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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5만명대 확진, 경증 환자 응급상황 대책 시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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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라 경증 환자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만3926명으로 이틀째 5만명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오미크론 환자가 하루 20만명 가까이까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경증 환자가 다른 병에 걸릴 경우를 상정한 의료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 환자로 분류됐으나 응급 상황에 처한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달 평균 출산은 2만3000건, 심근경색증은 1만건 정도 발생하는데, 이들 중 10%만 오미크론에 감염됐다고 가정해도 응급병상이 각각 2300개, 1000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출산하거나, 응급수술을 받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오미크론이 전 세계 코로나19 발병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이달 말쯤 확진자 수가 13만~17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독감처럼 관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오미크론 입원율은 0.51%로 델타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사망률(0.03%) 역시 델타(0.12%)보다 낮았다. 하지만 연령별로 증상과 사망률 격차가 컸다. 오 교수는 “20대의 치명률은 0.01%에 불과했지만 40대는 0.1%, 60대는 1%, 80대는 10%에 달했다”며 “젊을수록 무증상이나 감기 수준에 그치고, 고령일수록 독감과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나이에 따른 맞춤 대응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6인·9시’ 거리두기 완화 추진 … 전문가 “독감만큼도 관리 못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붙여진 신속항원검사키트 품절 안내문.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붙여진 신속항원검사키트 품절 안내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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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방역 패러다임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전에는 확진자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었다면 이제는 완화 전략으로 전환한 데 따라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의 ‘사적모임 6인, 영업시간 9시’ 제한을 종료일인 20일 이전에라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방역 상황을 면밀히 분석·평가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조정함으로써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위중증과 사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방역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유행 정도, 사망률·위중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제를 뒀다. 앞서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해도 가급적 거리두기는 강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위중증, 치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의료체계 여력이 충분하다면 방역 규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면서 지난해 11월 추진했다가 되돌린 일상회복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언급해왔다.

당국은 거리두기 조정과 함께 방역패스나 전자출입명부(QR코드)도 손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통제관은 “거리두기, 방역패스 QR코드는 모든 것이 같이 맞물려 있다”며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신중히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각종 방역 지침 손질에 나선 건 최근 진단·검사 체계를 위중증 환자 관리 위주로 전환하면서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위중증 발생이나 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세가 된 게 계기다. 이에 따라 검사 체계를 고위험군 위주로 바꾸고 역학조사도 사실상 중단하는 등 이른바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이 폐기된 상황이라, 기존 전자출입명부 등의 실효성도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3월 경 유행 정점에 도달하면 확진자 수가 20만명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아 중환자 수는 의료계가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역정책만 남기고 얼마만큼 과감히 풀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데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QR 코드를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확산을 용인하는 정책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방역패스 확대는 필요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다만 유행이 이제 막 시작됐고 정점이 언제, 어느 수준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집단 면역을 확보한 후 완화 정책을 편 해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국민의 희생으로 확진자 수를 억제해 자연 면역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이른바 ‘K-방역의 역설’인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하루 아침에 방역지침을 바꾸고,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는 걸 검토한다고 밝혔는데, 현재는 독감만큼도 관리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은건 사실이지만 치사율이 계절 독감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위험한 만큼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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