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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원하는 댄스파트너 만나고 싶다고? 꿈 깨!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74)

댄스를 배우면서 싱글 남자가 원하는 여성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대단히 희박하다. 내가 원하는 파트너란 내가 바라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춘 이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이성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이성이 내게 호의를 보여 같이 춤을 추게 될 확률은 더 희박하다. 남자는 대개 여성의 외모를 중시한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까지 좋으면 당연히 인기가 있다. 인성까지 좋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런 여자가 어디 있을까?

댄스를 배우면서 원하는 여성 파트너를 만날 확률은 기차여행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여성과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가능성처럼 희박하다. [사진 pixabay]

댄스를 배우면서 원하는 여성 파트너를 만날 확률은 기차여행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여성과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가능성처럼 희박하다. [사진 pixabay]

경우는 다르지만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는데 옆자리에 젊은 여자가 앉을 확률이다. 한국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보면 주인공이 젊은 남자인데 옆자리에 젊은 여성이 앉는다.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다는 줄거리다. 남자는 장거리 여행을 할 때마다 그런 꿈을 꾼다.

KTX 전체 승객 중 대부분의 남성이 기대하는 젊은 여성은 전체 승객 중 17% 정도란다. 남자의 그 나잇대 승객 비율은 34%란다. 단순 비율로 봐도 여자 승객이 남자 승객보다 50% 적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좀 수긍 안 되는 게 18%면 확률적으로 6번 중에서 1번은 만나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10번 정도 왕복하면서 20번 KTX를 탔다면 3번 정도는 옆자리에 젊은 여성이 앉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이건 여성승객의 열차 이용 패턴을 보면 답이 나올 듯하다. 기차의 젊은 여성승객 중 홀로 여행하는 여성은 눈에 띌 정도이다. 대부분 부부 동반이거나 미혼이라도 일행이 있거나 커플 동반이다. 업무상 단독으로 출장을 가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은 여성을 적게 뽑는 데다 출장도 남자만큼 자주 보내지 않는다. 나 홀로 여행하는 여성이 많지 않으니 옆자리에 앉는 여성도 드물 수밖에 없다.

대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 청년이 옆에 앉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젊은 여성은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률상으로도 내 옆자리에 앉을 사람이 내가 바라는 젊은 여성이며 내게 호감을 가질 경우의 수는 몇 광년의 오차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댄스 파트너를 만난 사람들은 수많은 변수를 헤치고 만난 큰 행운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얘기를 명심해야한다. [사진 pixabay]

댄스 파트너를 만난 사람들은 수많은 변수를 헤치고 만난 큰 행운이다. '있을 때 잘하라'는 얘기를 명심해야한다. [사진 pixabay]

댄스 파트너도 마찬가지다. 댄스스포츠는 커플 댄스이므로 남녀 비율이 반반이지만, 댄스계에는 여성은 절반이 넘는다. 남자는 댄스 외에도 할 게 많다. 여자가 남자보다 댄스를 더 좋아하는 것인지, 여성에게 잘 맞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렇다면 댄스계는 소위 ‘물 반 고기 반’이다. 싱글 중년 남자의 시각으로 보자. 20대 젊은 나이의 여성은 완전히 세대 차이가 나서 상대가 안 되고 30대~40대 정도라고 보자. 그 나이면 결혼해 아이가 어릴 때라 바깥 활동이 여의치 못할 때다. 부부가 같이 나오는 경우도 많고 혼자 나오더라도 저녁 시간은 부담되므로 낮에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 중에 낮을 할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남편이 있는 여성들이 다른 남자와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출 용의가 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단체 강습에서야 어차피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춤을 추게 되지만, 고정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내가 마음에 들어도 상대방도 같이 호감을 가져야 하므로 커플이 될 확률은 더 희박해진다. 혼자만의 짝사랑에 그칠 수도 있다. 더구나 다 좋더라도 춤은 체격 조건도 맞아야 하고 실력이나 열정, 성격 등이 맞아야 한다. 또한 집까지의 거리, 가용 시간, 가정 사정, 경제 사정 등 여러 여건이 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댄스파트너를 만난 사람은 수많은 변수를 헤친 행운아다. 파트너가 있는 분은 ‘있을 때 잘하라’는 얘기를 명심해둬야 한다.

그러나 여성은 남자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만만하지 않다. 건방진 여자, 오만한 여자. 지나치게 예민한 여자, 가르치려는 여자, 남자관계가 복잡한 여자 등은 보통 남자가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도 댄스를 하다 보면 파트너가 생긴다. 자천 타천으로 파트너로 맺어지기도 하고 서로의 호감이 맞아 떨어져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댄스계 밖에서 여자를 만나 같이 입문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이 댄스에 대한 편견이 없어야 가능하다. 같이 시작하는 것보다는 남자가 먼저 시작해서 기초를 익히고 나서 여성을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자가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여성은 뒤늦게 배워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편이다.

천신만고 끝에 그나마 원하는 조건에 맞는 여성 파트너가 생겼다 치자. 그다음부터는 관리가 중요하다. 여성이 불만이 없도록 끊임없이 배려해줘야 한다. 호감을 사야 하므로 돈도 많이 들여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몇십만 원짜리 레슨비나 몇 백만 원짜리 드레스도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법적으로 남남이니 언제라도 헤어지면 그만인 사이다. 그만큼 헤어질 확률이 더 많이 상존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여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기존 파트너와 쉽게 헤어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기존 파트너 개인의 감정도 중요하다. 엄연히 그간 자타공인 파트너였는데 마음대로 파트너를 바꿨다가는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부가 파트너가 되는 방법이다. 키도 맞고 어차피 여러 가지로 잘 맞아서 부부가 된 것이다. 스킨십도 문제없고 귀가 시간이 늦어도 같이 갈 것이므로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부부라 할지라도 댄스 때문에 오히려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댄스를 하기 전에는 남편이 밖에서 뭐든지 잘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댄스를 시작하고 보니 남자가 몸치인 경우가 많다. 평소 하늘같이 존경하던 남편이 댄스에서는 죽을 쑤고 있으면 존재가치가 떨어진다. 서로 격의가 없으므로 거친 말도 쉽게 오간다. 내 경우에는 아내와 둘이 부부댄스반을 재미있게 오래 다녔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는 댄스 때문에 골프 등 다른 종목을 즐길 시간이 없다며 그만둔다고 해 낭패를 본 적도 있다. 부부 반인데 혼자 그 반에 남아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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