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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키트 품귀 ‘제2 마스크 대란’ 조짐에 최고가격제 검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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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03면

정부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입원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와 간병인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고가격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란 물가 상승이 강하게 나타날 때 정부 명령을 통해 물가를 일정 가격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억제하는 가격 상한을 의미한다.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건 2주 전부터다. 지난달 26일 오미크론 우세지역(광주·전남·평택·안성)부터 유전자증폭(PCR) 검사 대상을 제한하고, 검사키트로 하는 신속항원검사 중심의 진단체계로 전환하자 미리 키트를 사두려는 움직임이 퍼졌다. 가격도 빠르게 뛰었다. 키트 2개에 7000원 정도였던 가격은 하루 만에 3배 가까이 뛰어 2만원에 육박했다. ‘대란’ 우려에도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제조업체의 하루 최대 생산 가능량은 약 750만개로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지난 3일부터 진단검사 개편안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수요가 폭등했다. 설 연휴 전부터 시작된 재고 부족 현상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최모(52)씨는 “어제부터 하루에 200개 정도 나가고 있다”면서 “3일 전과 비교해 수요가 4배 이상 더 늘었는데 구매처에서는 재고가 아예 없다는 말 뿐”이라고 말했다. 혼란이 이어지자 식약처는 10일 긴급 유통개선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과 노인 요양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 자가검사키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가격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13일부터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가검사키트 판매처는 약국과 편의점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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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업계에선 정부가 뒤늦은 대처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마스크는 모든 국민이 써야 해서 물량 자체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실수요자로 따져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초기 공급·유통망 관리에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키트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키트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포장 인력이 부족한 탓”이라면서 “출고 과정의 병목현상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키트 자체는 제조업체 5곳에서 하루 최대 750만개씩 생산이 가능하지만 이를 개별 포장하는 인력이 부족해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병원 입원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와 간병인의 PCR 검사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한다. 중대본은 오는 17일까지 ‘보호자·간병인에 대한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입원 환자 및 입원 예정 환자와 함께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면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환자당 1명만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 환자 입원 이후에도 주1회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보호자와 간병인이 부담할 비용은 취합진단검사 비용(약 2만원)의 20%인 4000원 수준이다. 감염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검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경우에도 건강보험 기준 가격인 약 2만원만 전액 부담하면 된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나 간병인은 1명만 허용되고, 교대할 때엔 72시간 이내에 이뤄진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우선검사대상에서 빠져있어 일반 병원에서 최대 10만원까지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아야 했다. 보호자와 간병인의 PCR 검사에 대한 선별진료소 지원과 건강보험 적용은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한편, 교육부는 오미크론에 대비한 새로운 학교 방역 지침을 공개했다. 새 학기부터 유·초·중·고교 학생은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더라도 백신을 접종했다면 등교할 수 있다. 학생 본인이 확진될 경우에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7일간 격리(등교 중지)되지만 학생이 밀접접촉자일 때는 접종 여부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 밀접접촉자 중 접종 완료자는 PCR 검사 음성일 경우 7일간 수동감시를 하면서 등교가 가능하다. 미접종자라면 PCR에서 음성이 나와도 7일간 등교 중지하고 격리해야 한다.

학생의 동거인이 확진(재택 치료)일 경우에도 학생의 접종 여부에 따라 갈린다. 학생이 접종을 완료했다면 PCR 음성일 경우 7일간 수동감시를 하면서 등교가 가능하다. 그러나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7일간 격리하며 등교할 수 없다. 학생이 확진자의 밀접접촉자이거나 동거인이 확진이라면 격리·감시 해제 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동거인이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라면 학생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등교할 수 있다. 단 동거인의 격리 시작일과 6~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는 해봐야 한다.

학교가 접촉자 자체 조사 등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방역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학교 내 접촉자 범위를 구체화했다. 같은 공간(교실·교무실 등)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교직원은 접촉자로 분류한다. 또 확진자 증상 발생 2일 전부터 확진일까지 확진자와 함께 식사하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15분 이상 대화한 경우 등은 접촉자로 본다. 식당에서는 좌우 3칸과 각 앞좌석까지를 접촉 범위로 봤다. 교실 창문은 상시 개방하고,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쉬는 시간에 열도록 했다. 식사 장소에는 칸막이를 반드시 설치하고 지정좌석제를 실시한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이 긴급대응팀을 운영하도록 하고 방역 전담인력을 배치해 학교 혼선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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