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에 "앞잡이" SNS 쪽지폭격…지지선언 셀럽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13 05:00

업데이트 2022.02.13 15:17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가수 이은미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가수 이은미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3·9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으면서 주요 대선 후보의 캠프에는 연일 지지 선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후보 이름으로 발급되는 선거 조직 임명장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 11일에는 문화예술인 1만100명과 5810명이 각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이재명 후보 지지에 공개적으로 나선 연예계 인사는 배우 김가연·김규리·김의성·박혁권, 기타리스트 신대철, 작곡가 윤일상 등이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은 배우 독고영재·정동남, 가수 김흥국 등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과거 대선 때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전력이 있거나 이미 정치적 목소리를 내오던 사람이다. 게다가 그 숫자도 아직까진 많지 않다. 이번 대선에선 누구나 이름을 듣거나 얼굴을 보면 알 만한 ‘셀럽’(유명인)이 지지 선언을 하는 모습이 유독 뜸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대선과 대조적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는 셀럽이 몰려들었다. 대선 두 달 전 부산에서 열린 당시 문 후보의 북콘서트에는 방송인 김미화, 가수 강산에·박기영, ‘미생’을 그린 만화가 윤태호 등이 참석했고, 민주당 경선 때부터 ‘코끼리 감독’ 김응용, 가수 이은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영화감독 장진 등이 참여했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가수 이승환, 작곡가 김형석·윤일상 등도 공개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둑 선수 이세돌은 찬조 연설을 했다.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가수 전인권, 권투선수 장정구·김광선 등이 힘을 보탰다.

탄핵 여파로 인해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는 별다른 셀럽이 없었다. 하지만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연예인이 상당히 몰렸다. 배우 송재호·박상원, 가수 김흥국·설운도·현미 등 100여명의 연예인이 유세단을 꾸려 도왔다. 박근혜 당시 후보의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 격투기 선수 최홍만 등도 후보와 함께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배우 김의성.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배우 김의성. 중앙포토

왜 이번 대선에선 셀럽의 지지 행렬이 길지 않을까. 가장 간명한 해석은 “셀럽 입장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득보다 실이 앞서게 됐을까.

우선 거론되는 건 ‘역사적 교훈’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 연예계에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몰아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조직적인 배제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로 거론된 인사 상당수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보수 정부의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분류됐던 인사 중 상당수가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되거나 TBS 등에서 라디오 DJ 등으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곡절을 겪은 만큼 셀럽들이 쉽사리 대선 전면에 나서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장은 “다른 직종에선 자발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분들이 많지만 연예인들은 많지 않다”며 “연예인들이 과거에 차별을 많이 겪어서 지지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문원 대중문화 평론가는 “연예인의 특정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이 줄어든 데는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극단화되고 첨예한 갈등이 늘다 보니 정치인 누구를 지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명해도 반대 측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게 돼 연예인이 의견 표명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한 배우 김의성에게는 “좌빨 앞잡이”, “니 XX XX도 찢어봐야 정신차리지 X자식” 등의 인스타그램 DM(쪽지)이 쏟아졌다고 한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일각에선 이번 대선이 ‘비호감의 대선’으로 규정될 정도로 대선 후보들의 대중적 호감도가 낮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중의 관심과 호감이 직업적 역량과 직결되는 연예인이나 셀럽 입장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에게 편승해봐야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문화계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산업 매출 규모는 2014년 3조8492억원에서 2020년 7조8594억원으로 6년 만에 104.2% 성장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6%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문원 평론가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성장해 민간 부분이 워낙 커졌기 때문에 정부에 줄을 서서 뭔가를 얻을 게 있을 정도의 연예인이라면 일반 대중이 이름을 알 수 있는 정도의 연예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셀럽이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해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셀럽 효과’가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비해 셀럽 문화가 발달하고 대중문화산업 규모가 큰 미국에선 2016년 대선 때 ‘셀럽 효과’의 한계를 경험했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은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로페즈, 엠마 스톤, 크리스 에반스 등 수많은 셀럽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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