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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사상' 여수 폭발사고…경찰·고용부 "중대산업재해 수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경찰청 수사전담팀 구성…‘업무상 과실치사상’ 수사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여수산단 여천NCC 폭발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중대산업재해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전남경찰청은 11일 “여천NCC 폭발 사고 직후 전남청 수사부장(경무관)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꾸렸다”며 “현재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담팀은 수사와 감식, 피해자 보호 등 직원 61명으로 구성됐다.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해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 등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해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 등이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세 번째 적용

고용노동부도 이날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함께 수사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달 27일 전격 시행됐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산업재해 가운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 등에 적용된다. 다만 현재 대상을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한정했는데, 여천NCC는 직원 900명 이상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여천NCC가 세 번째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 석재 채취장 내 토사 붕괴로 3명이 매몰돼 숨진 ㈜삼표산업과 지난 8일 승강기 설치 공사 현장에서 2명이 추락사한 요진건설산업㈜에 각각 적용된 바 있다.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해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뉴스1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해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뉴스1

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한화솔루션(전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전 대림산업)이 나프타 분해시설(NCC) 부문을 통합해 1999년 12월 출범한 회사다.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 업체로 꼽힌다. NCC는 나프타 크래킹 센터(Naphtha Cracking Center)의 머리글자로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 소방청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 소방청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해 전남도와 여수시 관계자들이 1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소방당국으로부터 사고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해 전남도와 여수시 관계자들이 1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소방당국으로부터 사고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열교환기 시험 가동 중 폭발 사고 발생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폭발 사고는 이날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당국과 여천NCC 측에 따르면 사고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장 가동을 일부 멈추고 열교환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발생했다. 열교환기는 화학공장 내 폐열을 증기로 바꾸는 시설로 여천NCC 내 1·2·3 공장에 약 1000여 개가 설치돼 있다고 공장 측은 전했다.

여천NCC 관계자는 “열교환기 내부 청소를 마친 뒤 전날(10일) 1차 시험 가동 후 이날 2차로 내부 압력을 (대기압 기준 17배까지) 높여 에어 누출 여부 등을 확인하던 중 폭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폭발 이후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다.

여천NCC 여수 공장서 폭발 사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여천NCC 여수 공장서 폭발 사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협력업체 직원 7명, 여천NCC 감독관 1명 사상  

사상자들은 폭발 당시 열교환기 주변에 있던 협력업체 직원 7명과 여천NCC 소속 감독관 1명이었다. 50대인 감독관은 숨졌다. 폭발 당시 충격으로 열교환기의 1t 무게 덮개(Floating Cover)가 튕겨 나갔고, 공장 콘크리트 구조 시설물이 부서졌다. 공장 측이 정비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도 무너져 내렸다.

소방당국은 인력 134명과 장비 29대 등을 현장에 투입해 수습 작업을 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발생 직후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하고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 소방청

11일 오전 9시26분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 소방청

경찰, 안전 조치 유무 등 조사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안전 조치 유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시험 가동 당시 안전 거리를 확보했는지 ▶열교환기 정비를 마치고 덮개 등을 제대로 점검했는지 ▶압력 계기판 오작동으로 과한 압력이 열교환기 내로 주입됐는지 등이 조사 대상이다.

송기주 전남경찰청 형사과장(총경)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로자 8명이 죽거나 다쳤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한다”며 “입건 여부와 대상 범위는 현장 감식과 초동 수사를 거쳐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안에 공장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여천NCC 최금암(오른쪽)·김재율 공동 대표이사가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여천NCC 최금암(오른쪽)·김재율 공동 대표이사가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천NCC “재발 방지…유가족 대책 마련” 사과

사고 직후 여천NCC 측은 사과했다. 노대영 여천NCC 제조총괄 전무이사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어 “폭발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사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어 “적극적이고 철저한 조사와 유가족 대책 등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여수산단에서는 지난 5년간 화재·폭발·가스 누출 등으로 61건의 사고가 나 10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석유정제 공장인 이일산업㈜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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