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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중 뒷차 추월하자…'눈 13개' 상암자율차가 보인 반응 [르포]

중앙일보

입력

돌발 상황 생기니 ‘멈춤’…신호 엄격히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파출소 앞. 스마트폰 앱 ‘TAP(탭)!’으로 자율주행차를 호출하니 5분여 만에 검은색 니로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갓길에 멈춰섰다. 차량 운전석엔 안전요원이 탑승해 있었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부는 센터페시아와 조수석 뒷쪽에 태블릿이 설치돼 있는 것 말고는 일반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블릿 화면엔 자율주행차가 인식하는 주변의 사물, 지형지물 등이 표시됐다.

안전요원은 출발 후 10여m를 직접 몰다 태블릿의 ‘자율주행 버튼’을 눌렀다. 손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핸들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전요원은 어린이 보호구역 등 법으로 자율주행이 제한된 곳 외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달릴 때의 승차감은 사람이 운전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도로의 최대주행 속도(시속 50㎞) 이하에서 앞차와 5~6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적색’ 신호 상황에선 10m 전부터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우회전 구간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깜빡이가 켜지고 차로를 오른쪽으로 변경했다. 보행 신호가 켜져 있거나 보행자가 횡단 중이면 정지상태를 유지했다. 우회전 중 뒤차가 추월하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자 곧바로 멈춰 섰다.

상암동 자율車 유상운송 시작 

10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일원에서 자율주행차 운송 정식 서비스가 시작돼 차량에 탑승한 관계자가 자율주행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일원에서 자율주행차 운송 정식 서비스가 시작돼 차량에 탑승한 관계자가 자율주행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뉴스1]

10일부터 상암동에서 자율차 유상운송이 시작됐다. 시민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자율차를 불러 탈 수 있게 됐다. 운행지역은 상암동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내. 호출 방법은 카카오t택시나 우버 호출과 비슷하지만, 아직은 버스정류장처럼 정해진 곳에서만 탑승해야 한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찍으면 앱이 가장 가까운 탑승·하차 장소를 보여주는 식이다. 요금은 2000원으로, 앱에 결제수단을 등록하면 자동결제된다.

자율차 운행 노선은 2개다. 상암 A01 노선엔 3대, A02 노선엔 1대 차량이 각각 배정돼 있다. A01 노선 정류장은 DMC역 8번출구, 난지천공원, 상암월드컵 8단지, 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등이다. 거리는 5.3㎞다. A02 정류장은 상암초등학교, DMC첨단산업센터 등이다. 거리는 4㎞정도 된다.

자율주행차 호출앱 'TAP!' 화면. 출발지와 도착지를 찍으면 가장 가까운 자율차 승하차 정류소를 안내한다. [TAP! 캡처]

자율주행차 호출앱 'TAP!' 화면. 출발지와 도착지를 찍으면 가장 가까운 자율차 승하차 정류소를 안내한다. [TAP! 캡처]

카메라, 레이더가 보고 AI가 판단 

자율차에는 총 3종류의 ‘눈’이 달렸다. 일반 택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A01 노선 자율차운행업체인 포티투닷(42dot)에 따르면 차 상하좌우엔 카메라 7대가 장착됐다. 신호등의 색과 주변 장애물을 판별하는 기능을 한다. 차 앞에 큰 트럭이 있어 신호등이 보이지 않을 땐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신호 정보를 이용해 출발·멈춤 등 상황을 판단한다. 5대의 레이더도 장착됐다. 전파를 사방으로 쏘아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 주변 사물과 사람을 인식한다.

42dot 관계자는 “이 같은 정보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상암 자율차의 경우 고가의 라이다(LiDARㆍLight Decention And Ranging) 장비 없이도 주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파를 이용하는 레이더와 달리, 라이다는 빛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인지한다. “대당 5000만~1억원의 라이다 없이도 주행이 가능하면 자율차 상용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42dot 측의 설명이다.

상암동 일대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엔 7대의 카메라와 5대의 레이더가 설치됐다. [서울시]

상암동 일대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엔 7대의 카메라와 5대의 레이더가 설치됐다. [서울시]

“갓길에 차 많더라”…주행패턴 변경도 

자율차는 정해진 구간을 반복해서 돌며 데이터를 쌓고, 이에 따라 주행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서부면허시험장 옆 가양대로(4차로)에선 자율차가 2차로로 주행하는 패턴을 보였다. 42dot 측은 “첫 운행 땐 인도 쪽 차로로 달렸지만, 갓길에 운전교육 중인 차량이 많다는 정보가 쌓였기 때문”이라며 “AI가 이를 근거로 차로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량이나 사람이 갑자기 뛰어들어 방향을 바꿔야할 땐 운전자 개입이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상암동에 총 12대까지 자율차 유상운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내엔 청계천에 자율주행 순환버스도 도입한다. 여러 업체가 자율차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호출 플랫폼은 하나의 앱(TAP!)으로 통일될 전망이다. 자율차를 이용해 유상운송을 할 수 있는 ‘한정운수 면허’와 함께 자율주행 호출 플랫폼을 운영하는 ‘운송플랫폼 사업자’ 역시 42dot이 선정돼서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자율차가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상용화되는 첫 걸음을 시작한 것”이라며 “서울시는 자율차 운행의 선도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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