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친환경 빨대를 종류별로 비교했다 [민지리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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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바다거북이의 콧구멍에 꽂혀있던 그 플라스틱 빨대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상에서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내게 딱 맞는 친환경 빨대 찾기. 무려 1년 동안 찾아헤맨 단 하나의 빨대는 무엇일까. 누구나 다 써본 종이 빨대부터 갈대 빨대, 파스타 빨대, 유리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실리콘 빨대까지 내돈내산으로 직접 사용해본 친환경 빨대 사용 후기를 소개한다.

실제 내돈내산해서 사용해 본 친환경 빨대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실리콘, 스테인레스 직선형, 'ㄱ'자형, 갈대빨대다. [사진 임승현]

실제 내돈내산해서 사용해 본 친환경 빨대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실리콘, 스테인레스 직선형, 'ㄱ'자형, 갈대빨대다. [사진 임승현]

요즘 빨대 이야기가 많아요.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점차 늘어가고 있어요. 스타벅스는 전 매장에서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있죠. 그만큼 플라스틱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할 빨대는 한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가 아닌 여러 번 씻어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빨대 혹은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서 소각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의 빨대입니다. 환경에 관심 있는 MZ세대가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바꾸고 싶다면 빨대가 가장 적합한 시도인 것 같아요. ‘친환경 빨대’를 검색해도 정말 다양한 소재의 빨대가 나와요. 서울의 경우 불과 1~2년 사이에 늘어난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재사용 가능한 빨대를 구입할 수 있어요. 지금껏 직접 사서 써본 몇 가지 소재의 빨대를 소개하려고 해요.

친환경 빨대

친환경 빨대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요.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기 전까지 최고의 취미 중 하나는 여행이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매년 한 번은 바다로 여행을 갔어요. 바다에서의 아름다운 시간과 황홀한 자연을 항상 동경했어요. 그래서 바다와 해양생태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왔어요. 사랑하는 바다를 오랫동안 즐기려면 바다가 건강해야 하잖아요.
몇 해 전에 끔찍한 거북이 기사를 봤어요. 플라스틱 빨대가 얼굴에 찔려 있는 거북이의 사진 그리고 죽은 거북이의 배에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기사였어요. 그때부터 적어도 다른 생명체에게 일부러 폐를 끼치지 말자고 단단히 마음먹었어요. 여러 가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그 사진 속 빨대를 쓰지 말자고 생각했죠.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거북이. 이 사진은 1회용 빨대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Sean A. Williamson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거북이. 이 사진은 1회용 빨대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 ⓒSean A. Williamson

실생활에서 빨대를 안 쓰면 불편할 것 같은데, 어땠나요.

처음엔 빨대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려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집에서는 음료에 붙어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았어요. 그것만 모아 놓아도 주방 서랍에 가득 찰 정도였어요. 그런데 외부에서 화장을 하고서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니 많이 불편했어요. 입술에 잔뜩 크림이 묻기도 했고요.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변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내가 사용하고 남긴 발자국이 다른 생명의 삶에 폐가 되지 않도록, 내가 쓰고 버린 물건이 자연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 아주 작은 시도를 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무분별하게 버리지 않도록 한 번 더 생각하고 있어요. 다회용 빨대는 정말 소소한 ‘레스웨이스트’의 한 걸음이에요. 먼 미래의 후대가 아닌 ‘내일의 나’를 위한 지극히 이기적이고 당연한 선택이죠.

세몰리나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 빨대. 시중에 판매하는 조리용 구멍 뚫린 파스타면이 떠오른다. [사진 임승현]

세몰리나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 빨대. 시중에 판매하는 조리용 구멍 뚫린 파스타면이 떠오른다. [사진 임승현]

콤부차에 파스타면 빨대를 꽂아서 마셔보았다. 파스타면 빨대는 가급적 음료를 빨리 마셔야 전분이 녹아 나오지 않는다. [사진 임승현]

콤부차에 파스타면 빨대를 꽂아서 마셔보았다. 파스타면 빨대는 가급적 음료를 빨리 마셔야 전분이 녹아 나오지 않는다. [사진 임승현]

친환경 빨대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회사 업무차 새 매장에서 사용할 제로웨이스트 용품을 알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찾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빨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종이, 갈대, 유리, 스테인리스, 실리콘 생분해성수지 등 그리고 최근에 접한 파스타 빨대까지 정말 다양한 소재의 빨대가 있었어요.

정말 다양하네요. 어떤 빨대를 사용해보셨나요.

카페에서 제공한 종이 빨대는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쉽게 풀어지는 단점이 있어요. 특유의 종이 향이 음료에 배어나는 점도 아쉬웠고요. 그래서 사용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빨대를 골랐어요.

세몰리나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 빨대. 시중에 판매하는 조리용 구멍 뚫린 파스타면이 떠오른다. [사진 임승현]

세몰리나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 빨대. 시중에 판매하는 조리용 구멍 뚫린 파스타면이 떠오른다. [사진 임승현]

그런 점에서 종이보다 단단하다는 평이 있던 옥수수전분, 쌀, 밀가루 등으로 만든 빨대를 찾아보았어요. 세몰리나로 만든 일명 ‘파스타 빨대’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떤 리뷰에 보니 빨대로 쓰다가 파스타 해 먹어도 괜찮다는 아이디어도 재밌었고요. 실제 사용해보니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 정도는 아니었구요. 하하. 그렇지만 빨대의 지속력은 꽤 좋았어요. 차가운 탄산음료에 3시간 정도 담갔더니 빨대 밑면이 불어나서 전분이 음료에 살짝 나와 밀가루 향이 나기 시작했지만 꽤 만족스러웠어요. 플라스틱 빨대의 물컹한 질감은 없었고요.

