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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북극성 잃은 메타, 주목받는 AAA...갈라진 美 빅테크 미래

중앙일보

입력

구글(알파벳), 애플, 페이스북(메타), 알파벳 등 빅테크. 중앙포토.

구글(알파벳), 애플, 페이스북(메타), 알파벳 등 빅테크. 중앙포토.

지난 8일(미국 현지시각) 메타의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2일) 후 하루 만에 미국 증시 사상 최대 낙폭인 2320억 달러(280조원)치 시총이 증발했던 여파다. 메타는 일주일간 주가 하락을 거듭하다 9일 반등에 성공해 시총 6300억 달러 선까지 회복. 하지만 올들어 기업가치 3000억 달러(359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메타는 8일 이후 그래픽카드 전문기업 엔비디아에 시총순위가 밀려나며 나스닥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왜 중요해?

● 빅테크 기준 위태로운 메타 : 지난해 6월 미국 하원은 ‘플랫폼 독점 종결법’을 내놓으며 규제 대상 빅테크 기준을 미국 내 월간 사용자(MAU) 5000만명 이상, 시가총액 6000억 달러 이상 기업으로 삼았다. 당시 메타는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리던 중. 하지만 8개월 만에 규제 대상에서 빠질지도 모르는 ‘웃픈(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상원에서 심사 중인 반독점법안은 180일 평균 시총 5500억 달러 이상이 규제대상.
● 'FAANG' 권불십년? : 2013년 미 경제매체 CNBC 경제쇼 진행자 짐 크래머가 시장 지배적인 IT기업 페이스북(메타)·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FANG'은 2017년 애플을 추가해 'FAANG'으로 불려왔다. 짐 크래머는 지난해 10월 넷플릭스를 빼고 시총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시켜 'MAMAA'라 부르자고 제안(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 아마존, 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하지만 이젠 메타마저 제외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락을 거듭한 메타의 시총(6300억 달러)은 아마존(1조 6350억 달러)의 3분의 1수준. 애플(2조 8770억 달러), MS(2조 3330억 달러), 알파벳(1조 8710억 달러)과는 격차가 크다.
● 트리플A로 쏠리는 눈: 메타의 주가 하락은 애플·알파벳·아마존과 대조되는 모습. 지난달 28일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다음날 주가가 7% 올랐고, 알파벳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과 20대 1 액면분할(7월 예정) 기대감으로 주가가 7% 상승(2일)했었다. 아마존은 실적발표(3일) 이튿날 13.5%나 주가가 상승하며 미 증시 일일 시총 상승 신기록(1910억 달러 상승)을 기록. 포브스는 “FAANG은 죽었다. AAA(아마존·알파벳·애플)를 주목할 때”라고 평가했다.

나스닥 시가총액 순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스닥 시가총액 순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메타는 왜?

월간 사용자 35억 9000만명(지난해 4분기)을 보유한 소셜네트워크 제국이 흔들리는 건 둔화된 성장세, 사용자 프라이버시 강화 움직임, 불확실한 미래 때문.
● 메타의 주력 페이스북의 일사용자(DAU)가 전 분기 대비 100만명 줄었다. 페이스북이 출시된 2004년 후 18년 만에 사용자 감소. 마크 저커버그 CEO는 “틱톡의 성장으로 유례없는 경쟁에 직면했다”고 분석. 블룸버그는 “사용자 기반을 계속 확장할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는 결국 존재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4월 애플이 바꾼 광고추적정책 변화(사용자 추적 동의정책)도 메타에 타격을 줬다. 모바일 전문 시장분석업체 플러리애널리틱스의 지난해 12월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의 24%만 광고 추적에 동의. 수익의 99%를 광고에서 올리는 메타로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메타 데이브 웨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플 정책변경으로 올해 매출 손실액이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2023년부터 브라우저 크롬의 제삼자 쿠키 수집을 제한하기로 해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
● 장기적으론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올인 전략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처음 실적이 공개된 메타버스 핵심 사업부서 리얼리티랩스는 4분기에만 33억 달러, 지난해 누적 102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올해는 손실이 더 커질 전망. 실적 증명과 메타버스 전환이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최근 10일간 빅테크 주가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10일간 빅테크 주가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빅테크 지형 변화의 배경은?

3가지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는 중.
① 애프터코로나(AC) : 코로나 특수의 끝이 보인다. 미 연방준비위원회는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투자자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 눈을 돌린다. 확실한 실적과 보상이 아니라면 미래가치에 투자할 이들이 줄고 있단 말. 워싱턴포스트는 “금리 인상은 미래 이익 가능성에 기대 주가를 높인 테크 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② 기술 중심 시대 : 사용자 확보로 경쟁하는 메타·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은 주춤. 반면 IT기술 기반으로 서비스·상품을 파는 애플·MS·알파벳·아마존 등은 성장이 견고하다. 사용자 규모에 기반한 광고 비즈니스 모델보다 다양한 기술에 투자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MS·알파벳·애플은 클라우드컴퓨팅, 디지털헬스케어,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기술 기반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루고 있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자상 자산 프로젝트(디엠)를 추진했던 메타는 규제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달 관련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손을 뗐다.
③ 경쟁과 분산 : 미국 혁신 및 경쟁 온라인법(반독점법)이 미 의회 상·하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통과시 앱마켓 독점(애플·알파벳), OS 강요 및 검색시장 독점(알파벳), 자사상품 우대(아마존), 인수합병 및 개인정보보호(메타) 등 빅테크 비즈니스 핵심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 지난해 5월 하원 법사위를, 올해 1월 상원 법사위를 통과한 만큼 조만간 입법 가능성이 높다. 상하원 모두 가을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 전에 통과시키겠단 방침. 블록체인·NFT(대체불가능 토큰)에 기반을 둔 탈중앙화된 웹 3.0 논의가 커지는 것도 향후 빅테크 지형변화에 중요 요소다.

앞으로는

막차 경쟁 : 빅테크들은 미 의회에서 반독점법이 통과되기 전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경쟁력 확보 중. MS는 지난해에만 56건 인수합병에 257억 달러를 썼고, 올해도 블리자드 인수에 687억 달러(82조원)를 쏟아부었다. 아마존도 MGM 스튜디오(85억 달러) 등 지난해 29개 회사를 인수. 알파벳도 AI 음성기술회사 뉘앙스 커뮤니케이션(190억 달러) 등 22건의 인수합병을 했다. 메타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법 위반(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건) 소송과 영국 경쟁 당국의 '움짤'(짧은 동영상) 플랫폼 기피(4억 달러 인수) 인수 철회 명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 인수합병 막차에 누가 타는지에 따라 향후 빅테크 지형도가 요동칠 수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 코로나 팬데믹으로 무너진 공급망과 물가상승도 빅테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반도체나 원자재 부족은 스마트기기를 만드는 애플, 컴퓨팅 기업인 엔비디아, 전기차 테슬라 같은 기업엔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 노동력 부족과 물가상승은 아마존에 부담요소다. 여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으로 에너지 가격상승 위험과 미·중갈등 요소도 상존. 파이낸셜타임즈는 “테크기업이 아직 공급망 문제와 노동력 부족, 인플레이션 효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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