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용균씨 사건 원청업체 대표 무죄…하청업체는 유죄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2.02.10 17:41

업데이트 2022.02.10 17:48

법원 "서부발전 대표 위험성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워"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와 관련,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김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대표와 안전관리 책임자들은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12월 숨진 故 김용균씨 관련 책임자들에게 법원이 10일 무죄 및 집행유예형을 선고한뒤 김씨의 모친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018년 12월 숨진 故 김용균씨 관련 책임자들에게 법원이 10일 무죄 및 집행유예형을 선고한뒤 김씨의 모친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64)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청업체 대표·안전관리 책임자 집행유예

한국발전기술 백남호(68) 전 대표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이 선고됐다. 이들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 12명에게는 벌금 700만원~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박 판사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두 회사에도 벌금 1000만원과 1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박상권 판사는 “피고인들은 공판 과정에서 상대방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거나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며 “유족들이 받았을 정신적인 고통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을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故 김용균씨 어머니가 사고 직후 김씨의 숙소에서 유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지난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故 김용균씨 어머니가 사고 직후 김씨의 숙소에서 유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이어 “태안발전소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유사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피고 개개인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행위가 모여 이 사건을 유발했고 경중은 다르지만 사고를 막지 못한 피고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는 “(다만) 피고인 대부분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거나 동종 전력 또는 집행유예 이상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용균씨 모친 "법원은 왜 우리를 보호하지 않나" 호소 

1심 선고 직후 고 김용균씨의 모친인 김미숙씨는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는데 (법원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라며 “재판은 억울한 사람을 위해 제대로 밝혀달라고, 처벌해달라고 있는 것인데 법원은 왜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항소하고 대법원까지 갈 것이다. 국민께서도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10일 오후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 故 김용균씨 사망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가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0일 오후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 故 김용균씨 사망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가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규정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김씨가 작업 과정에서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8월 3일 김 전 대표 등 14명을 기소하면서 양벌규정에 따라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법인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등 법인 2곳도 함께 기소했다.

피고인둘, 재판 과정에서 "작업환경 안전했다" 책임 회피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 시킨 적 없다 등 사고 3년이 지나도록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작업환경은 안전했다”, “김용균씨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한국서부발전 안전관리 책임자인 한 임원은 “안전을 고려해서 점검해야 하는데 (김용균이) 안에까지 들어가서 작업하다가 사고가 나니 답답하다”고 말해 법정에 나온 김용균씨 가족과 동료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故 김용씨 유품.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지난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故 김용씨 유품. [사진 시민대책위원회]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20분쯤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설비에서 컨베이어 벨트와 아이들러(롤러) 사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입사한 지 3개월여 만이었다.

김씨 사망 이후 이른바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 16일부터 하청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원청 업체의 책임이 강화됐다. 김씨 어머니의 단식투쟁으로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김용균씨, 2018년 12월 11일 숨진 채 발견돼

2020년 8월 검찰이 김병숙 전 대표 등을 기소한 뒤 10차례(현장검증 1차례 포함)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중대 재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데도 피고인들이 업무를 소홀히 해 김씨를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다”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한국서부발전이 김씨가 작업하는 공간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다 컨베이어벨트 사고 가능성이 큰데도 방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안전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 대표였던 박 전 대표는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에도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을 따르지 않고 9·10호기를 가동한 혐의가 추가됐다.

지난 2018년 12월 11일 비정규직 노동자였뎐 故 김용균씨가 일하다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신진호 기자

지난 2018년 12월 11일 비정규직 노동자였뎐 故 김용균씨가 일하다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신진호 기자

이어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부문을 하청업체에 도급·위탁하는 방식인 ‘위험의 외주화’ 구조에서 원청과 하청업체 노동자의 실질적 지휘·감독을 규명했다”며 “원청과 하청업체 대표는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방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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