차가운 음료에 갈대빨대를 꽂아서 마셔보았다. 입술에 닿는 감촉이 딱딱한 게 약간 아쉽다. [사진 임승현]

차가운 음료에 갈대빨대를 꽂아서 마셔보았다. 입술에 닿는 감촉이 딱딱한 게 약간 아쉽다. [사진 임승현]

이런 점은 갈대 빨대도 마찬가지였어요. 갈대 빨대는 파스타 빨대와 달리 단단해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는 장점은 있지만 혹시나 이로 깨물면 쉽게 갈라졌어요. 또한 입술에 닿는 촉감이 너무 단단한 게 불편했어요.
하지만 파스타나 갈대 빨대도 결국은 일회용이라 결국 쓰레기를 만든다는 점은 같아요. 단 소각이 용이할 뿐이죠.

다회용 친환경 빨대는 없나요.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로는 스테인리스와 유리 빨대가 있어요. 실제 사용해보니 관리만 잘하면 오랫동안 재사용할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어요. 형태도 일자형과 ‘ㄱ자형’으로 종류가 다양하고, 두께도 일반적인 빨대부터 버블티까지 마실 수 있는 넓은 것까지 다양해요. 컬러 선택도 자유로웠고요.
다만 유리나 스테인리스는 여전히 단단하고, 위생이 염려스러웠어요. 빨대 안쪽을 전용 세척 솔로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스테인리스 빨대는 세척솔로 가볍게 닦고 주기적으로 열탕소독을 해서 사용했지만, 알갱이가 있는 음료를 마시고 난 뒤에는 약간의 찜찜함이 남더라고요.

실리콘 빨대(쿠진)와 이를 세척하는 모습. [사진 쿠진]

실리콘 빨대(쿠진)와 이를 세척하는 모습. [사진 쿠진]

나의 ‘원 픽’ 친환경 빨대는 무엇인가요.

정착한 것은 실리콘 빨대예요. 우선 질감에서 최고 점수를 주고 싶어요. 빨대를 질겅질겅 씹는 습관은 없지만, 그래도 입술에 닿았을 때 감촉이 중요했기에 물컹한 실리콘 빨대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어요. 또 실리콘 빨대는 구조상 중간 부분이 벌어지게 되어 있어요. 손으로 벌려 세척을 할 수 있는 용도죠. 이게 꽤 편리했어요. 또 열탕소독도 할 수 있어서 다회용 빨대 중에는 가장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격도 2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부담도 없어요.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요.

모든 빨대가 보관에 있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갈대 빨대나 파스타 빨대는 빨대 파우치에 두어 개 정도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용한 뒤에는 버리면 돼요. 하지만 다회용 빨대는 한번 사용하면 깨끗이 닦은 다음 말려서 다시 파우치에 넣지 않으면 하루에 두 번 사용하기는 어렵더라고요. 또 지저분해진 빨대를 다시 파우치에 넣는 것도 곤란했고요.
실리콘 빨대의 가진 가장 큰 단점은 먼지예요. 실리콘에는 먼지가 쉽게 붙거든요. 빨대 파우치에 넣어 보관해도 어쩔 수 없이 실이나 먼지가 붙어서 사용 전에 물에 한 번 헹궈야 하더라고요. 귀찮지만 이 정도는 환경을 생각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다만 카페 등에 친환경 용품을 사용하는 고객을 위해 빨대나 텀블러를 물로 씻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둔다면 편리할 것 같아요.

친환경 빨대의 가격대는 어떤가요.

일반 플라스틱 빨대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가격이 비싸죠. 하지만 빨대 자체가 워낙 저렴해요. 다회용 빨대는 개당 2000원에서 4000원이면 살 수 있어요. 자연 소재로 된 일회용 빨대는 보통 30~100개 묶음으로 파는데 1만원 내외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어요. 매일매일 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해요.

길이를 줄여 휴대할 수 있는 룬드 런던의 빨대. [사진 룬드 런던]

길이를 줄여 휴대할 수 있는 룬드 런던의 빨대. [사진 룬드 런던]

'이런 친환경 빨대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으시다고요.

여행용 접이식 칫솔처럼 조립식 빨대가 있다면 편의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찾아보니. 텀블러로 유명한 ‘룬드 런던’에 비슷한 제품이 있더군요. 접이식 스테인레스 빨대인데 케이스 컬러 색상도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도 있고요. 다만 다회용이라 하더라도 3만5000원이란 가격이 만만치는 않게 느껴졌어요.
또 어린아이를 위해서는 두께가 좁고 길이가 짧은 빨대도 만들면 좋겠어요. 집에서 이런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면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을 기를 수 있고, 아주 작은 실천으로 큰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줄 수 있고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잖아요. 어릴 때부터 습관으로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친환경 빨대 이후에 도전해 볼만한 친환경 용품이 있을까요.

일상의 아주 소소한 부분에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요. 주방에서는 루파 수세미를 사용해요. 천연 수세미가 처음에는 거친것 같아도 그 어떤 수세미에 비교가 안되게 설거지에 안성맞춤입니다. 적은 세제로도 거품이 많이나고 그릇이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잘 닦여요. 행군 후 걸어두면 물기도 금방 빠지고요. 대나무 칫솔도 쓰고 있어요. 대나무는 다해살이풀이라 빨리자라서 비료나 살충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요.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달리 매립되면 생분해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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