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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테슬라 주가 전망

중앙일보

입력

2021년 한 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산 미국 주식, 테슬라! 일단 객관적인 부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테슬라의 2021년 4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30만8600대를 팔아(고객에게 인도해) 2021년 한 해 ‘마(魔)의 100만 대’에 근접하는 93만6172대를 파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20년 대비 87% 증가한 수치입니다. 코로나, 공급망 문제, 반도체 부족 사태를 다 뚫고 말이죠.

4분기 매출 177억 달러(약 21조2329억원)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요. 매출총이익 29.2%도 컨센서스보다 높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54%나 상승! 테슬라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는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조차 역대급 실적은 인정하고, 목표주가까지 살짝 높여잡았습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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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이 실적 발표 직후 (1월 26일 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는데요. 일론 머스크 CEO가 “2022년엔 새 모델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측면이 컸습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앞으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등장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곧 10% 급등해 하락분을 만회하긴 했지만(그 후 또 떨어졌…) 기존 자동차업계 관행상 부분변경 모델조차 내놓지 않고 기존 모델만 가지고 판매 대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게 투자자들에겐 좀 무모하게 들렸나봅니다.

또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기대를 모아왔던 스포츠카 ‘로드스터’와 트럭 ‘세미’,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도 최소 내년까지 출시가 미뤄진다는 것이어서 실망감을 더했습니다. 이들 모델은 원래 2020~2021년에 내놓겠다고 공언했었는데요. 폭스바겐 전기차 물량 공세에 대항할 2만5000달러 짜리 컴팩트카도 현재 개발 중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테슬라 옹호론자들은 모델X도 원래 2013년 출시 계획이었는데 미뤄졌다며 별 일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테슬라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사진 테슬라

그럼 새 모델 안 내놓으면 올해는 뭐 할 거냐. 일론 머스크는 기존 모델 생산능력을 늘리는 한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음.. 너무 엉뚱하게 들리지만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이 로봇이 자동차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 될 거라고 합니다.

아까 10% 넘게 떨어졌다 곧 10% 반등했던 이유는 머스크가 1년에 50%씩 ‘넉넉히’ 성장할 거라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그럼 올해는 새 모델 출시 없이 연말까지 최소 140만대는 팔겠다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테슬라 매장. 사진 셔터스톡

독일 베를린의 테슬라 매장. 사진 셔터스톡

202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완성차 모델은 도요타 코롤라로 110만대를 팔았는데요. 테슬라 판매량의 97%가 모델3와 모델Y 딱 두 모델인 점을 생각하면 단순 계산으로는 쉽지 않아 보이죠. 이에 대해 머스크는 “FSD(테슬라의 운전자보조기능)의 진가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테슬라 판매는 단순히 차 판매가 아니라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반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근대 자동차 태동기의 포드 모델T 사례를 들며 테슬라 전략에 회의감을 나타냈습니다. 1921년 포드 모델T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했습니다. 1920년대 내내 ‘단일상품’을 많~이 생산하는, 그러니까 외형적으로는 지금의 테슬라 전략을 고수했는데요. 1927년에 이르러 점유율이 16%까지 빠졌습니다. 경쟁업체들이 다양한 차종을 내놨기 때문이죠. 특히 GM이 저가 모델인 쉐보레부터 고급 모델 캐딜락까지 다양화 하면서 1위 업체로 올라섰습니다.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자동차 본사를 재현한 건물 앞에 선 모델T. 사진 셔터스톡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자동차 본사를 재현한 건물 앞에 선 모델T. 사진 셔터스톡

이런 분석은 일견 지금의 시장 양상과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포드처럼 테슬라도 선발주자이긴 하지만 지금 폭스바겐이 유럽에서, GM이 북미에서 엄청난 전기차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다시 평행이론으로 돌아가면 GM은 쉐보레 이쿼녹스와 캐딜락 전기차 모델 등 다양한 상품 전략을 구사하고 있죠. 폭스바겐도 ID.3를 시작으로 컴팩트, SUV 모델도 속속 준비해 일부 유럽 국가에선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회의적이던 도요타까지 가세하면 글쎄요, 테슬라의 140만~150만대 목표, 더 요원해 보이는데요.

베를린 공장, 텍사스 공장 등 신규 물량이 현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테슬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는 여러 정책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가 정보를 빼갈 수 있다며 일부 관공서에 테슬라를 들이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적도 있죠.

그래도 머스크는 여전히 여유롭습니다. 그는 “장기적으로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이익 창출원은 FSD가 될 것”이라며 “경쟁업체들이 FSD를 따라 오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테슬라의 우위를 자신하고 있는 건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율주행 수준의 FSD가 올해 출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는 FSD 기능을 1만2000달러에 별도로 판매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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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 사이트 팁랭크스에 따르면 테슬라 목표주가를 제시한 19명의 월가 애널리스트 가운데 13명이 BUY, 4명이 HOLD, 2명이 SELL을 제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목표주가가 높게는 1580달러에서 낮게는 300달러까지 (평균은 1177달러), 레인지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입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차 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돼 있는 테슬라 매출이 앞으로 5년 안에 GM과 포드를 합한 것의 2배가 될 것이라며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130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반면 JP모건과 바클레이즈는 주로 전통적인 자동차업계의 시각에서 테슬라 주가가 터무니없이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300달러는 좀…)

결국 테슬라 주가의 향방은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파워와 신사업(로봇?) 등을 얼마나 IT 기업의 그것으로 치환해서 상상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어쨌든 테슬라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동차업계의 관점에서 봐야할지, 이 두 가지 관점에 따라 엇갈린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테슬라가 지금까지 많은 회의적인 시각에도 예상을 뒤엎고 성장해 온 점을 평가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단일모델 전략’이 최소한 올해에 한해 유효한다고 판단한다면 BUY, 그런 것들을 다 염두에 둔다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너무 큰 기대감이 묻어있다고 판단한다..해도 팔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작년만큼만 하면 150만대 가능하겠지?

※이 기사는 2월 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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