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전면번호판 공약…경찰은 단속 어렵다고 한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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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전문기자의 촉: 명찰 효과와 단속 실효성  

 서울의 한 도로에서 배달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고 있다. [사진 서울 용산경찰서]

서울의 한 도로에서 배달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고 있다. [사진 서울 용산경찰서]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경쟁적으로 여러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로 대립하는 내용도 있지만 개중에는 유사한 것도 있는데요.

 '오토바이 전면번호판 부착 의무화'가 그중 하나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앞번호판 부착 전면 의무화를, 윤석열 후보는 영업용 오토바이부터 단계적 의무화를 생활 밀착형 공약의 하나로 약속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배달오토바이를 중심으로 신호위반, 인도 주행, 주행선 침범 같은 이륜차의 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과 분노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토바이 전면번호판이 법규위반을 줄일 방안으로 거론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현재 경찰의 무인단속카메라는 전면번호판만 인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뒷번호판만 있기 때문에 무인단속카메라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오토바이의 앞에도 번호판을 달면 단속이 가능할 거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현행 무인단속카메라는 전면번호판만 인식 가능하다. [중앙일보]

현행 무인단속카메라는 전면번호판만 인식 가능하다. [중앙일보]

 또 한가지는 교복에 붙이는 '명찰'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고 다니면 아무래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는 얘기인데요.

 한 교통 전문가는 "앞에도 번호판을 붙이면 위반행위 때 오토바이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자도 단속을 우려해 보다 조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오토바이의 전면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법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면번호판이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전면번호판을 달더라도 오토바이가 갓길이나 인도 또는 무인카메라의 단속센서가 없는 사각지대로 달리면 사실상 위법행위 적발이 안 된다는 겁니다.

 현행 무인단속카메라는 보도 바닥에 깔린 단속센서를 통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차량이 그 위를 통과해야만 단속이 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상업용도로 운행 중인 오토바이 상당수가 전면번호판 부착이 어려운 구조라고 하는데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14종의 배달용 오토바이 모델에 대해 전면번호판 부착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10종은 부착이 힘들다고 합니다.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는 배달오토바이. [뉴스1]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는 배달오토바이. [뉴스1]

 겨우 4종만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설치 각도나 위치, 크기가 다 제각각이라고 하는데요. 이러면 유사시 단속이나 식별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백만 대가 넘는 오토바이에 전면번호판을 부착하는 것 역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우리보다 앞서 앞과 뒤에 모두 번호판을 달도록 했던 중국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2014년부터는 전면번호판을 폐지했다고 합니다. 충돌 사고 때 전면번호판으로 인해 보행자의 부상위험이 커지는 문제도 지적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면번호판을 사용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 일부 국가 뿐입니다. 오토바이 천국이라는 베트남도 후면번호판만 부착합니다.

 이처럼 전면번호판 부착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오토바이의 무분별한 위법행위를 그냥 방치할 수만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후면번호판을 촬영해 위반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단속카메라 도입입니다. 경찰청과 국토부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과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개발을 완료하고 현장실험까지 마쳤다고 하는데요.

 카메라 2대 중 한대가 통과하는 오토바이와 일반차량의 후면번호판을 일단 모두 촬영한 뒤 AI가 전방단속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을 분석해 법규 위반을 발견하면 이미 촬영한 후면번호판과 대조해 위반차량을 가려내는 방식입니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단속이 오토바이 법규 위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뉴스1]

강력하고 효율적인 단속이 오토바이 법규 위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뉴스1]

 단속 범위가 기존 카메라보다 넓어 사각지대가 적은 데다일반차량뿐 아니라 오토바이 단속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현장실험 결과, 단속 정확도가 90%를 넘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조만간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10여 곳에 새로 개발된 카메라를 설치해 시범 운영할 거라고 하는데요. 1년간 운영해 효과를 분석한 뒤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법규 위반을 줄이는 건데요. 자발적으로 법규를 지키는 게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가능한 한 많이 위반을 단속해서 불법을 막아야만 합니다.

 아마도 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전면번호판 의무화가 논의될 텐데요. 국민감정 못지않게 단속과 정책의 실효성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배달오토바이의 법규위반 실적을 모아서 사실상 원청업체인 배달의 민족, 요기요와 대형 배달대행업체인 부릉, 생각대로, 바로고 등에도 공동책임을 묻는 제도적 방안도 강구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배달오토바이의 법규 위반과 이들 업체의 운영방식·규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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