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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질병청 따로, 중대본 따로’ 메시지가 코로나 혼란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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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 관계자들 말이 계속 엇갈리니 혼란스럽다. 희망 고문보다는 정확한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

서울 강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황모(33)씨는 “정부 방역 정책의 방향을 도무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줬다가, 매번 한순간에 꺾어버리는 데 지쳤다고도 했다. ‘계절 독감식의 체제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곧바로 “시기상조”라고 하는 등 정부의 엇갈리는 메시지를 꼬집은 것이다. 경기도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또 다른 소상공인도 “복지부 말 다르고, 질병관리청 말이 다르니 도대체 누구 말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각자도생하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확진자가 폭증하고, 진단·방역 체계도 바뀌며 현장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의 준비도, 국민의 인식 전환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가 추진되면서다. 여기에 정부의 ‘엇박자’ 시그널까지 가세하며 혼선을 키우고 있다.

오락가락한 정부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오락가락한 정부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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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은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며 가중됐다. 오미크론은 감염은 잘 되지만 중증 비율은 낮아 일찍이 ‘독감이나 감기 정도로 약화했다’는 기대감이 퍼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4일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위중증·치명률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의료체계 여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일상회복 재추진을 검토하겠다”며 “유행 상황을 보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인 7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계절 독감화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정 청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미크론의 경우 계절 독감보다는 전파력이 높고 치명률도 2배 이상 높다”라며 “궁극적으로는 풍토병화되겠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메시지 혼선은 확진자 전망에서도 나타났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향후 확진자 발생 상황에 대해 “10만~20만명 (예측은) 아주 비관적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이라며 “정부와 같이 일하는 분들은 3만명 정도에서 정점을 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불과 11일 후 3만명대 확진자가 뚫렸다. 9일에는 5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폭증세다. 그러자 정은경 청장은 지난 7일 “2월 말경이면 국내 확진자가 13만~17만명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전망을 내놨다.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메시지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하고, 섣부른 낙관론 대신 현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자가 매주 배로 느는 상황이라 다음 주에는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면서 “위중증 환자가 늘고, 자칫 사회 필수기능까지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지금으로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위기 상황에선 행정가들은 말을 줄이고 방역 전문가인 정은경 청장 등의 역할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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