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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종일 갈팡질팡…‘셀프치료’ 첫날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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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을 돌파한 10일 ‘셀프 치료’가 시작됐지만 온종일 혼란이 계속됐다. 확진 시 어떻게 해야 할지 보건소가 신속하게 알려줘야 하는데, 지연이 되면서 ‘재택 방치’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전화 진료(상담·처방)가 시작됐으나 전산 미비, 약 배송 애로 등으로 환자 불만이 가중됐다. 지역별 24시간 상담센터 명단을 보고 연락하면 엉뚱한 데로 연결됐다. 하루 5만~6만 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 최소한 4만~5만 명이 매일 재택치료나 전화진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확진-분류-비대면 진료-약 처방-배송’의 모든 과정이 삐걱대고 있다.

확진자 급증세는 10일에도 이어져 오후 9시까지 확진자는 4만9721명으로 전날 같은 시각보다 1284명 늘었다.

서울의 이모(52)씨는 지난 9일 새벽 확진 통보를 받았다. 이날 보건소에 10통 이상 전화한 끝에 겨우 연결됐다. 보건소 측은 “확진자 명단이 넘어오지 않았다”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10일 새벽 호흡곤란과 흉통이 와서 잠에서 깼다. ‘이러다 죽는구나’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아내가 급히 119를 불렀다. 구급대원이 재택치료 관리 의사를 연결해 줬다. 의사는 “오전 8시30분에 병원 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0일 오후 2시 입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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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불만이 쏟아졌다. 경기도 고양시 확진자 A씨는 “7일 확진 통보받고 오늘(10일)에서야 역학조사 문자만 왔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보호자는 “아무리 보건소로 전화해도 통화가 안 된다. 코로나19 키트를 못 받았고, 산소포화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셀프 치료의 출발점은 환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신속히 분류하는 것이다. 보건소가 할 일인데 업무 폭주로 따라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환자는 ‘방치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집중관리군(60세 이상 고령자, 50대 고위험군·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은 종전의 재택치료 의료기관이 담당한다. 문제가 많이 생긴 쪽은 일반관리군 확진자다. 신규 확진자의 86.5%다. 10일 부산의 한 ‘호흡기 진료 의료기관’ A의원은 온종일 확진자의 항의에 시달렸다. 확진자 10여 명이 “보건소에서 당신 병원으로 가라는데 왜 안 된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환자 진료관리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24시간상담센터도 연결 안돼 … 재택 확진자들 “재택 방치냐”

결국 수기로 정리하기로 하고 전화진료를 시작했다. 이날 확진자가 나온 학교에선 무증상 밀접접촉자 학생 20여 명을 돌려보냈다. 보건소에서 “동네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해도 된다”고 했는데,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침에는 증상이 없는 사람은 검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10일 24시간 상담센터(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145곳의 명단을 내놨다. 전남 지역의 대부분은 보건소로 돼 있다. 10일 여수시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엉뚱하게 여천전남병원으로 연결됐다.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눌렀더니 “팀이 꾸려진 지 일주일이라 자세히 들은 게 없어 알아보고 전화하겠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재택 확진자를 대면진료 하는 외래진료센터도 70곳에 불과하다. 대구·울산·광주에는 한 곳도 없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전화상담·처방 의료기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19 재택치료 전화상담·처방 의료기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동안 재택진료를 해온 의료기관은 셀프 진료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집중관리군만 맡게 돼 환자가 10분의 1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원장은 “전문의 7명을 전담 의사로 배치하고 간호사를 교육해 하루 최대 700명까지 재택진료를 했는데, 10일 80명도 안 된다”며 “의료진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일반진료군 환자의 약 배송이 가장 골칫거리다. 정부 지정약국은 472곳에 불과하다. 서울은 47곳인데, 강남·서초·성북·노원·구로·마포·강남·양천구에는 1곳씩밖에 없다. 부산의 A의원 환자 2명은 10일 “가족이 지정약국까지 오가는 차비가 더 든다”며 약값을 부담하고 집 근처 약국에서 조제했다.

정부 지침 변경도 혼란을 야기했다. 10일 오전 정부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은 하루 1회만 전화진료를 무료로 받고 두 번째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가 오후 4시쯤 “1일 2회 이상 진찰하더라도 환자 부담이 없다”고 수정했다.

방역 당국은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여러 종류의 코로나19 확진자 의료기관 명단을 올렸다. 용어가 낯설어 뭘 하는 곳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평원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6종류(오전엔 5종류)의 명단을 올렸다. 호흡기 전담 클리닉, 전화 처방 상담 호흡기 전담 클리닉,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전화 상담 처방 동네의원,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 등이다. 네이버에 ‘코로나 병원’을 검색하면 선별진료소, 임시선별검사소, PCR검사기관, 신속항원검사 기관, 국민안심병원 등 7종의 명단이 올라 있다. 의료기관 리스트가 12종에 달한다.

한편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국내 접종이 오는 14일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 백신의 이상 반응 우려에 접종을 미뤄온 미접종자 340만 명을 대상으로 적극 활용된다. 18세 이상에게 21일 간격으로 0.5mL씩 2회 접종한다. 3차 접종이 필요한 경우 3개월 뒤 접종해야 한다.

정부는 10일 신속항원검사 키트 수급 대응 방안을 공개했다. 오는 13일부터는 신속항원검사 키트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고 오프라인은 유통 경로가 단순하고 접근성이 확보된 약국·편의점 등으로 판매처를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21일부터는 감염에 취약한 어린이집(원생·종사자), 노인복지시설 등 약 216만 명에게 주당 1~2회분의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무상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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