑크머리 곽윤기 뒷선수 시점’ : 분홍색 머리 인형 등 밈처럼 유행

-2014년 소치 피겨 김연아, 2018년 평창 컬링 김은정급 인기

▶곽윤기 출구 없는 매력은?

①본업에 충실: 5000m 계주 준결승 마지막 주자로 인코스 추월

②팬들과 소통: ‘뒷선수 시점’ 직접 영상 찍어 올리며 유쾌하게 반응

③사이다 발언: “중국 스치기만해도 페널티 받을 것 같다”

④후배와 격 없이 소통: 사다리 타기로 방배정

⑤외국선수와도 소통: 네덜란드 선수와 달고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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