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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마지막 추경인데…"증액 안된다" 유독 반대 심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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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부가 편성한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정치권의 증액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추경 증액을 반대하고 있는 정부에게는 물가‧금리 말고도 고민이 더 있다. 바로 ‘한국 경제의 평판 자체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신용에 ‘노란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와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와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연합뉴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국제 신평사 무디스와의 연례협의를 열 계획이다. 3월에는 S&P와의 연례협의가 예정돼 있다. 신평사는 연례협의에서 파악한 한국의 경제 동향과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이달 중 추경 증액이 결정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1%(정부 추경안 기준)보다도 높아진다면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정준칙엔 ‘빨간불’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아래로, 또는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은 이번 정권에서 사실상 물건너 갔다. 지난해 국제 신평사들이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피치는 “다가오는 대선이 중기 재정 전망에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다”며 “주요 후보가 계속된 재정 지원을 주장하면서 선거 이후에도 재정 적자의 축소 폭은 적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자본 유출 위험 커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모습. 김상선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모습. 김상선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제 신평사는) 정부가 재작년에 제출한 재정준칙이 말로만 하고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어  “(추경으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며 금리가 오르거나 신용평가등급이 떨어질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재정적자까지 커지면 신평사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평가가 나빠지면 국내 자본 유출의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이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자본 유출이 더 빨라지면서 고유가, 가계부채, 부동산 버블을 겪는 한국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통화정책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하는 반면 정치에 압도된 재정정책은 돈을 풀고 있으니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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