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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농락한 '바퀴벌레 모텔'…공정위, 넷플릭스에 칼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과태료를 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이른바 ‘다크패턴’(소비자유도상술)에 대해 본격 제재에 나서면서다. 멤버십 가입은 쉽게 하면서도 해지는 어렵게 하거나 법적 환불 요건을 지키지 않은 5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가 제재를 받는다.

현행법상 7일 내 전액 환불해줘야

13일 공정위는 구글·넷플릭스·KT·LG유플러스·웨이브 등 5개 OTT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태료 총 195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에 대해 과태료나 과징금 부과라는 제재를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모두 플랫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법에 따른 환불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지옥' 체험존의 넷플릭스 로고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지옥' 체험존의 넷플릭스 로고 모습. 연합뉴스

특히 구독은 쉽게 할 수 있게 하면서도 해지는 어렵게 한 행위에 제재가 내려졌다. 공정위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이 같은 행위를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구독 해지는 버튼 찾기도 어렵다”는 불만이 여러 차례 제기돼온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조사에 나섰다는 풀이가 나온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동영상 같은 디지털 콘텐트를 구매하고 이를 시청하지 않았다면 7일 이내에 언제든지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구글과 넷플릭스는 ‘계약체결 이후엔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다’고 소비자에게 고지해왔다. 유튜브·넷플릭스 등은 모두 월 단위로 서비스 요금이 부과되는데 일단 서비스 신청을 하면 1달이 지나야만 취소가 가능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글 700만원, 넷플릭스 350만원, 웨이브 등 다른 3개 OTT엔 각각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동일한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은 과징금 부과가 법적으로 불가능해 처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돈 내긴 쉬운데, 해지는 전화해야 

KT·LG유플러스·웨이브는 구독 해지를 어렵게 한 행위까지 적발됐다. KT는 '올레tv모바일‘, LG는 ’유플러스모바일티비‘라는 OTT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들은 가입은 간편하게 가능하게 하면서도 계약 해지는 어렵게 만들었다. KT와 LG의 경우 청약철회를 하려면 소비자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만 했다. 고객정보 접근 제한 등을 온라인 청약철회 불가 사유로 들었다.

웨이브 역시 청약철회 버튼이 따로 없이 고객센터 신청을 통해서만 해지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반면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하고 결제할 때는 별도의 전화 없이 온라인이나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졌다.

다크패턴과의 ‘전쟁’ 나선 경쟁당국

다크패턴(소비유도상술) 주요 사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공정거래위원회]

다크패턴(소비유도상술) 주요 사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공정거래위원회]

이는 전형적인 다크패턴 중 하나다. ‘바퀴벌레 모텔’ 유형으로, 바퀴벌레가 있는 허름한 모텔의 벌레유인용 덫처럼 들어가기는 쉽고 나가기는 어렵게 설계됐다는 뜻이다.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최종 결제단계에서 표시하거나 곧 재고가 소진된다고 알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 역시 다크패턴의 일종이다.

다크패턴에 대한 대응은 전 세계 경쟁당국이 고민하는 주제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국 경쟁당국이 참여한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다크패턴 유형과 소비자 피해사례, 예방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영재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대형 플랫폼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크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각종 다크패턴에 대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엄정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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