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 논란 '인간 이재명' 총괄 따로 있었다…모습 드러낸 이유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2.13 05:00

업데이트 2022.02.15 11:5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다룬 여러 책 가운데 『인간 이재명』은 유독 논란의 대상이다. 이 후보가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여권에선 『인간 이재명』 읽기 열풍이 불었고, 반대편에선 이를 두고 “우상화 작업”(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위인전을 통한 집단세뇌”(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책 서지정보엔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가 지은이로 돼 있고, 책 표지엔 대표연구자 두 사람의 이름만 적혀 있다. 하지만 집필을 총괄 지휘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내일을 여는 집』, 『랍스터를 먹는 시간』 등을 펴낸 소설가 방현석(61)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방 교수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인전’ 같은 비판을 하는 사람들 중에 실제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에서 의뢰받아 쓴 책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제안에 이 후보가 흔쾌히 동의했을 뿐이다.”
위인전 같다는 지적도 있다.
“이 책은 이재명을 정치적으로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한 인물의 본질에 어떻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김원이(오른쪽)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올린 사진들. 각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김원이(오른쪽)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올린 사진들. 각 의원 페이스북

굳이 왜 이 후보를 연구했나.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입장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한 사람인 이재명이라는 대상을 분석하고 연구해 쓴 것이다.”

방 교수는 이 후보에게 “객관적으로 접근해서, 서사적 정본(定本)을 만들겠다”며 책 작업을 제안했다. 요구 조건은 한 가지,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을 테니 어떤 간섭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이 제안을 수락한 뒤 10년 치 일기 6권을 방 교수에게 건넸다. 연구팀에선 방 교수만 이 후보의 일기를 읽었다. “워낙 내밀한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일기를 본 소감은?
“낙천성. 어려움 속에서 늘 대안을 찾는다. 예컨대, 초등학생 때 화장실에서 똥 푸는 일을 할 때도 할미꽃을 가져다 변소에 넣었다. 그렇게 하면 구더기가 안 생긴다는 어른들 말 듣고 그렇게 한 거다. 그다음은 장난기다. 어릴 적 겨울에 징검다리에 먼저 가서 물 뿌려놓고 애들 발 미끄러지게 하는 식이다. 힘들게 살았는데 밝고 굉장한 에너지가 있다.”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일기에 적힌 좋은 말만 보고 쓴 건 아닌가.
“일기도 100% 믿지 않았다. 앞뒤가 안 맞으면 자료를 뒤지고 확인하고 물어봤다. 이 후보 아버지가 화전민이라는데, 또 대학까지 나왔다는 얘기가 있어 그것도 알아봤다. 아버지가 잘사는 작은 할아버지의 양아들로 입양돼 대학을 다니다가, 부모님 모시겠다고 시골로 돌아온 거다. 농사도 못 짓는 양반이 방앗간도 차렸다가 돈 떼이고 다 말아먹은 거다. 그렇게 다 해석하고 검증했다.”
‘검증’ 결과, 이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한마디로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우리 세대가 아무리 가난했어도 이재명처럼 가난한 사람은 드물다. 그런 환경에서 지금 위치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유리천장을 돌파하면서 상처를 입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엄격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순간들을 연결해보면 차가운 인상을 주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4일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경기 성남시 상대원시장에서의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형이 어머니에게 인간으로서 못할 참혹한 얘기를 했다. 어머니는 저를 믿어준 하늘 같은 분이어서 저도 참을 수가 없어서 욕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끝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잘못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 가족의 아픈 성처 그만 좀 헤집어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4일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경기 성남시 상대원시장에서의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형이 어머니에게 인간으로서 못할 참혹한 얘기를 했다. 어머니는 저를 믿어준 하늘 같은 분이어서 저도 참을 수가 없어서 욕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끝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잘못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 가족의 아픈 성처 그만 좀 헤집어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이 책에선 이 후보의 이른바 ‘욕설 녹취’ 논란에 대해 “이재명은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기술했다. 이 후보의 형이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고 때리는 패륜을 저질렀고, 이에 대해 이 후보가 형과 형수에 따지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통화 내용이 녹음됐다고 설명하면서다.

방 교수는 “이재명에게 어머니는 절대적 존재였다. 정치인이면 그런 욕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의 가족사를 알고 나면 그 욕이 왜 나왔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욕설 논란에 대해 이 후보에게 직접 “취조하듯 물었다”면서 “이 후보는 ‘그 욕설 제가 한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생각하면 안 했어야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 오면 어떨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재명에 대한 ‘정본’이라면 비판적 시각도 담았어야 한다.   
“우호적이지 않은 주장도 다 검증했지만, 사실에 맞지 않았다. 예컨대 ‘형수 욕설’의 경우, 그 상황을 둘러싼 여러 형제의 진술, 그에 대한 법률적 판결 등을 종합했다. 이 후보에 부정적인 주장들이 사실이었다면 당연히 책에 썼을 것이다.”
배우자 김혜경씨 ‘과잉 의전’ 의혹은 어떻게 보나.  
“사실관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논평하는 것은, 서사를 다루는 사람은 해서는 안 될 금기다. 드러난 사실관계의 서사적 맥락에 접근하지 않으면 본질에 도달하기 어렵다. 이번 일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그것을 이재명 서사의 일부로 편입시킬 것이다.”
총괄 저자로 본인 이름을 왜 드러내지 않았나.
“이 책은 내가 소장으로 있는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의 공동 작업물이다. 나는 소설가로서가 아니라,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작업을 총괄했다. 하지만 기성 작가인 내 이름을 내걸면, 마치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대필해준 작품으로 의심받을까 걱정됐다.”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방현석 중앙대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렇다면 이제 와서 왜 공개하나.
“이 책이 익명의, ‘책임 없는’ 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인간의 서사를 다루는 게 업(業)인 사람들로서 한 인물의 본질을 규명하고 보여주는 작업을 한 것이고,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본다. 떳떳하고 당당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책도 쓸 의향이 있나.
“물론이다. 윤 후보도 이 후보 못지않게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분석해보면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굿바이 이재명』은 읽어봤나.  
“조금 읽어봤는데, 사실관계를 검증하지 않고 한쪽 주장에만 근거했다. 대표적인 게 셋째 형 강제입원 의혹이다. 관련 입원 서류와 재판 기록에 나오는 사실들을 싹 다 눈 감았다. 우리 집필진과 공개 토론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우린 억측으로 쓴 게 없기 때문에 자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책의 ‘예비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을 묻자 방 교수는 “이쪽 책도, 저쪽 책도 열심히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각 후보의 지향성은 분명하다. 다만 어떤 후보를 원하는지 분명히 정리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고 본다”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헷갈리고 있진 않은지 꼭 비교해서 읽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방현석은 누구인가
1961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으며, 1986년에는 인천의 공장에 다니기도 했다. 1988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내딛는 첫발은』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뒤, 산문집 『아름다운 저항』(2000), 장편소설 『당신의 왼편』(2000), 중편소설 『랍스터를 먹는 시간』(2003) 등을 펴냈다. 2003년 『존재의 형식』으로 제11회 오영수문학상과 제3회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장과 아시아스토리텔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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