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비정규직 제로’로 청년 일자리만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10 00:09

업데이트 2022.02.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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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공기업 경영악화, 신규채용 2년 새 절반

대선 앞둔 여야 후보, 반면교사 삼아야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는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 35곳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은 5917명으로, 2019년(1만1238명)에 비해 절반가량(47.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3분의 2인 23곳에서 신규 채용이 줄었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한 탓도 있겠지만, 현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시작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여파가 크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무리하게 전환하다 보니 조직이 비대해지고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가장 많이 전환한 한전은 신규 채용이 2019년 1772명에서 지난해 1047명으로 40.9% 감소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신호탄은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문 대통령의 선언에 즉각 부응해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원칙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한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정규직 공채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채용 기회를 잃었다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또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기업 직원 수와 총액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다 보니 이후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정부 출연연구소도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25개 소관 출연연의 신규 채용은 2016년 637명이었으나 2018년 487명으로까지 떨어졌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 외에 전체적인 연구 능력까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연구원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고급 연구인력이 들어갈 자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유증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여야 후보들에게도 반면교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준비해 온 수많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고 공공기관 경영도 악화한 결과를 낳았다. 현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렸다가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가 고통을 겪은 것과 똑같은 결말이다. 포퓰리즘이 낳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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