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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1%로 분양받고 절세까지…강남 재건축 기막힌 꼼수증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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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보유세 등 세금을 줄이면서 조합원 자격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 증여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보유세 등 세금을 줄이면서 조합원 자격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 증여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수상한 99% 증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C씨는 10년 정도 보유하고 있던 강남 재건축 대장주의 하나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아파트 전용 72㎡를 자녀 D씨에게 증여했다. 2019~2020년 두 차례로 나눠 각각 지분 100분의 98, 100분의 1씩 총 100분의 99%를 이전했다.

뜻밖에 C씨와 D씨는 조합원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져 지난해 3월 재건축 조합에 16억여원을 받고 소유권을 넘겼다. 이 아파트가 2017년 사업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현금청산 금액이다. 같은 달 조합원 자격을 승계할 수 있는 다른 집의 최고 실거래가보다 10억원 낮다. 이 주택형 실거래가가 지난해 10월 35억원까지 치솟았다. 최고 실거래가로 따지면 C씨는 조합원 자격 상실로 20억원 가까운 손해를 본 셈이다.

C씨의 현금청산 이유를 두고 업계가 분분했다. 증여한 99%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금청산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2017년 8월 지정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 이혼·상속 등을 제외하고 매매·증여 등을 통한 양도는 조합원 지위를 승계하지 못한다. 반포3주구 조합설립 시기가 2014년 12월이다.

C씨 증여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예외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1주택자로 5년 이상 거주하고 10년 이상 보유하거나 사업승인 이후 3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으면 매매·증여로 조합원 자격을 승계할 수 있다. C씨는 보유 기간 10년이나 미착공 3년 모두 채우지 못했다.

D씨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면서 C씨 소유 1% 지분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에 너무 적어 청산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C씨의 주택 소유 현황을 추가로 확인한 결과 99% 증여 때문이 아니라 5년 재건축 재당첨 제한에 걸려 현금청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 정부 들어 조합원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5년 이내에 다른 재건축 주택을 분양받지 못한다. C씨는 2018년 다른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적이 있다.

일부 지분 소유자도 조합원 인정 

재당첨 제한 적용을 받지 않았다면 C씨는 D씨가 조합원 지위를 잃더라도 1% 지분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까. 실제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99% 증여'가 잇따르면서 재건축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이다. 재건축 주택을 다루는 세무사들은 1%만 남겨둔 99% 증여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결론은 ‘그렇다’이다. 99%의 소유권을 잃더라도 1% 지분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C씨도 이를 염두고 두고 99%를 증여했다가 예상치 못한 재당첨 제한에 걸린 것으로 업계는 본다.

그런데 어떻게 1%로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고 새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을 수 있을까. 1%에 평가되는 기존 자산 가치(권리가액)로는 새 아파트 분양가에 턱없이 모자랄 텐데 말이다.

우선 1% 지분으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하나의 주택을 공유지분으로 여러 명이 소유할 경우 여러 명을 대표하는 한 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 지분의 크기는 상관없다.

법제처도 법령해석에서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가지는 자가 조합설립 인가 후 해당 주택의 소유권 일부를 조합원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공유하게 된 경우 양도인은 조합원 자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강남에서 재건축을 끝낸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 단지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뉴시스

강남에서 재건축을 끝낸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 단지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뉴시스

일부 지분으로 전체 대표하는 조합원 자격 

다음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지분이 현금청산 대상이냐다. 현금청산되면 조합원 자격이 있는 지분만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상당한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분이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지 못하더라도 조합원 지위만 잃을 뿐 현금청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제처도 법령해석에서 “대표조합원은 표면상 1명의 조합원이나 그 실질은 다수의 토지 등 소유자를 대표하는 것이므로 대표조합원이 아닌 토지 등 소유자는 대표조합원을 통해 보유 지분에 해당하는 분양신청을 한 자로 보아야 한다”며 "고 밝혔다.

결국 C씨는 전체 지분을 대표하는 조합원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D씨와 공동소유할 수 있다.

이처럼 99% 증여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에 막힌 재건축 아파트를 우회적으로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

100% 증여하면 조합원 지위 상실로 증여받는 사람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다. 그래서 1% 지분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뒤 1% 지분을 추가로 증여하면 대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주는 셈이다.

99%를 증여하는 것은 절세용이기도 하다. 증여받는 사람이 내는 증여세와 취득세는 각각 시세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분양받은 새 아파트보다 공사 전 재건축 대상 주택 가격이 저렴하다. 지분을 유지하면서 세금을 아끼기 위해 최대한 증여하다 보니 증여 비율이 99%까지 올라갔다. 증여하는 사람은 주택 수를 하나 없애지 못해도 지분을 대폭 줄여 보유세를 절감할 수 있다.

99% 증여는 보유세·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피해 재건축 아파트를 넘겨줄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99% 매도' 편법 늘어날 듯 

1% 지분으로도 주택 한 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통한 재건축 단지 거래 제한을 피해갈 수 있는 꼼수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합원이 99%만 매도하고 재건축 준공 후 1%를 마저 양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거래하면 매수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를 피해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 지분을 가진 여러 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1% 지분과 1%만 조합원 자격이 있는 지분은 다르지 않으냐”며 “아주 작은 지분만 가진 조합원의 온전한 분양 권리를 인정하는 게 편법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0.1% 지분으로도 분양받을 수 있다. 재개발의 경우 너무 작은 땅을 가진 과소필지 소유자는 분양대상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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