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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특별기여자 울산살이 어쩌나...지역민 ‘반발’에 난관 부딪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산 동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프간 특별기여자 정착 반대 민원. [사진 울산 동구청]

울산 동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프간 특별기여자 정착 반대 민원. [사진 울산 동구청]

“지역민들과 사전 협의 없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 기여자들의 울산 동구 정착을 결정하다니요. 황당합니다.”

“아이들이 그들이 가진 종교·사상·문화를 아무것도 모른 채 흡수할까 우려됩니다.”

9일 현재 울산 동구청 민원게시판과 울산시청 홈페이지에 아프간 특별 기여자와 가족 157명의 정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이들의 정착 소식이 지역사회에 빠르게 퍼진 뒤다. 일부 주민은 ‘분산 거주’까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프간 특별 기여자 391명(79가구)이 탈레반 정권의 집권을 피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40.2%인 157명(29가구)이 울산에 남았다. 이들은 전남 여수에서 한국 정착 교육을 마친 뒤 지난 7일부터 동구 현대중공업 옛 사택(아파트)에 새 거처를 마련하고 정착을 위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의 울산행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취업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들 가구의 가장 29명이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등 여러 협력업체에 취업한 상태다. 업무를 위한 교육을 받은 후 곧바로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와중에 갑작스레 반발대상이 됐다.

동구청 측은 “지난달 27일 법무부에서 아프간 특별 기여자 정착을 통보하는 공문이 왔고, 설 연휴가 이어져 주민들과 협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최대한 주민들과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울산 동구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 [사진 현대중공업]

지난 7일 울산 동구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 [사진 현대중공업]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당장 울산교육청이 비상이 걸렸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아프간 특별 기여자 자녀가 포함된 학교 배정을 마무리해야 해서다. 자녀 중 64명이 학령기에 해당한다. 초등학생 25명을 비롯해 중학생 17명, 고등학생 22명이다. 근거리 배정원칙에 따라 이들은 거주지 인근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유아는 16명이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이슬람 문화를 배우게 할 수 없다”는 등의 혐오성 발언이 나온다. 지난 6일엔 20명의 학부모가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동구 서부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울산교육청은 “학부모의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학령기 아동에 대한 출신·국적과 관계없이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향후 이들이 배정될 해당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어 특별 기여자 정착 지원 취지와 학교 지원 방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부서별로 아프간 특별 기여자 자녀에 대한 교육과정과 한국어 교육, 인력 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아프간 특별 기여자 자녀의 학교 배치와 관련한 희망 사항을 듣고 이들의 학력 심의, 한국어 능력 검증 등을 거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설명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의 거센 항의 등이 예상된다.

물론 울산 지역사회에선 ‘지나친 혐오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아프간에 우리나라 평화 유지군이 갔을 때 목숨 걸고 도와준 특별 기여자들이다”,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울산시민연대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입학을 막아) 초등학생 친구들을 떨어뜨려 놓자는 참혹한 주장에 반성과 부끄러움을 가진다”며 “고향과 가족을 떠난 이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울산에서 시작하려는 이들을 환영한다”고 했다.

한편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이달 안으로 전국 각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지난 7일 전체 78가구(389명) 중 71가구(349명)가 취업 등으로 인천·울산·경기 김포 등에 정착했다. 나머지 7가구(40명)는 9일 시설에서 퇴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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