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李·尹 모두 GTX 평택까지 가고, '김부선' 강남 잇는다는데…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입력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철도차량의 실물모형(Mock-Up). [중앙일보]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철도차량의 실물모형(Mock-Up). [중앙일보]

 수도권에서 거론되는 여러 교통 계획 가운데 주민 관심이 가장 높은 수단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GTX, 즉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일 겁니다.

 GTX는 무엇보다 기존 도시철도와 달리 표정속도(역 정차시간 포함한 평균 운행속도)가 시속 100㎞에 달하기 때문에 통근·통학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눈에 띄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굳이 주거비 부담이 큰 도심에서 주택을 구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GTX 유치경쟁이 치열하고, 또 GTX역이 들어서는 곳의 집값이 급등한 현상도 이런 이유 때문일 텐데요.

 이재명·윤석열, GTX 공약 발표  

 이렇게 주민 관심이 높다 보니 3월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GTX 확충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7일 GTX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7일 GTX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먼저 GTX 공약을 꺼낸 건 윤석열 후보였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달 7일 기존 GTX-A·B·C 노선을 연장하고, 흔히 2기 GTX로 불리는  D·E·F 등 3개 노선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세부적으로 보면 A노선은 기존 운정~동탄에서 운정~동탄~평택으로 연장하고, B노선은 송도~마석에서 춘천까지 연결하겠다는 내용입니다. C노선은 덕정~수원에서 위로는 동두천, 아래로는 평택까지 이어집니다.

 지난해 논란 끝에 '김부선(김포~부천)'으로 결정된 D노선은 삼성역을 거쳐 하남과 팔당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인데요. 또 삼성역에서 분기해 수서, 광주, 이천, 여주를 잇는 노선도 추가해 옆으로 눕힌 Y자 형태의 노선을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尹, "D노선, 강남 거쳐 팔당 연결"   

 인천~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로 이어지는 E노선은 수도권 북부에서 동서를 연결하고, F노선은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을 잇는 순환선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이 같은 노선연장과 신설에 드는 재원은 모두 17조 6400억원가량으로 추산했는데요. 이 중 3조~4조원은 국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자 유치와 역세권 개발 수익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GTX 계획도. [자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GTX 계획도. [자료 국민의힘]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GTX 연장과 확충 계획을 밝혔는데요. 기존 A노선은 역시 평택까지 연장하고, C노선은 평택과 동두천으로 늘리는 한편 금정에서 갈라져 안산과 오이도까지 GTX 수혜권에 넣겠다는 구상입니다.

 2기 GTX는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3개 노선을 신설한다는 방침인데요. 우선 D노선은 구로, 사당, 강남, 잠실을 거쳐 하남까지 연결하게 됩니다.

 李, "개발소외지역과 도심 연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4일 경기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4일 경기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또 인천 충의~광명~신사~구리~포천을 잇는 82.5㎞ 길이의 E노선을 새로 만들고, 파주~광화문~위례~광주(여주)로 이어지는 F노선도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 2기 GTX는 접경지역과 상수도보호지역 등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된 지자체를 서울 도심과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모두 17조 8600억원으로 윤 후보 측과 마찬가지로 국비는 3조~4조원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자 유치와 연세권 복합개발 수익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입니다.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면 누가 돼도 평택과 동두천까지 GTX가 이어지고, '김부선'은 강남까지 간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반면 윤 후보가 기존선 활용을 강조한 반면 이 후보는 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선 건설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전문가 "수도권 부동산 안정 기여"

이재명 후보의 GTX 계획도. [자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GTX 계획도. [자료 더불어민주당]

 두 후보의 이러한 GTX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는 반응입니다. 박동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표정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GTX의 영향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부동산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윤 후보의 공약 내용 중에선 기존 철도망을 활용해서 GTX 노선을 연장하거나 새 노선을 만들겠다는 방안이 논란인데요.

 기존선을 이용하면 사업비는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이미 다니고 있는 다른 열차의 운행에는 적지 않은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김동선 대진대 교수는 “기존선을 이용해서 노선을 연장하는 경우 기존선에 GTX를 얼마나 운행할 수 있을지, 수요는 얼마나 더 나올지 등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 고 지적합니다.

 수요 부족과 운영 적자 등 우려도  

 윤석열 후보의 2기 GTX 구상. [자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2기 GTX 구상. [자료 국민의힘]

 수도권을 순환하는 형식의 F노선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수요를 창출하는 서울 도심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순환선은 향후 운영비 조달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박동주 교수는 "기존 선로의 공유보다는 신규 노선 발굴에 중점을 둔 만큼 더 많은 재정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E와 F노선은 서울시 외곽 구간의 수요가 낮아 전체 노선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또 박 교수는 "F노선은 현재 건설 중인 A노선과 서울 시내 구간에서 경쟁구도가 될 수 있어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수요가 낮으면 민자 유치도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동선 교수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미흡하고 노선별로 서울 도심 축과 연계가 부족해 보여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누가 돼도 대폭적 계획 수정 필요  

이재명 후보의 2기 GTX 구상. [자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2기 GTX 구상. [자료 더불어민주당]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 정도의 대규모 GTX 투자가 정당화되려면 수도권 인구가 적어도 20~30년간 매년 5% 이상씩은 늘어야만 할 것"이라며 "매년 대규모 운영적자도 우려된다"고 지적하는데요.

 이렇게 따져보면 결국 누가 되더라도 GTX 관련 공약은 대폭적인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두 후보의 공약 모두 실제 착공 시기가 언제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 GTX 노선의 진행 상황만 봐도 사업추진이 녹록지 않기 때문인데요.

 A노선만 제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 B노선은 수요 부족 탓에 전 구간 민자유치가 어려워 사업방식 변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C노선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당초 예정이던 지난해 하반기를 넘겨 계속되고 있는데요.

 2기 GTX사업 역시 사전타당성검토와 예비타당성조사 등 관련 절차 등을 통과해 사업자 선정과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차기 대통령 임기 내에 착공이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