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 마실 물로 만든 '인공 눈'…NASA 위성이 포착한 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2022.02.10 11:48

업데이트 2022.02.10 13:02

인공위성이 포착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장과 봅슬레이 경기장 모습. 하얗게 눈이 쌓인 슬로프가 주변 건조한 산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포착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장과 봅슬레이 경기장 모습. 하얗게 눈이 쌓인 슬로프가 주변 건조한 산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100% 인공 눈으로 치르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모습이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NASA가 최근 공개한 올림픽 경기장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하얗게 눈이 쌓인 알파인 스키장 슬로프의 모습과 주변 갈색을 띤 건조한 산지가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이 사진은 지난달 29일 랜드샛 8호가 촬영한 것이다.

3차원으로 구성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장소. 가운데 위치한 분지가 옌칭이고 오른쪽 평지는 베이징, 왼쪽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곳에 장자커우 시가 자리잡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3차원으로 구성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장소. 가운데 위치한 분지가 옌칭이고 오른쪽 평지는 베이징, 왼쪽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곳에 장자커우 시가 자리잡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스키·봅슬레이 등의 경기가 열리는 곳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74㎞ 떨어진 옌칭 지구 샤오하이투오 산(山)에 있다. 이 알파인 스키 루트는 최대 경사가 68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스키장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 지역 대부분에서는 2월에 평균 3.3㎝의 눈만 내리기 때문에 올림픽 경기 주최 측에서는 300여 대의 제설기를 동원해 스키 경기에 필요한 눈을 만들었다.

인공 눈에 선수들 부상 우려

지난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국립 알파인 스키센터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슬라롬 런 2 경기에서 노르웨이의 미나 퍼스트 홀트만 선수가 경주 중 넘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국립 알파인 스키센터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슬라롬 런 2 경기에서 노르웨이의 미나 퍼스트 홀트만 선수가 경주 중 넘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100% 인공 눈으로 치르는 동계올림픽에 대해 선수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선수들은 인공 눈에서 진행하는 경기가 자연 눈에서 진행하는 경기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공 눈의 경우 거의 30%가 얼음이고 공기는 70%지만, 느슨하게 쌓이는 자연 눈은 공기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 눈의 경우 수많은 작은 구형 얼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인공 눈 슬로프에서 경기하면 자연 눈 슬로프에서 하는 것보다 속도가 더 붙고 물리적으로도 더 힘들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도 넘어질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하면 더 심각하게 다칠 수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인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스키장에서 이탈리아 스노우 시스템 제조업체 관계자가 제설기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1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인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스키장에서 이탈리아 스노우 시스템 제조업체 관계자가 제설기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때문에 지상에서 제설기로 눈을 만들기보다는 항공기를 동원해 요오드화은(AgI)을 뿌리는 '인공강우' 방법으로 눈을 뿌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방법으로 강설량을 높인 사례가 국내외에서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제설기로 푹신한 눈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2억 명이 하루 마실 물 소비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2022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옌칭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 스키장에서 스노우캣 차량(설상차)이 눈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2022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옌칭 국립 알파인 스키 센터 스키장에서 스노우캣 차량(설상차)이 눈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환경운동가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물 부족과 관련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사용되는 인공 눈은 인근 저수지에서 끌어와서 만들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따르면 이번 동계올림픽에 쓰일 인공 눈을 만드는 데는 200만㎥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적지 않은 양이다.
여기에 인공 눈의 수명을 최대화하기 위해 물에 화학물질을 첨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변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설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주변 야생 동물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사용되는 전력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채우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주요 지역 가운데 하나인 허베이 성 장자커우(張家口) 시는 1400만㎾ 규모의 풍력 발전단지를 설치했고, 다른 곳에도 700만㎾ 규모의 태양전지판을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온난화로 동계올림픽 개최할 곳 없어져

역대 동계 올림픽 개최지의 2080년 재개최 가능 여부. (CURRENT ISSUES IN TOURISM, 2022)

역대 동계 올림픽 개최지의 2080년 재개최 가능 여부. (CURRENT ISSUES IN TOURISM, 2022)

한편, 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과거 동계 올림픽을 치렀던 장소는 더는 스키 등과 같이 야외 동계 스포츠 경기를 치르는 데 적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창과 베이징을 포함한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 21곳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삿포로 한 곳만이 오는 2080년에도 야외 동계 스포츠 경기를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동계 스포츠가 설 자리도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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