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 "여성 대신 사람이란 말 쓰게 할것"…2030에 통합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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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9일 이대남과 이대녀를 아우르며 청년 민심 잡기에 나섰다. 남녀 갈등이 극심한 20·30세대와 관련,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남녀 갈라치기로 한쪽의 지지율을 올리기보단, 2030의 전반적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추적단 불꽃 활동가)과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디지털 성범죄 30%가 남성…남녀 아닌 인권 문제”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 참석해 “통계적으로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남성 피해자가 30%나 된다”며 “남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달라”고 말했다. 대담은 과거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박지현씨와 진행했다. 박씨는 지난달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 디지털 성범죄근절특별위 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 후보는 남녀 갈등에 대한 경계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라 고 하면 여성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일부에선 남녀 성 갈등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을 겨냥한 공약을 주로 발표해 온 윤 후보와 차별화를 하려는 것으로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ㆍ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윤 후보는 “성 착취와 무관한 동영상까지 검열ㆍ단속된다”는 부작용 사례를 소개하며 법 재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후보 역시 지난해 11월 이대남 공략을 위해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했던 적이 있었지만, 최근엔 기회가 될 때마다 “남녀 갈등을 부추겨서 표를 얻고 싶지 않다”(지난달 22일)는 말을 하고 있다.

대담 후 이어진 ‘디지털 성범죄 근절 명심 선언문’ 서명 퍼포먼스 도중 이 후보는 선언문 중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라고 쓰인 대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이런 말(여성)을 안 쓰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며 “여전히 성 불평등, 여성 피해가 크기에 지금은 ‘여성’이라고 쓰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사람’이라고 쓰는 시대를 우리가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여성 인기 많은 이낙연도 지원 사격…“제 모든 정성 모아 지지 호소”

전날 선대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위원장도 이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이 후보에 힘을 실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경선 당시 상대적으로 여성 지지를 많이 받았다. 선대위 측은 이 위원장의 지원으로 여성과 중도 그리고 호남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0209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 9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회의실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민주당과 저는 모든 역량과 정성을 모아 국민의 지지를 호소드린다”며 “그래서 3월 9일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많다”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당내 의원들을 향해서도 그는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안드레이 클릭 주한 러시아 대사의 예방을 받고 양국 관계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2022.02.09 김상선 기자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 참석해 “이재명 정부는 생명안전 파수꾼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대구 지하철 참사 19주기 추모 차원에서 열렸다. 이어 이 후보는 당사에서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 대사와 면담을 갖고 “러시아 당국이 한국 교민들과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