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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해야죠” 적폐 수사, DJ·노무현 때도 예외 없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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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06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6월 25일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이 특검 기자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6월 25일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이 특검 기자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발 ‘적폐청산’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11일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해야죠, 돼야죠”라고 공언한 전(前) 정권 적폐청산 수사는 진영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첨예한 이슈로 꼽힌다. 적폐청산의 도구로 활용된 검찰 입장에선 결과에 따라 명과 암이 달라지기도 했다.

1993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 이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수사가 벌어졌고 전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심지어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한 경우(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에도 예외가 없었다.

김영삼 정부는 집권 4년 차인 1996년 1월 전두환·노태우 등 2명의 전직 대통령을 반란·내란죄 등 혐의로 나란히 법정에 세웠다. 두 사람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군형법상 반란, 형법상 내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구속돼 1심에서 각각 사형·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상급심에서 무기징역, 징역 17년으로 감형돼 확정됐다.

김 전 대통령이 공약한 ‘역사바로세우기’의 하이라이트로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나, 정작 당사자(전두환)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고 반발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로 출범한 김대중(DJ) 정부 땐 대대적인 사정 분위기는 없었다. 대신 취임 직전 터진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정권 초기 ‘IMF 경제 실정(失政)’ 수사가 진행됐다. 이후 대검 중앙수사부는 98년 6월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YS는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를 받았다. 다만, 강 전 부총리와 김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대통령에게 외환위기의 실상을 은폐해 축소 보고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무현 정부는 진보 진영의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직전 정권인 김대중 정부 핵심 인사들은 물론 현직 대통령의 측근까지 구속하는 등 출범 초기부터 사정의 칼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2003년 2월 야당(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된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검법에 따라 송두환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했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국정원장) 등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3년 10월부터 5개월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의 지휘로 여야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벌인 특별수사팀(검사 20명, 수사관 80명)은 한나라당 서청원,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 등 여야 거물급 정치인을 구속했다. 서정우 변호사 등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측근은 물론 현직 대통령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최도술씨 등도 구속됐다. 이후 국회에선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와 정치자금 기부 실명제 등을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오세훈법)이 통과되는 등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이명박(MB) 정부 땐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이어진 끝에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이 사건은 현 여권의 시각에서 ‘정치보복’ 트라우마로 남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윤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에 대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게 정치권·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이른바 ‘검찰개혁’의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검찰은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데 이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벌여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다스(자동차부품회사) 실소유주 의혹 및 삼성 소송비용 대납 의혹 등을 사실상 재수사한 결과였다. 다스 사건은 앞서 2007~2008년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두 차례 무혐의 결론이 내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소송비를 삼성전자에 대납도록 하는 한편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아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특가법상 뇌물 등)로 2020년 10월 법원에서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군·경찰의 조직적인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수사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처벌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 검사로 수사를 지휘한 이가 윤석열 후보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MB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봄 검찰은 4대강 담합 비리 수사를 벌여 경쟁입찰을 가장해 입찰가를 담합한 혐의로 11개 대형 건설사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구속기소 6명, 불구속기소 16명)했다. 2015년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이명박 정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의혹이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사 결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등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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