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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산소포화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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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사회에디터

장주영 사회에디터

애플이 지난 2020년 9월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6를 내놓으면서 먼저 내세운 기능은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이다. 손목 부위 센서를 통해 15초면 산소포화도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뿐 아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웬만한 업체가 출시한 스마트워치에도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들어간다. 고령화와 수명 증가로 커지는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업체들의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초기 반응은 시큰둥했다. 의료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굳이 매일같이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필요나 이유가 없다고 했다. 스마트기기를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유튜버들 역시 신기하지만 처음 샀을 때 몇 번 해보면 나중엔 관심을 가지지 않을 기능이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산소포화도는 우리 몸속 혈액이 운반하는 산소의 양을 나타낸다. 보통 95% 이상이면 정상으로 본다. 심장 및 폐 건강문제, 수면무호흡 등이 산소포화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면 산소포화도를 꼭 챙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일은 별로 없었다. 동네병원 진료 시에도 대부분 체온이나 혈압을 재는 경우는 있어도, 산소포화도를 재자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 중증인 경우 나타나는 주요 현상 중 하나가 산소포화도 저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확진을 받은 후 숨이 차는(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산소포화도도 확인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오미크론 변이는 주로 상기도 감염이지만 중증인 경우 산소포화도가 내려갈 수 있어서다. 확진자의 산소포화도가 94% 미만으로 내려간다면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10일부터 60세 이상, 팍스로비드 처방자가 아니면 확진자도 ‘셀프치료’ 방식이 적용된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재택치료 대상자가 급증하면서다. 셀프치료 대상자는 체온기나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재택치료 키트를 지급받지 못한다. 각자도생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러니 약국과 쇼핑몰에서 미리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웃돈까지 붙는다. 구매 행렬에 동참하기 전에 본인 혹은 가족이 가진 스마트워치를 먼저 확인하면 어떨까. 거들떠보지 않던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숨어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