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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大選(대선): 뽑아서 부려 쓸 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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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31면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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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大選(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를 가려 뽑는 일’이란 관점에서 選(가릴 선)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까 한다.

사실 이 글자는 꽤 많이 쓰인다. 選擧는 물론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어휘만 봐도 競選(경선)·選好(선호)·選擇(선택)·選出(선출)·當選(당선) 같은 것이 있으니 말이다.

『한자어원사전에 따르면 ‘選에는 제사에 쓸 것을 뽑아 보낸다는 뜻이 있다. 巽의 갑골문을 보면 두 사람이 꿇어앉은 모습을 그렸고, 辵은 마을이나 부족의 구성원 각자가 제사를 위해 중심부로 물건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選은 제사상에 바치는 祭物(제물)처럼 구성원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뽑아(巽) 중앙으로 보낸다(辵)는 뜻이 되며, 여기에서 선발하다·파견하다 등의 뜻이 파생했다’고 한다.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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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뜻풀이에서 관건은 ‘뽑혀서 희생할 자’, 大選이란 맥락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보면, ‘국가 공동체의 성원인 국민의 손에 뽑혀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충분히 돼 있는 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나? 당연히 ‘뽑는 일’, 投票(투표)다. 뽑혀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충분히 돼 있는 사람한테 ‘표를 던지는 일’인데, 이와 관련해서 좀 더 흥미를 끄는 쪽은 ‘투표’를 뜻하는 영어 vote다. 온라인 영어어원사전은 명사 vote를 이렇게 풀고 있다. ‘15세기 중반, 어떤 제안, 후보 등과 관련해서 자신의 소망이나 선택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을 의미했는데, 이는 맹세·소원, 신한테 한 약속, 엄숙한 서약·헌신 같은 뜻을 가진 라틴어 votum에서 비롯했다.’

이처럼 중대한 사회적 실천으로서 投票, 그리고 選을 有權者(유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함께 고려해 볼 때, 이번 大選의 의미는 한층 더 분명해 보인다. 국민은 ‘뽑혀서 희생할 자’한테 투표한 다음 뽑힌 이를 ‘잘 부려 쓸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뽑혀서 희생할 자’의 그 각오에는 ‘국민한테 자신을 잘 부려 써 달라고 자청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의 위에 君臨(군림)하려는 자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從僕(종복)이 되려는 자, 그런 자를 뽑아 부려 쓸 권리가 국민한테는 있는 것이며 국민이 有權者로 불리는 까닭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전국조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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