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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인가 예술인가…‘非의료인 타투’ 문제, 인권으로 타래 풀릴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타투(tattoo·문신)이스트 등 비(非)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두고 30년간 이어져 온 문제의 타래가 ‘인권’으로 풀릴 가능성이 생겼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 문제를 정책과제로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3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타투 오픈베타서비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타투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1월3일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타투 오픈베타서비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타투 스티커를 보여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인권위가 이 사안에서 인권 침해 소지 등을 인정해 현행법 제·개정 및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향후 법원 판결 및 국회 입법 등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3~4개월가량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며 아직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아니다”며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면 권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 “타투는 불법”…30년간 달라져 온 사회 시각

 지난 1992년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해석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타투를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작업자의 실수로 진피(眞皮)를 건드릴 수 있고, 문신용 침으로 인한 질병의 전염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대법 판결 이후 30년이 흐르면서 타투에 대한 사회의 시각도 달라졌다. ‘타투 합법화’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으며 여론 또한 긍정적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00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는 타투 합법화 취지를 담은 ‘타투업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20대(81%)와 30대(64%)·40대(60%) 과반 이상이 찬성했다.

지난해 6월1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타투 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1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타투 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성화 여부 결론 내릴 때 임박”…의료계는 반대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문신 등 신체예술 관련 미국의 법제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는 “우리나라는 시술자 35만명(문신 5만명, 반영구화장 30만명), 이용자 1300만 명으로 추정될 만큼 문신 행위가 대중화돼 가고 있고 사회적 수용성도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며 “문신 등 시술 행위의 양성화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가 임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보건위생상의 안전 및 문제 발생 시 대응 등에 대한 우려도 계속 있다. 의료계에서는 시술 부위의 세균 감염에서부터 염증 반응이나 알레르기, 피부질환 등의 위험이 있다며 타투 합법화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타투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지난해 5월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지난해 5월2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 1심 재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인권위 판단, 법원 판결 등에 영향 미칠까…“근거될 듯” 

법원은 그간 대법 판례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타투이스트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북부지법은 김 지회장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지회장은 10일 통화에서 “법원에서도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고려한 판결을 내리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권위의 정책권고 등이 있다면 사법부의 향후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인권 침해 소지 등을 인정해 정책권고나 의견표명 등의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 판결에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하급심에서 대법 판례에 배치되는 판결을 내리려면 여러 근거가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려면 인권위의 판단이 사정변경 등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지회장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의료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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