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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전체 국토의 70%가 스키장인 관광국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23·끝) 

안도라공국은 피레네 산맥 깊숙이 들어앉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수도가 있는 나라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00km 떨어져 3시간이면 갈 수 있고, 프랑스 툴루즈에서도 비슷한 거리다. 공항이 없으므로 대개는 이들 두 도시에서 진입하면 되고, 스페인과 남프랑스를 묶어 여행하는 사람은 한번 찾아가 볼 만하다.

지도상으로도 엄청난 산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알았고 서울의 4분의 3 정도 되는 작은 나라고 면세 국가라 유럽의 슈퍼마켓이라고 불린다는 정도만 알고 호기 있게 차를 끌고 겨울에 간 나는 가는 길이 상당히 험난해 진땀 흘려야 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가는데, 이 동네 차들은 어찌나 빨리 다니는지 연방 내 차에 똥침을 놓는다. 비켜주면 금세 다음 차가 붙고 또 다음 차가 붙고 어쩌라고! 이 깊은 산속 나라를 혼자 운전해 갔던 일이 지금도 아찔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안도라 공국 가는 길. [사진 연경]

바르셀로나에서 안도라 공국 가는 길. [사진 연경]

안도라는 스페인 카탈류나 지방과 붙어있는 나라고 가톨릭 국가이며 언어도 카탈류나어를 주로 사용하고 대외적으로는 프랑스 대통령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교구인 우르젤의 주교가 공동 군주로서 지배하는 나라다. 유로를 사용하며 전체 국토의 70%가 스키장이란 점도 독특하다.

안도라가 역사에 등장한 것은 8세기다. 이미 이베리아 반도는 사라센 제국 치하라 이슬람화했다. 사라센을 물리치러 온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안도라에 머물면서 기독교를 지키고 있는 안도라의 공을 높이 치하해 독립 지위를 인정하는 문서를 만들어 아들 루이 왕에게 주었다고 한다. 1993년 신헌법이 제정되기까지 유럽에서 중세스타일의 유럽 봉건국가를 유지한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1278년 9월 8일 우르젤 주교와 푸아 백작 간에 파레아제스(Pareatges) 협정 체결로 말미암아 독립한 이후 계속 공동 영주제가 되었다. 16세기에는 푸아 백작이 주권을 프랑스 왕실에 넘겨줌에 따라 안도라의 주권을 프랑스와 스페인 카탈루냐의 우르젤 주교가 가지게 되었다.

즉 안도라는 명목상 군주가 둘인 국가다. 실제 통치는 총독이 하고 의회를 구성한 의회민주주의 국가이고 수도는 안도라라베야다. 모나코 같은 작은 도시 국가인가 했는데, 웬걸 자연 속에 들어앉은 나라였고 국경 진입해서는 게이트에서 여권에 도장도 찍어주던 나라다.

수도 안도라라베야는 어찌나 교통체증이 심하고 도로가 좁은지 호텔을 빤히 보고도 잠시 정차를 못해 작은 시내를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르겠다. 평지도 아니어서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안도라에서는 도심에 호텔을 정할 때는 반드시 주차장을 확인해야 한다. 내 경우도 분명히 주차장이 있는 호텔이라는 것을 알고는 갔는데 어떻게 진입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길이 없어 복잡한 도심을 몇 바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돌다가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하고 호텔 체크인을 하러 갔었지만 호텔 뒤에 전용 주차장이 있어 차를 다시 옮겨야만 했다. 혼자 했던 여행의 서글픔을 절실히 깨달았던 안도라였다.

