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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책 헛바퀴, 더 절박해진 청년 취업]“디지털·미래 에너지 일자리 창출” 한목소리…대규모 재원 대책 없고 기존 정책 재탕 많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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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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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뉴스1]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취업 컨설팅을 받고 있다. [뉴스1]

제 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당 대선후보들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선거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 MZ세대를 겨냥한 정책이 봇물을 이룬다. 그 중에서도 일자리 공약은 청년 실업률이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내놨다. 디지털·에너지·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대전환을 통해 임기 내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특히 청년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행 ‘국민내일배움카드’를 개편, 청년 지원금을 두 배 늘리고, 직업훈련기관에 대한 심사평가 요건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럽연합(EU)의 ‘공정전환계획’을 본 딴 한국형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EU는 탄소중립경제 전환을 공정하게 추진하기 위해 공공기금과 전환펀드, 민간투자를 대규모로 조성해 기업·노동·지역 등 3개 영역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유로존의 실업률은 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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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의 청년 일자리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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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윤 후보는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장중심 맞춤형 인재양성 시스템을 개편·지원하고, 든든한 일자리 이어주기 정책을 펼쳐 지속가능하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으로 대학창업기지를 구상한다. 대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여유가 생긴 대학 인프라를 창업 전초기지로 전환, 창업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윤 후보는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원칙으로 하되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직업훈련이나 보육·돌봄 역할은 국가책임제로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청년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는 ‘G5 경제강국’ 전략을 밝혔다. 5대 초격차 분야의 핵심인재 50만명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17개 시·도에 4차 산업혁명 관련한 특수목적고를 신설해 적극적인 산학협력을 꾀한다. 동시에 5개 초격차 분야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을 특성화한 대학을 신설해 해당 분야 인재를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수요자 중심 직업훈련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근로자지원센터 설립, 중소기업 한시적 최저한세율 인하 등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칠 뜻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그린노믹스’로 지역경제를 부흥시켜 15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저장장치산업, 전기차 등 녹색 경제 5대 분야에서 50만개 일자리를 확보하는데 이어 환경·공동체·돌봄 등 공공이 지원하는 ‘지역일자리 보장제’로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전환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의 일자리 만들기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 모두 디지털 인프라를 조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벤처기업을 지원해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디지털 관련 일자리 정책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실효성이 떨어져 청년 취업자들 사이에선 ‘겉핥기식 일자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공공빅데이터 청년인턴십’, 고용노동부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 등은 모두 디지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실제 취업으로까지 이어진 예는 드물다.

정동열 한국공학대 산업융합학과 교수는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공공부문은 물론 기업에서도 전문 기술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인 교육 훈련 방식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려면 교육 방식부터 디지털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데 대선 공약에서도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한 정책이 대부분이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은 오리무중이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내세운 일자리 공약 대부분이 재정부담이 큰 공약”이라며 “우리나라는 국가 재정의 30%를 소득세로 메우는 나라인 만큼 실효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약의 상당 부분이 현 정부가 진행 중인 정책과 유사한 점도 문제다. 특히 청년층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경우 이미 시행 중인 것도 있다.

이재명 후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 조성 공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걸 골자로 한 ‘성과공유제·협력이익 공유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이 제도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은 지난해 기준 12곳에 불과하다.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스톡옵션제도를 개편해 벤처기업의 우수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미 벤처기업 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마련한 상태지만 최근 3년 간 이 제도를 활용한 벤처기업은 전체의 1%가 채 되지 않을 만큼 무의미하다. 안철수 후보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우수 인력을 유치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표심을 얻기 위해서 중위 유권자를 중심으로 공약이 유사해지는 경향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일자리 문제의 경우 청년을 비롯해 전 세대가 공감하는 시급한 이슈인 만큼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공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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