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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행복도 꼴찌…인생 3막은 '발룬티코노미스트' 삶 사세요 [더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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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80·끝) 

2021년이 마무리되어 가는 10월과 11월 두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 헌정사에서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빚었고 이제 다시는 기억의 페이지를 들추고 싶지 않은 두 대통령의 죽음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그들이 남긴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 알다시피 오랜 친구이자 정권찬탈의 동지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한달여 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하게 된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노 전 대통령은 권력 찬탈의 계기가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인 10월 26일에 세상을 떠났고, 또 한 사람은 정권찬탈과정에서 지었던 과오를 뉘우친다며 백담사로 들었던 그날인 11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내 생각으로는, 우연치고는 필연에 더 가까운 종말이다. 어떤 필연일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온다는 속담대로 그 콩과 팥이 나만 잘살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적 사고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 이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모태신앙을 갖고 있는 내가 자주 강조하는 얘기, 벌을 받더라도 가끔 신의 존재를 의심할 때가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것과 이 세상에 ‘거저’는 없다는 사실만은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세상에 거저, 자연적으로 되는 게 어디 있는가? 두 전직 대통령의 암울한 말로는 나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소아적 이기주의) 생각과 행동이 낳은 필연적 결과다.

한라산 위로 떠 오른 태양. 새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기원해 본다. [사진 한익종]

한라산 위로 떠 오른 태양. 새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기원해 본다. [사진 한익종]

오래전에 나쁜 놈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나쁜 놈의 어원은 ‘나 뿐인 놈’ 아니었나 싶다. 나만의, 내 가족만의 이익을 위해서는 못된 일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나쁜 놈이다. 선의 결과는 선이고 악의 결과는 악이다. 이를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을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무모한 짓을 인간은 왜 반복할까? 자기합리화 증후군에 빠진 고양이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나는 괜찮다’, ‘나는 아니다’는 고양이 심리. 그래서 제임스F 웰스는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고 개탄했나 보다.

자본주의의 미래 저자 폴 콜리어는 자본주의의 성공사례로 꼽히던 한국이 이젠 낮은 출산율, 포퓰리즘정책의 득세,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갈등 등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병폐와 자본주의의 고장이라는 사례의 대표적 국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류사회학자인 조한혜정 선생은 ‘선망국(先亡國)’이란 표현을 들어 오늘의 우리를 경고한 바 있다. 기업, 사회, 국가라는 공동체 이익을 위해 함께 했던 ‘이타’라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사회 구성원 저마다 나만의 이익을 (우리끼리) 추구하는 개인이기주의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암울한 미래는 이렇게 세계적 석학들이 우려 깊은 시선을 보내고 사회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는 사고 때문이다. 그러나 명심하자. 순망치한이다. 이웃이, 사회가, 국가의 한 축이 무너지면 나 또한 무너진다는 사실을. 여기서 우리는 ‘이타가 곧 이기’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어딘가?

얼마 전 ‘세계 가치조사’가 실시됐는데. 그 결과가 우리나라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해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다. 세계 80개국의 성인들에게 11가지의 가치를 제시한 후 후손들에게 가르쳤으면 하는 5가지의 가치를 골라보게 한 결과, 이타심을 가르쳐야 한다는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것이다. 행복도 조사에서 ‘어려울 때 찾아갈 만한 지인이 있는가?’라는 조사에서도 우리나라가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세대에게 환경의 중요성, 창의적 삶에 대해 설명하는 필자. 은퇴후 삶은 발룬티코노미스트적(봉사,경제활동) 삶이 필요하다. [사진 한익종]

미래세대에게 환경의 중요성, 창의적 삶에 대해 설명하는 필자. 은퇴후 삶은 발룬티코노미스트적(봉사,경제활동) 삶이 필요하다. [사진 한익종]

베이비 부머 세대를 ‘오팔세대’라고도 한다. 보석 오팔은 수많은 균열을 통과한 빛이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를 칭송(?)하는 의미로 쓰인다. 이대로 우리 세대가 끝난다고 가정하면 나는 오팔은커녕 인류 역사상 후손들로부터 가장 ‘비난받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큰 이유는 나만 잘살겠다고 똘똘 뭉쳤고, 그 결과 후손들에게 이기주의적 가치관을 건네줌으로써 개인적 불행은 물론 환경파괴, 사회적 병폐의 양산 등 치유할 수 없는 미래를 남겨주는 세대로 남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기회는 있다.

니체는 삶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와 같은 삶이라 은유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에 빗대 인생을 3막이라 말한 바 있다. 인생3막은 인생1, 2막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인생3막은 인생2막인 직장생활의 투쟁적이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삶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인생2막과 다른 삶은 ‘함께’이며 함께의 기본은 ‘이타를 통한 이기의 달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발룬티코노미스트(봉사+경제활동)’의 삶을 제안한다.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의 연재 마지막 글을 ‘인생3막은 발룬티코노 미스트의 삶이다’로 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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