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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3만원? 2장 긁어" 김혜경 제보자 '법카 쪼개기' 폭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그 측근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을 폭로한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 A씨가 이른바 ‘카드 쪼개기’에도 동원됐다고 10일 주장했다. 이는 전날 김씨의 사과 기자회견에 “중요한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며 내놓은 반박성 폭로다.

배씨 “12만원 넘네? 2장 긁어라” 지시

김혜경씨의 측근 배모씨와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 A씨의 지난해 4월 통화 내용 중 일부. 사진 중앙일보 영상 캡처

김혜경씨의 측근 배모씨와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 A씨의 지난해 4월 통화 내용 중 일부. 사진 중앙일보 영상 캡처

A씨 측이 이날 공개한 지난해 4월 30일 당시 경기도청 총무과 직원 배모(여)씨와 A씨의 통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배씨가 A씨에게 “12만원 안쪽으로 (법인카드를) 2장 긁으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한도에 맞추기 위해 법인카드를 쪼개 계산한 정황”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배씨=“그러면 지난번에 안 한 영수증 가져가서 오늘 13만원이 넘거든요. 오늘 거 12만원 하나 긁어오고.”
▶A씨=“네.”
▶배씨=“지난번 거하고 오늘 나머지하고 합쳐가지고 하나로 긁어오세요. 무슨 말인지 알죠?”
▶A씨=“네. 12만원에 맞추면 되는 거죠. 양쪽으로.”
▶배씨=“네. 12만원 안쪽으로 2장으로.”

A씨 등에 따르면 인원수 등을 고려해 당시 총무과에서는 1회 비용 한도를 최대 12만원으로 정해놨다고 한다. 그 한도를 넘어서자 해당 건은 취소하고, 이전 결제 건과 합쳐 12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재결제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일단 개인카드로 결제한 뒤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긁는 방식이 되풀이됐다”고 주장했다.

분당 식당 등에서 결제 후 배달 

A씨가 공개한 카드 사용 내역. 12만원 이내로 주로 분당에 있는 식당에서 결제됐다. 사진 A씨 측

A씨가 공개한 카드 사용 내역. 12만원 이내로 주로 분당에 있는 식당에서 결제됐다. 사진 A씨 측

A씨가 공개한 카드 결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10월 여섯 달 동안 A씨는 성남 분당구에 있는 베트남식당(11만원),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일식당(10만원), 분당구에 있는 복요리 전문점(12만원) 등에서 개인카드로 10여 차례 결제했다. 이후 해당 카드 결제 건은 취소한 후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계산했다고 한다.

해당 식당들은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보다는 이 후보 자택이 있는 분당구에 주로 몰려 있었다. A씨가 사용했던 경기도 법인카드는 주로 총무과 의전팀 법인카드였다고 A씨 측은 전했다. A씨는 “배씨 지시에 따라 해당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분당 수내동(이 후보 자택)으로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카드 바꿔치기’(개인카드→법인카드)했다고 주장한 식당 10여곳은 지난해 경기도지사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부 식당의 이름은 경기도청 노동정책과 등 다른 과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서 발견됐다. A씨가 결제한 지 사흘 뒤 같은 금액이 집행되는 식이다. A씨는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등을 김씨에게 묻고 싶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해당 사용 내용 등을 추가로 공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관련 내역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회계사는 “A씨가 어떤 법인카드를 썼는지는 중요한 문제”라며 “(사용 내역이 이 후보 관련 업무라) 도지사 업무추진비에 포함돼야 할 텐데, 총무실 업무추진비 등에 포함됐는지나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출되지 않았다면 출장여비 등 어느 항목으로 관련 경비가 들어갔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경 “끝까지 의혹에 책임” 사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김씨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사적 심부름 등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김씨는 “최선을 다해 (감사와 수사에) 협조하고, 결과가 나와 책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김씨 사과에서 사실관계나 위법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입장문을 내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정확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10일 한국노총 정책 협약식에서 “공직자로서 남편으로서 부족함과 불찰이라고 말씀드린다”며 재차 사과했다.

수원지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남부경찰청 이첩 

한편 수원지검은 국민의힘이 지난 3일 이 후보와 김씨, 배씨 등 5명을 대검에 고발한 사건을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했다. 국민의힘은김씨가 사적인 일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개인의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직권남용과 강요, 의료법 위반, 국고 손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에도 “배씨가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기 위해 경기도에 채용됐다”며 이 후보와 김씨, 배씨를 국고 손실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도 경기남부경찰청에 넘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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