안도라에 60개나 되는 빙하호수가 있고 또 온천이 유명하므로 도심을 살짝 비켜 온천이 있는 리조트 호텔을 예약하는 것도 안도라를 즐기는 방법이다. 또 안도라는 주변 자연환경이 좋으므로 겨울철이면 스키를 즐겨보고 여름철이면 트레일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유럽 사람들은 안도라에 쇼핑을 하러 가거나 스키를 타러 많이 간다고 한다. 위스키값이 그렇게 싸다고 했지만 흥미가 없어 사 볼 생각은 안 했고 스키는 더더욱 타 볼 생각도 못 했다. 휘발유 값이 상당히 싸서 안도라에서 나올 때 차를 빵빵하게 기름을 먹여 나오기는 했다. 호텔 투숙객의 대부분이 스키어이었고 안도라를 빠져나올 때도 길에 스키어 천지였다.

안도라 안도라라베야의 주차장(Aparcament Vinyes)

주차장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도심은 길이 아주 좁고 복잡했다.
주소 Carrer Prat de la Creu, 52, AD500 Andorra la Vella, 안도라

스키와 온천과 쇼핑을 하지 않는다면 볼거리가 많지는 않아 호텔 주변의 성당을 돌아보는 정도로 안도라 여행을 마쳤지만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을 바라만 봐도 청정지역임을 알 수 있다.

잠깐 머문 안도라에 대한 인상이 참 좋았던 것이 이 사람들의 친절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찾아간 호텔은 도심에 있었고 그다지 좋은 호텔이 아니었는데도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융숭해 따뜻한 기억이 오래 남았던 안도라였다. 20세기 이후에 관광으로 먹고사는 안도라답다.

에스글레시아 데 산 에스테베.. [사진 MARIA ROSA FERRE on flickr]

에스글레시아 데 산 에스테베.. [사진 MARIA ROSA FERRE on flickr]

안도라라베야 올드 타운. [사진 연경]

안도라라베야 올드 타운. [사진 연경]

관광안내소 부근이 올드타운 중심이라 광장에 위치한 성당 부근과 상점만 둘러보았다. 성당은 안도라의 문화재에 등록된 유산이고, 11~12세기에 지어졌으나 20세기에 복원되었다 한다. 겨울이라 도심에서 보이는 산 쪽으로 난 트레일을 걸어보지 못했다.

안도라 전경. [사진 관광 홈페이지]

안도라 전경. [사진 관광 홈페이지]

프랑스 툴루즈에서 안도라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간다면 베살루(besalu)와 절벽마을(Castellfollit de la Roca. 스페인 예쁜 마을 중 하나) 거쳐 우리나라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과 ‘왕좌의 게임’ 촬영지였던 히로나를 거쳐 가면 좋은데, 그 이야기는 후에 기회가 있으면 해보려고 한다.

안도라라베야에서 툴르즈로 가는 길. [사진 연경]

안도라라베야에서 툴르즈로 가는 길. [사진 연경]

내가 처음 안도라에 간 것은 2월이었다. 체인도 없고, 있다 해도 감을 줄도 모르건마는 면세 국가 안도라에서 주유를 가득하고 엉금엉금 시속 20~30km로 기어가는데, 마을마다 스키어들이 꽉 차 있었다. 프랑스 국경 가까이 오니 길에 눈이 제법 많이 쌓여 바짝 긴장됐다. 프랑스 쪽으로 넘어오자마자 길가에 체인 감기 위해 정차한 차가 늘어서 있는 걸 보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체인 없이 올만 했던 거고 참다 참다 결국에는 체인을 감고 있는 셈이었다. 차 속에 들어앉아 있으니 저 사람들이 넘어갈 안도라 쪽은 이미 제설이 끝나 있음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

인생사가 그렇다. 저 너머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있다면 지금의 수고를 미리 덜 수도 있고, 지금의 걱정을 미리 안 할 수도 있겠다마는 앞일을 알 수 없기에 조바심을 내고 준비도 하면서 맞아보는 것이다. 때로는 무방비로 맞닥뜨려 한 대 얻어터지고서야 정신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준비 잘해 무사히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준비도 안 했건만 조화 속으로 행운이 오기도 한다. 2월 안도라는 비 오고 눈 오고 날씨가 험상궂었음을 기억하며 안도라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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