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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한의 통합치료 만족도 95%로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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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5호 28면

생활 속 한방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허리디스크 환자들을 보았다. 고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연령대부터 다양하다. 잘못된 자세, 무리한 운동, 노화에 따른 척추 퇴행 등 병의 원인 또한 다양하다. 그래도 이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수술 없이 척추 질환을 말끔하게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다. 허리디스크 환자들을 10년 넘게 비수술로 치료해온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환자분들의 병치레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의 치료를 받고자 한방병원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미 한두 차례 수술대에 오른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수술 및 시술 후에도 요통 등이 재발하거나 후유증 및 불편감을 겪는 척추수술실패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 FBSS) 환자들이다.

척추수술실패증후군 환자 한방 선호

여러 보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0~ 40%는 척추수술실패증후군을 겪는다. 특히 재수술은 성공률이 낮고 통증 양상과 원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환자와 의사에게 큰 부담이다. 한 50대 환자는 충분한 고려 없이 수술을 선택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이런 분들은 삶의 질은 물론 치료나 호전에 대한 기대와 의지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다행히도 허리의 자생력을 높여 근본치료를 지향하는 한의 치료가 유효한 치료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한의 치료는 허리와 전신의 구조를 균형 있게 잡고 스스로 버텨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특히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지난해 척추수술실패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 치료에 대한 임상적 유효성과 치료 만족도를 살펴본 연구논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에 참여한 234명의 환자는 한의 통합치료를 받고 허리·다리 통증 및 기능 장애 지수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다리 통증 숫자평가척도(NRS)의 경우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경증 수준으로 떨어졌다.

0~100점으로 표현돼 점수가 높을수록 장애가 심함을 뜻하는 기능장애지수(ODI)에서도 기능장애가 심한 50점에서 한의 통합치료 후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20~30점대로 호전되는 결과가 나왔다. 당연히 한의 통합치료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장기 추적관찰에서 또한 그 만족도는 95.3%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허리디스크 환자들이 받은 한의 통합치료는 주로 추나요법과 약침요법, 침, 한약 처방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구에서 환자들은 가장 만족했던 한의 치료법으로 추나요법(37.7%)과 약침(64.2%)을 꼽은 바 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환자의 척추와 주변 구조물을 일정한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수기요법으로 척추 균형을 맞추는 한의 치료법이다. 특히 추나요법은 국가로부터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인정받아 2019년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중요한 척추치료법의 하나로 자리 잡은 추나요법과 함께 약침요법도 핵심 치료법이다. 한약과 침 치료의 효과를 병합해 극대화한 치료법으로 이해하면 쉽다. 한약을 정제해 통증 및 경혈 부위에 마치 주사처럼 주입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특히 ‘신바로 약침’은 척추질환의 주요 치료제로 쓰이는 한약인 ‘청파전(GCSB-5)’에서 유효한 성분을 추출해 조제한 약침이다. 터진 디스크가 주변의 신경을 압박하면서 생기는 염증이나 부종 등을 효과적으로 없애고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 마비, 대소변 장애 동반 땐 수술

한의 통합치료를 찾는 두 번째 부류는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환자들이다. 요즘은 척추질환에 있어 수술이 최후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불필요한 수술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척추 퇴행이 심해지는 고령일수록 수술이나 마취 자체가 부담스러워 수술 없이 퇴행성 척추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신경 손상이 심해 하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동반되는 마미증후군이 발생한 경우라면 수술을 하고 후유증 관리 및 강화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비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아울러 하지 마비 증상을 경증과 중증으로 구분하고 무조건적인 수술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한방병원에서는 한의사·의사 협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X선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영상 진단기기로 정확히 진단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비수술 한의 통합치료를 선택한 이들의 호전 여부와 예후는 필자가 제1 저자로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알 수 있다.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의 올해 1월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치료 6개월 후 통증 및 기능 개선 정도가, 향후 10년까지 잘 유지되거나 더 호전됐다. 10년의 추적관찰에 성공한 65명을 살펴본 결과, 하지방사통 시각통증척도(VAS)는 치료 전 극심한 수준인 7.42에서 치료 6개월 후 10년간 통증이 거의 없는 1점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ODI 지표에서도 동일한 추이가 확인됐다. 치료 전 다소 심한 기능장애 수준인 41.36점이 10년 후에도 11.26점으로 개선되며 호전세가 계속된 것이다. 아울러 MRI로 분석한 디스크 탈출량도 10년에 걸쳐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중증도 이상의 허리디스크 환자들의 통증 및 기능 회복에 이어 그 효과가 10년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수술 안 하고도 나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환자들에게 일부라도 답을 드린 셈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없이 척추 질환을 치료하는 패러다임이 자리 잡았다. 비수술로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기술에 대한 전문의들의 연구가 활발하다. 그만큼 환자들도 어느 병원의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중 통증 제거와 기능 회복이 긴 시간 유지되는 한의 통합치료가 고려될 수 있지 않을까. 치료 10년 후에도 재발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환자들의 현황이 담긴 연구논문을 발표한 시점에 그간의 소회를 적어본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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