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의도 없이 집앞 3m에 발전시설? 재생에너지가 농어촌 파괴[윤석만의 뉴스뻥]

중앙일보

입력

 ①“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고 국민들과 기업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할 것입니다.” - 2021년 9월 7일 '제2회 푸른 하늘의 날' 기념 영상메시지.
 ②“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국가 전체가 총력체제로 임해야 합니다. 첫째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 2021년 10월 18일 노들섬 탄소중립위 2차 회의.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시종일관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핵심은 태양광입니다. 처음엔 산지에 주로 설치하다 환경훼손과 산사태 같은 문제가 발생했죠. 그래서 규제를 강화했더니 다른 데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곡식을 재배하던 멀쩡한 논밭이 태양광 패널로 바뀐 거죠.

사라지는 우량농지 

 전남 영암은 원래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변에 위치해 있고, 넓은 평야지대가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더 이상 농촌 풍경이 아닙니다. 농지 곳곳이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바로 태양광 패널이죠. 작물 대신 검은 패널이 농토에 깔리면서 마을 생태계는 파괴됐습니다.
 농민의 절반이 임차농인데, 태양광 탓에 삶의 터전을 잃은 거죠. 최도선 학산면 은곡리 이장은 “패널이 깔린 60만평 중 현지인은 1만 5000명뿐에 불과하다, 이곳 농민들은 농사를 못 짓게 돼 터전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지주는 태양광 임대료로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임차농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근의 삼호·미암면 일대 농지 500만평에 원전 2기와 맞먹는 태양광발전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어쩌면 영암 특산품인 ‘달마지 쌀’을 앞으론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 최고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임차농은 삶의 터전 잃어 

220212_뉴스뻥 영암 태양광

220212_뉴스뻥 영암 태양광

 우리나라 임차농 비율은 47.2%입니다(2019년). 문제는 농지를 빌리는 비용입니다. 농사용으로 임대하는 것보다 태양광으로 임대하는 게 훨씬 이득이란 거죠. 신양심 영암군농민회 태양광반대공동대책위원장은 “임차농에게 빌려주는 시세는 평당 1000원인데, 태양광업자들은 6000원씩 제안한다”고 증언합니다.
 무분별한 태양광 공급으로 농촌 파괴를 부추긴 건 다름아닌 정붑니다. 정부와 여당이 농지 태양광 확산을 위해 2018년 12월 농지법을 개정한 거죠. 염해 농지, 그러니까 소금기가 많은 토양은 농사짓기 부적절하므로 태양광 시설로 사용해도 된다는 겁니다.
 원래는 염도 기준이 6.5였는데, 5.5로 낮췄습니다. 태양광 이용 기간도 7년에서 20년으로 늘렸고요. 하지만 염도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표토가 아닌 심토를 기준으로 하는데, 수십년 농사지은 간척지도 심토를 측정하면 염도가 높게 나오는 거죠.

정부가 법령 풀어 무분별 개발 

 무분별한 태양광 개발은 영암뿐이 아닙니다. 전남에서만 12개 시·군 27개 지역에서 갈등이 벌이지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에서는 집에서 3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패널 설치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강상용 법무법인 YK 변호사 “불과 집에서 3미터 떨어진 곳에 태양광 공사가 진행중이다,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계획을 발표했는데, 2030년까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핵심이 태양광입니다. 설비 용량을 30GW, 그러니까 원전 30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짓겠다는 거죠. 그러곤 농림축산식품부에 태양광 10GW 설치 목표가 부여됐습니다. 패널 면적만 1만3000ha입니다. 축구장 1만 8200개의 넓이죠.
 농촌을 파괴하는 태양광 정책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훨씬 높여 잡았기 때문이죠.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는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국민들은 바로 지금 행동할 때라고 결정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식량안보에도 위기 

 신재생에너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같이 해선 안 됩니다. 멀쩡한 논밭까지 갈아엎으면 곡물은 어디서 생산합니까.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8%입니다. 가축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로 더욱 열악하고요. 농민들은 식량안보위기까지 우려합니다.
 삶의 터전을 잃거나 그럴 위기에 놓인 이들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갑자기 상향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채우려면 더 많은 논밭이 태양광으로 뒤덮일 겁니다. 대통령께선 고집만 계속 피우지 말고, 서민들의 어려운 현실도 보듬어주길 바랍니다.

윤석만의 뉴스뻥 시즌1 종료

지금까지 뉴스뻥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14개월간 정부와 국회,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의 부패와 잘못을 지적해 왔습니다. 중앙일보는 더 나은 콘텐트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