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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털·빙질·판정 이상無… 최민정·이유빈도 메달 사냥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여자 계주 3000m 결승에 진출한 뒤 주먹을 불끈 쥔 최민정. [연합뉴스]

여자 계주 3000m 결승에 진출한 뒤 주먹을 불끈 쥔 최민정. [연합뉴스]

멘털·빙질·판정 모두 이상 없다. 최민정(24·성남시청)과 이유빈(21·연세대)이 내일 여자 1000m에서 한국 쇼트트랙 두 번째 메달 사냥에 나선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나흘 동안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5일 열린 혼성계주 예선에선 박장혁(24·스포츠토토)이 얼음에서 미끄러졌다. 7일 남자 1000m 경기에선 황대헌(23·성남시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가 판정 논란에 막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최민정도 7일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넘어지면서 탈락했다.

기다리던 첫 메달이 나왔다. 황대헌이 9일 열린 1500m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한국 쇼트트랙의 첫 메달이었다. 메달은 손에 넣지 못했지만 이준서와 박장혁도 결승에 진출해 각각 5위, 7위에 올랐다.

대표팀 선수들은 압박감이 컸다. 대회 전부터 예년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코로나19로 훈련 여건이 나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실수와 오심이 이어졌다. 대한체육회도 이를 우려해 심리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심장은 강했다. 황대헌은 "지나간 일이지만, 나도 사람이라 안 괜찮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괜찮아졌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두드렸고, 이렇게 절실하게 벽을 두드리면 안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빙질도 문제가 없었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7일 경기 뒤 "빙질이 굉장히 좋다고 평가했지만 이물질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다들 조금 의문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민정 뿐 아니라 여러 명의 선수가 코너에서 넘어졌다.

쇼트트랙 국제심판인 최용구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경기장 문제를 짚었다. 최 이사는 "피겨와 쇼트트랙은 빙질이 다르다. 오전에는 피겨 경기가,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려 (양질의 빙질을 유지하는 데) 문제를 겪는 것 같다"고 했다. 7일 경기에선 피겨 경기 종료 후 6시간 만에 쇼트 경기가 열렸다.

그러나 앞으로는 빙질 문제가 줄어들 전망이다. 피겨와 쇼트 경기가 같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피겨-쇼트-피겨-쇼트 순서로 하루씩 경기가 열린다. 실제로 쇼트트랙 경기만 열린 9일에는 넘어지는 선수가 줄어들었다. 안상미 위원은 "오전에 피겨가 있는 날은 얼음을 급하게 얼린다. 당연히 빙질이 좋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기장도 추웠다. 얼음도 얼음이지만 실내온도도 선수들에게 (근육이 수축되는 등)영향을 끼친다. 실수가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런쯔웨이가 과장된 액션을 취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9일 오후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런쯔웨이가 과장된 액션을 취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록 기자

판정도 이상 없었다. 1500m 준결승에사 박장혁은 런쯔웨이(중국)과 가벼운 충돌이 있었고, 런쯔웨이가 손을 들었다. 심판은 뒤에서 건드린 런쯔웨이에게 실격을 내렸다. 이준서는 "오늘 판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중국 선수를 보고 '실격 당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실격당했다. 공정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쁘지는 않았다"고 했다.

외부요인이 모두 제거된다면 추가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11일에는 최민정과 이유빈이 여자 1000m에 출전한다. 최민정은 이번 시즌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부상 여파를 딛고, 첫 금메달을 1000m에서 획득했다. 이유빈도 1000m 랭킹 12위지만 충분히 입상을 노려볼만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 베이징=김경록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 베이징=김경록 기자

특히 에이스 최민정의 경기력은 9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눈부셨다. 마지막 주자로 나서 3위로 교대했으나 아웃코스로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를 추월하고, 결승행을 이끌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은 종목이 많아서 흐름이 중요하다. 좋은 흐름을 가져온 것 같다. 대헌이가 잘 시작한 만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보겠다"고 말했다.

대진운도 나쁘지 않다. 최민정은 준준결승에서 우승후보들을 대부분 피했다. 월드컵 랭킹 2위에 오른 크리스텐 산토스(미국)를 제외하면 무난하게 이길 수 있는 상대들과 배정됐다. 이유빈도 톱랭커들을 모두 피했다. 반면 1조에는 3시즌 연속 랭킹 1위를 차지한 수잔 슐팅, 이번 시즌 4위 잔드라 벨체보르(이상 네덜란드), 그리고 중국 선수들(한위퉁, 취춘위)이 몰렸다.

2018 평창 대회 은메달리스트 킴 부탱(캐나다)의 탈락도 우리에겐 호재다. 부탱은 이유빈과 함께 나선 예선 경기에서 결승선 직전까지 1위를 달리다 넘어졌다.

대표팀은 9일 계주 준결승에서 정예 멤버로 나섰다. 과거에는 선발전 순위가 가장 낮은 선수도 메달을 따게 해주기 위해 예선에서 출전시켰지만, 이번에는 박지윤(고려대)을 제외했다. 한국 선수단의 의지는 그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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