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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⑮ 올림픽서 딱 1번 열린 자동차경주…쿠베르탱 야심이 되레 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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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1863~1937). [사진 IOC}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1863~1937). [사진 IOC}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1863~1937)은 올림픽 부활 운동 모임을 만들고,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1회 올림픽의 막을 올렸다. 해당 모임은 현재 세계 스포츠계를 이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모태가 됐다.

스포츠 통한 화합 꿈꾼 쿠베르탱

당시 프랑스인보다 유럽 내 다른 나라 지식인의 참여가 많았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 인류의 화합’이라는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의 상징 인물로 꼽히는 쿠베르탱이지만 그는 남다른 애국자 중 애국자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같이 열린 2회 올림픽. [중앙포토]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와 같이 열린 2회 올림픽. [중앙포토]

쿠베르탱은 프랑스에서 귀족으로 태어나 남작 작위를 받았다. 당시 귀족들이 주로 택하던 정치가나 외교관의 삶이 아닌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교육자로 나선 이유는 당시 프랑스의 위상 때문이다. 그가 한창 공부하던 1870년대 중후반은 프랑스가 보불전쟁(1870~71)에서 프로이센(독일 동맹)에 패전한 직후다.

보불전쟁 패전의 원인을 ‘나약함’에서 찾았다. 프랑스 국민이 고전적 교육만 받아 나약해졌다고 봤다. 결국 스포츠 교육을 중시하던 당시 최강국 영국에서 해법을 구했고,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정신을 통한 부활을 꿈꾼다.

그는 1900년 조국에서 2회 올림픽을 여는 데 힘을 쏟았다. 파리 만국박람회(EXPO)에 장소와 시기를 맞췄다. 이 행사엔 2000만 명 넘게 방문했는데 당시 인구와 교통 여건으로 봤을 때 엄청난 수준이다. 이후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불어로 ‘아름다운 시대’를 뜻하는 벨에포크(Belle Époque), 즉 프랑스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자동차 경주

파리 올림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동차 경주(모터 레이싱)가 시범 종목으로 열린 대회다. 모터사이클을 포함해 16개 종목에서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렸다. 종목은 상당히 세부적이다. 2인승에서 7인승, 택시에서 트럭, 심지어 전기차 부문도 있었다.

파나르 르바소의 4인승 자동차. [사진 시트로엥]

파나르 르바소의 4인승 자동차. [사진 시트로엥]

1900년은 소위 ‘자동차가 우마차를 잡아먹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맹아기로 꼽히는 시기다. 프랑스는 당시만 하더라도 독일과 미국 못지않게 자동차 산업에서 큰 지분이 있었다. 자동차 역사의 오랜 논란거리인 세계 첫 자동차로 1769년 프랑스의 공병 장교 니콜라 조제프 퀴뇨가 군용 목적으로 발명한 증기 자동차로 보곤 한다.

프랑스産 자동차 전 종목 석권 

1887년 세계 첫 자동차 제작사 ‘파나르 르바소’(이후 시트로엥·르노 등에 인수합병)가 프랑스에서 문을 열기도 했다. 타국보다 강점이 있던 자동차 산업을 앞세워 프랑스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쿠베르탱의 야심이 녹아 있던 것이다. 경주 결과, 16개 전 종목에서 르노·푸조 등 프랑스산 차량이 우승을 차지했다.

르노의 초창기 경주용 자동차. [사진 르노]

르노의 초창기 경주용 자동차. [사진 르노]

이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이후 자동차 경주는 정식 종목은커녕 시범 종목에도 채택되지 않았다.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상업화 올림픽의 시점으로 평가받는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대회를 앞두고 논의가 이뤄졌지만 결국 시범 종목에도 명함을 내지 못했다. 당시 미국처럼 양산차 위주로 경주할지, 유럽처럼 고성능 머신이 참가하는 포뮬러1(F1)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자동차 마케팅 활용의 장

그래도 올림픽과 자동차는 여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경기장 밖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장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공식 후원사(TOP)인 도요타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수소차 미라이 등 2000대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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