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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투자, 이젠 냉정을 찾을 때” [박동흠 회계사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2.09 07:00

앤츠랩이 1주년을 맞아 약간의 변신을 시작합니다. 흥미 있는 인터뷰를 많이 담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요. 첫번째 주인공은 박동흠 회계사입니다. 공모주 투자 좀 해봤다는 분들은 아마 이 분의 블로그(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를 한 번쯤 다녀가셨을 겁니다.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에 양질의 투자정보 사이트로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즉, 염블리도 인정한 전문가란 얘기! 5일 서울 목동에 있는 박 회계사의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를 직접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IPO. 셔터스톡

IPO. 셔터스톡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때 40주를 받으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네요.
"갑자기 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이 대답을^^ 저도 다른 분들처럼 ‘영끌’해서 증거금 마련한 거죠."
바로 파셨어요?
"네. 상장하는 날 곧바로. 분위기는 따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했지만, 시가총액이 180조원이니 과하다고 봤어요. 국내 수급여건을 봐도 쉽지 않았죠. 기업가치 100조원~110조원 정도가 대체적인 시각이니 그 정도 가격에서 대응을 한 거죠."
박동흠 회계사. 장원석 기자

박동흠 회계사. 장원석 기자

케이옥션의 흥행 성공, 현대엔지니어링 흥행 실패를 미리 내다본 것도 화제였어요.
"케이옥션의 경우 밸류상 큰 부담이 없었고, 락업(의무보유확약) 물량도 많은 편이라 괜찮을 거라 판단한 거고요. 현대엔지니어링은 제 생각이 아니어도 좀 이상하긴 했잖아요?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구주매출이 75%나 되는데 상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대부분 기존 주주의 몫이 된다는 거잖아요. ‘앞으로 이렇게 성장할게요!’ 하는 시그널을 주지 못한 거죠. 같은 방식이면 다시 상장에 도전해도 어렵지 않을까요."
수없이 들은 질문일 텐데 공모주를 볼 때 특히 어떤 지표를 보세요?
“다 보죠. 제가 공모주 투자를 한 지 16년 정도 됐는데 아마 그사이 상장한 종목의 투자설명서는 다 읽어봤을 거예요. 물론 핵심 포인트는 있죠. 일단 기관 수요예측이 중요하죠. 전문가 집단의 판단이 항상 맞는 건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로선 참고할 만한 지점이죠. 사실 현대엔지니어링도 수요 예측 벽을 넘지 못한 거니까요. 공모가를 산정할 때 비교한 기업군도 잘 살펴야죠.”
그러고 보니 크래프톤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도 맞았네요.
“배틀그라운드가 잘 팔리는 게임이긴 해도 디즈니 같은 회사와 비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죠. 논란 끝에 가격을 재산정했지만 그래도 비싸다고 봤어요.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는 가급적이면 고객(상장사)이 유리한 쪽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으니까 투자자가 냉정하게 따져봐야겠죠.”

*크래프톤은 올해 1월 주가가 40%가량 하락. 현재까지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뉴스1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뉴스1

유통 물량의 중요성도 강조하시는데.
“아무래도 상장 당일 물량이 덜 풀리는 게 낫죠. 대량 매물 때문에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대략 전체 발행주식 수의 20% 안쪽이면 괜찮다고 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9% 정도였으니 그만큼 매력이 더 있었던 거죠. 같은 취지에서 기관의 락업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도 잘 살펴야죠.”
상장하는 날 팔아야 하는지도 많은 투자자의 고민거리인데요.
“가격에 달린 거죠. 본인이 나름대로 평가한 적정 가치에 도달했다면 과감히 매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반대로 공모가가 싼 편인데 성장성까지 있다면 팔 이유가 없죠. 그건 이미 공모주가 아닌 성장주를 산 거니까 장기간 투자할 가치가 있겠죠.”

*실제로 박 회계사가 가장 성공한 공모주 투자 사례로 꼽는 건 한국항공우주. 2011년 상장 이후 약 4년 간 보유했는데 5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공모주 열풍이 이어질 거로 보세요.
“LG에너지솔루션이 약간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2020년~2021년 같은 분위기를 다시 기대하긴 힘들어 보여요. 사실 광풍에 가까웠죠. 당연히 ‘공모주=따상’ 기대도 거두고 냉정함을 좀 찾아야 합니다. 물론 공부하긴 좋은 때죠. 열기가 식든 안 식든 공모주는 괜찮은 투자법 중 하나니까 꾸준히 관심은 가져야겠죠.”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 컬리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 컬리

그래도 하반기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이 있다면요.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 때문에 IPO를 미룬 전력이 있는데 최근 유가를 보면 때는 잘 맞춘 것 같네요. SSG닷컴도 상장을 준비 중인데 오프라인(이마트)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종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컬리나 쏘카에 관심 갖는 분도 많죠. 그동안 받은 투자를 고려하면 꽤 높은 가격으로 엑시트를 해야 할 텐데 가격 산정이 관건이겠죠.”
올해 증시는 어떨 거로 보세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따라다닐 테니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죠. 금리 인상이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요. 장사를 잘해도 이익이 줄어들 거니까 주가 상승 명분이 좀 약한 건 사실입니다. 좁혀 들어가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이익이 많이 늘어날 업종이 어딜까 살펴보고 있는데요. 구조적인 변화(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 급증)와 맞물려 있는 조선업은 당분간 흐름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선업 중 박 회계사의 TOP PICK은 현대미포조선. 그의 보유 종목 중 비중이 가장 큰 건 CJ제일제당.

박동흠 회계사. 장원석 기자

박동흠 회계사. 장원석 기자

해외 주식은 안 하세요?
“요즘 미국 주식을 아주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어요.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미국이 맞겠구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기업 규모가 워낙 크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투자를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왜 그런가요?
“비싸잖아요. 요즘 기술주 중심으로 낙폭이 큰데 이럴 땐 그냥 쉬는 것도 투자죠. 굳이 골라본다면 실적은 계속 우상향인데 그나마 덜 오른 알파벳 정도가 눈에 띄네요.”

이 기사는 2월 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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