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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값 올리니 주가가 뛰네…포트폴리오에 인플레 담아라

중앙일보

입력

새해 벽두 커피부터 생필품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얇아지는 지갑에 소비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도 머리가 아프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지면 실적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로 인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들도 있다. 가격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는 곳이다. 인플레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을 가진 기업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인플레를 담는 전략이다.

가격 인상=실적 개선=주가 상승 

멕시칸 프랜차이즈 음식점 치폴레(Chipotle).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칸 프랜차이즈 음식점 치폴레(Chipotle).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가격 인상을 결정하거나 예고한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며 주가가 뛰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충격 속에도 제품 가격 인상이 매출 증가와 호실적을 견인하면서다.

대표적인 곳이 멕시칸 프렌차이즈 음식점 치폴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8% 급등했다. CNBC는 “치폴레가 메뉴 가격을 올렸지만,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꺾이지 않아 인플레 (충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치폴레는 올해 초 메뉴 가격을 6% 가까이 올렸지만, 판매는 올해 8.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타이슨푸드 주가가 전날보다 12.25% 뛰었다. 물가 오름세 속 타이슨푸드가 지난해 쇠고기 가격을 약 32% 인상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42% 늘어난 42억 9000만 달러(약 5조 원)에 달했다. 아무리 비싸도 고기는 포기 못 하는 소비자들 덕이다.

인플레에 따른 기업의 '가격 전가'는 주로 생필품에서 쉽게 이뤄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타이드 세제와 다우니 섬유유연제 등을 파는 프록터앤드갬블(P&G) 주가도 한 달 사이 12.1%나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오는 28일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결정을 발표한 영향이다.

최근 한 달 간 코카콜라(10.4%)와 맥도날드(3.8%) 주가도 모두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7.3%)과 S&P500(-9%) 등 주요 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선방한 모습이다. 지속해서 가격을 인상하면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로 생필품의 경우 가격을 올릴 명분이 생겼고, 그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전가로 주가 방어한 기업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격전가로 주가 방어한 기업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원료 가격 상승에도 제품값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은 고전 중이다. 대체육을 만드는 비욘드미트 주가는 올해 8.62% 떨어졌다. 인플레로 생산 비용이 늘었지만, 시장 특성상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한 탓에 비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자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 가지는 기업은 '독과점' '브랜드'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을 꼽기는 쉽지 않다. 같은 업종이라도 소비자의 선호도와 가격 민감도가 제각각이라서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독점적 지위 기업이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경우 가격 전가를 선택할 수 있다”며 "해외 기업으로는 애플과 코카콜라, 국내 기업 중에는 최근 시장 점유율을 높인 빙그레 등이 그런 예"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5년 동안 가격결정력이 높았던 10개 기업을 추려 인플레이션 시기를 이겨낼 주식으로 추천했다. 캘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의류업체 PVH와 나이키, 템퍼씰리, 콜게이트팜올리브, 존슨앤드존슨, 3M 등을 꼽았다. 정보통신 분야에선 클라우드 기반 인력관리솔루션 제공업체인 워크데이와 도메인 등록서비스 제공업체 베리사인이 명단에 올랐다.

대부분 일상생활이나 업무상 필수품이라 가격을 올려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물건을 파는 기업(콜게이트팜올리브, 3M, 워크데이)이거나 브랜드 경쟁력이 높은 회사(나이키, 템퍼)가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가격 결정력이 강한 기업은 제품의 수요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물가 상승기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추천한 '가격결정력' 높은 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골드만삭스가 추천한 '가격결정력' 높은 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음식료 이어 주류 가격 인상 기대에 상승 

국내 기업도 가격 인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신라면을 비롯한 라면값을 6.8% 인상한 농심의 주가는 지난 7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연초 대비 6.4% 상승했다. 제품 가격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올해 초 대리점 납품 빵 가격을 8.2%가량 올린 SPC 삼립의 주가도 연초 대비 10.7%가량 상승했다.

술의 원재료인 주정 가격과 소주병 뚜껑 가격이 상승하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등 주류 기업의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주류가격 인상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하이트 진로는 연초 대비 14%가량 올랐고, 롯데칠성은 20%가량 올랐다.

박소연 연구원은 “국내에서 기업의 가격 전가는 경쟁이 심한 수출 업체보다는 내수 기업 위주로 가능할 것”이라며 “식료품주와 시멘트와 같은 건축자재주, 불확실성이 있지만 대선 이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는 발전 공기업 등이 가격 전가가 가능한 업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격인상이 주가로 이어진 국내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격인상이 주가로 이어진 국내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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