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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재난’ 단 5년간 대학생 24%, 군입대 인원 30% 줄어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생 인구는 24% 줄어들고, 군에 입대할 만 20세 남성 수는 24만 명으로 30% 급감한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합계출산율)는 0.6~0.7명으로 추락한다. 2020년과 2025년, 단 5년 사이 벌어질 ‘인구 재난’이다.

2022년 첫 병무청 신체검사일인 지난 7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지방병무청 신체 검사장에서 징병 대상자들이 시력 측정 등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2년 첫 병무청 신체검사일인 지난 7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지방병무청 신체 검사장에서 징병 대상자들이 시력 측정 등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전망을 담은 ‘제4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주요 분야 및 논의 방향’이 발표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토대로 생산ㆍ학령ㆍ병역자원 등 주요 부문별 인구 예측을 다시 했다.

수정 전망에 따르면 2020년 3737만9000명이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5년 3561만 명으로 176만9000명(4.7%) 줄어든다. 2019년 인구추계 때보다 감소 폭이 25만 명 더 컸다. 2070년이면 생산가능인구는 1736만8000명으로 2020년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출생으로 인구 감소 시계를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정부는 효과적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상황은 더 악화했다.

당장 2020~2025년 5년 사이 초등학생 수가 14.2%, 대학생은 23.8%가 줄어든다. 이 기간 중학생 수는 2.7% 늘고, 고등학생은 2% 소폭 감소에 그치지만 큰 흐름을 되돌릴 정도는 아니다.

학생 수 20년 후면 반토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학생 수 20년 후면 반토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0년 788만8000명인 학령인구는 2040년이면 446만8000명으로 43.4% 감소한다. 2020년과 비교해 2040년 초등학생(-33.4%), 중학생(-43.2%), 고등학생(-49.4%), 대학생(-51.2%) 가릴 것 없이 학생 수가 반 토막이 난다.

병역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병역의무가 생기는 20세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40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29.5% 감소한다. 2040년 15만5000명, 2045년 12만7000명으로까지 추락한다. 지금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여기에 병 복무 기간 단축 제도 시행으로 해마다 3만4000명 병력을 더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병역자원 감소, 병 복무 기간 단축 등으로 적정 상비 병력 유지가 어렵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수도권 쏠림과 지역 소멸도 ‘발등의 불’이다. 2020년 이미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한국의 인구 감소 지역 비율은 1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7%를 크게 웃돈다. 기재부는 부산ㆍ대구 등 일부 광역시 인구도 향후 20년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병역의무 남성 수도 급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병역의무 남성 수도 급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향후 5년간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심화되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편입, 출산율 악화 등으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며 “이번 달 내 4기 인구정책 TF를 출범해 생산연령인구 확충ㆍ보강, 축소사회 적응력 강화, 고령사회 대비, 초저출산 대응 등 4대 분야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학생ㆍ병역자원ㆍ생산가능인구가 쪼그라들어 경제ㆍ사회 전반이 크게 위축되는 ‘축소사회 도래’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여전히 내놓지 못했다.

2019년 1기 범정부 인구정책 TF가 출범하고 2~3기 활동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최근 0.8명으로 내려앉은 합계출산율이 이를 증명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추락한다. 최악의 시나리오(저위 추계)대로라면 2025년 0.61명으로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

기재부와 통계청은 2024~2025년 합계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겠다고 봤지만 낙관론에 가깝다. 통계청 국제통계연감에 따르면 1960년 6명대에 달했던 합계출산율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소폭이나마 출산율이 올랐던 건(5년 단위 기준) 90년대 초반이 유일하다. 그 이후로는 쉬지 않고 미끄러져 현재 1명 아래다. 정부 관측처럼 합계출산율이 다시 회복하리란 보장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4기 인구정책 TF는 분야별 논의 방향을 제시했다. 1~3기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목표만 있을 뿐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구체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고갈 위기에 놓인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도 “기금 수익률을 제고하고 다층적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과 연계하겠다. 2023년 제5차 재정계산과 연계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도만 제시했다.

‘덜 내고 더 받는’ 지금의 국민연금 구조를 국민 저항을 뚫고 ‘더 내고 덜 받는’ 형태로 바꾸는 게 핵심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피해갔다. 대통령선거를 한 달도 채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 칼자루를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겼다.

이밖에 4기 인구정책 TF는 앞으로 논의해나갈 저출생 대책으로 ▶결혼ㆍ출산 관련 세제ㆍ금융 지원 확대 ▶난임 가정 지원 확대 ▶부부 육아 휴직 활성화 ▶육아ㆍ돌봄 지원 확충 ▶영아기 집중 투자 보완 등을 제시했다. 또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재원ㆍ시설 효율화, 공교육 기능 강화, 고교 학점제 내실화, 대학 정원 합리적 조정 등에 나설 예정이다. 병역자원 확충 방안으로는 부사관 임용 연령 상한 완화, 상근예비역 감축 등 군 인력 충원 체계 개편을 검토 과제로 올렸다. 드론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전력 구조 개편, 예비역 평시 복무제도 확대 등을 통한 예비전력 내실화도 추진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축소ㆍ고령사회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관련 정책 기획과 집행 구조 자체를 바꾸고 가족 구성, 결혼, 자녀 등 달라진 욕구에 따른 성별ㆍ연령별ㆍ계층별 정밀한 진단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 세대가 정책 변화에 있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국가 전체에 부정적이란 점은 일본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며 “한국 역시 젊은 세대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토론,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정책 수용도를 높이고 현실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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