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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손녀뻘 추행하고도 태연하게 대화"…2심도 징역 3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21년 6월 29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21년 6월 29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직원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고법은 9일 오후 열린 오 전 부산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 형량이 부족하다’는 검사 측 주장과 ‘형량이 무겁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원고·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인 징역 3년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강제추행, 강제추행치상과 미수, 무고 등 4가지 혐의로 오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 “권력형 성범죄” 

부산고법은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오 전 시장의 여직원 강제추행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은 집무실에서 손녀뻘 여직원을 상대로 업무 수행 도중 갑작스럽게 (강제추행을) 저질렀다”며 “불필요한 신체접촉에 불과한 게 아니라 피해자에게 수치심 줄 수 있는 강제추행을 하고도 오 전 시장은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가며 범행을 저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직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며 “우발적 충동으로 했다면, 피고인 자신도 당황하고 피해자에게 미안한 감정 가졌을 것인데 그런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이 2020년 4월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라고 말한 것은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2차 가해 책임 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PTSD)에 시달린다는 여직원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검찰과 오 전 시장 측은 PTSD 등 정신적 피해를 치상죄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었다.

재판부는 “A씨는 이 범행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있다. (실제) 장애 진단까지 받게 됐다”며 “A씨는 사건 이후 언론의 접촉 시도나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등으로 2차 피해를 당했고, 이는 오 전 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 측이 주장한 ‘중대 상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대 상해는 치료 기간이 길고, 심한 장애나 위험한 부분 상해를 말하는데 A씨의 상해가 여기까지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1심 재판부와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21년 6월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21년 6월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계속 부정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19일 공판에서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인정했다. 그가 돌연 혐의를 인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읍소’로 재판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2020년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한 일이 알려지자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부산시청 여직원 B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B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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