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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선거 현수막·공보물 배출할 탄소는…일회용 컵 5억개 분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선거가 끝난 뒤 수거돼 쌓여있는 선거용 현수막들. 사진 녹색연합

선거가 끝난 뒤 수거돼 쌓여있는 선거용 현수막들. 사진 녹색연합

약 2~3주만 쓰이고 사라지는 종이·현수막 등 선거 홍보물이 온실가스를 대거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연달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만 일회용 컵 5억개 이상 쓰는 것과 맞먹는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행법상 후보자들이 당선을 위해 뛰는 공식선거운동은 선거 직전 2~3주 정도 이어진다. 이 기간 선거 벽보는 건물 외벽, 아파트 담장 등에 붙는다. 후보자 정보 등을 담은 선거 공보물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가정으로 발송한다. 각 후보 선거운동을 위한 현수막은 읍·면·동 수의 두 배 이내로 게시할 수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당시 서울 시내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당시 서울 시내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뉴스1

그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막대한 양의 자원이 투입된다. 2017년 19대 대선에선 투표용지와 선거 공보·벽보를 합쳐 5000여t의 종이가 사용됐다. 종이 공보물만 4억부 제작됐고, 현수막은 5만2000여장이 쓰였다. 다음 달 열리는 20대 대선에선 현수막이 5년 전의 두 배 이상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선거 홍보물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녹색연합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지침에 근거해 이번 대선 선거 홍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했더니 7312t이었다.

지자체장과 지방 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 지방선거엔 더 많은 종이와 현수막이 사용된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선거 공보·벽보용으로 쓰인 종이만 1만5000t 가까이 된다. 현수막 사용량도 13만8000여장에 달한다. 이 당시 선거 홍보물로 배출된 온실가스 추정치가 2만772t으로, 올 6월 열릴 지방선거도 비슷한 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발송된 종이 형식의 선거 공보물이 폐지함에 담겨있다. 사진 녹색연합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발송된 종이 형식의 선거 공보물이 폐지함에 담겨있다. 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에 따르면 올해 두 번의 큰 선거에서만 약 2만8084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 5억4000만개를 썼을 때 나오는 온실가스양과 같은 수준이다. 선거 발(發) 탄소를 30년 된 소나무 308만6000여 그루가 1년 내내 흡수해야 하는 셈이다.

선거 홍보물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쓰레기로 바뀐다. 집에 온 선거 공보물은 봉투조차 개봉하지 않은 채 폐지 수거함으로 직행하곤 한다. 수거된 현수막은 매립지나 소각장 등으로 향한다. 특히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터가 주성분이라 매립해도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그나마 대안으로 제시되는 재활용도 25% 수준(21대 총선)에 그쳤다.

서울 구로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분리 선별하는 모습. 뉴스1

서울 구로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분리 선별하는 모습. 뉴스1

녹색연합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 홍보물로 인한 폐기물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전 전자형 공보물을 신청한 유권자에겐 온라인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디지털 약자나 종이 공보물을 원하는 시민에게만 현재 방식의 종이 공보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오염을 일으키는 선거 현수막은 사용을 원천 금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봤다. 선거 사무소 건물·담장에 거는 현수막도 규격이나 매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선거 기간에 쏟아지는 선거 홍보물 처리는 분리배출, 재활용으론 한계가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선거로 인한 폐기물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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