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이 1주년을 맞아 약간의 변신을 시작합니다. 흥미 있는 인터뷰를 많이 담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요. 첫번째 주인공은 박동흠 회계사입니다. 공모주 투자 좀 해봤다는 분들은 아마 이 분의 블로그(박회계사의 투자이야기)를 한 번쯤 다녀가셨을 겁니다.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에 양질의 투자정보 사이트로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즉, 염블리도 인정한 전문가란 얘기! 5일 서울 목동에 있는 박 회계사의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를 직접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때 40주를 받으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네요.
- "갑자기 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이 대답을^^ 저도 다른 분들처럼 ‘영끌’해서 증거금 마련한 거죠."
- 바로 파셨어요?
- "네. 상장하는 날 곧바로. 분위기는 따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했지만, 시가총액이 180조원이니 과하다고 봤어요. 국내 수급여건을 봐도 쉽지 않았죠. 기업가치 100조원~110조원 정도가 대체적인 시각이니 그 정도 가격에서 대응을 한 거죠."
- 케이옥션의 흥행 성공, 현대엔지니어링 흥행 실패를 미리 내다본 것도 화제였어요.
- "케이옥션의 경우 밸류상 큰 부담이 없었고, 락업(의무보유확약) 물량도 많은 편이라 괜찮을 거라 판단한 거고요. 현대엔지니어링은 제 생각이 아니어도 좀 이상하긴 했잖아요?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구주매출이 75%나 되는데 상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대부분 기존 주주의 몫이 된다는 거잖아요. ‘앞으로 이렇게 성장할게요!’ 하는 시그널을 주지 못한 거죠. 같은 방식이면 다시 상장에 도전해도 어렵지 않을까요."
- 수없이 들은 질문일 텐데 공모주를 볼 때 특히 어떤 지표를 보세요?
- “다 보죠. 제가 공모주 투자를 한 지 16년 정도 됐는데 아마 그사이 상장한 종목의 투자설명서는 다 읽어봤을 거예요. 물론 핵심 포인트는 있죠. 일단 기관 수요예측이 중요하죠. 전문가 집단의 판단이 항상 맞는 건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로선 참고할 만한 지점이죠. 사실 현대엔지니어링도 수요 예측 벽을 넘지 못한 거니까요. 공모가를 산정할 때 비교한 기업군도 잘 살펴야죠.”
- 그러고 보니 크래프톤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도 맞았네요.
- “배틀그라운드가 잘 팔리는 게임이긴 해도 디즈니 같은 회사와 비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죠. 논란 끝에 가격을 재산정했지만 그래도 비싸다고 봤어요.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는 가급적이면 고객(상장사)이 유리한 쪽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으니까 투자자가 냉정하게 따져봐야겠죠.”
*크래프톤은 올해 1월 주가가 40%가량 하락. 현재까지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
- 유통 물량의 중요성도 강조하시는데.
- “아무래도 상장 당일 물량이 덜 풀리는 게 낫죠. 대량 매물 때문에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대략 전체 발행주식 수의 20% 안쪽이면 괜찮다고 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9% 정도였으니 그만큼 매력이 더 있었던 거죠. 같은 취지에서 기관의 락업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도 잘 살펴야죠.”
- 상장하는 날 팔아야 하는지도 많은 투자자의 고민거리인데요.
- “가격에 달린 거죠. 본인이 나름대로 평가한 적정 가치에 도달했다면 과감히 매도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반대로 공모가가 싼 편인데 성장성까지 있다면 팔 이유가 없죠. 그건 이미 공모주가 아닌 성장주를 산 거니까 장기간 투자할 가치가 있겠죠.”
*실제로 박 회계사가 가장 성공한 공모주 투자 사례로 꼽는 건 한국항공우주. 2011년 상장 이후 약 4년 간 보유했는데 5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 공모주 열풍이 이어질 거로 보세요.
- “LG에너지솔루션이 약간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2020년~2021년 같은 분위기를 다시 기대하긴 힘들어 보여요. 사실 광풍에 가까웠죠. 당연히 ‘공모주=따상’ 기대도 거두고 냉정함을 좀 찾아야 합니다. 물론 공부하긴 좋은 때죠. 열기가 식든 안 식든 공모주는 괜찮은 투자법 중 하나니까 꾸준히 관심은 가져야겠죠.”
- 그래도 하반기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이 있다면요.
-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하락 때문에 IPO를 미룬 전력이 있는데 최근 유가를 보면 때는 잘 맞춘 것 같네요. SSG닷컴도 상장을 준비 중인데 오프라인(이마트)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종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컬리나 쏘카에 관심 갖는 분도 많죠. 그동안 받은 투자를 고려하면 꽤 높은 가격으로 엑시트를 해야 할 텐데 가격 산정이 관건이겠죠.”
- 올해 증시는 어떨 거로 보세요?
-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따라다닐 테니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죠. 금리 인상이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요. 장사를 잘해도 이익이 줄어들 거니까 주가 상승 명분이 좀 약한 건 사실입니다. 좁혀 들어가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 이익이 많이 늘어날 업종이 어딜까 살펴보고 있는데요. 구조적인 변화(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 급증)와 맞물려 있는 조선업은 당분간 흐름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선업 중 박 회계사의 TOP PICK은 현대미포조선. 그의 보유 종목 중 비중이 가장 큰 건 CJ제일제당.
- 해외 주식은 안 하세요?
- “요즘 미국 주식을 아주 흥미롭게 들여다보고 있어요.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미국이 맞겠구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기업 규모가 워낙 크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투자를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 왜 그런가요?
- “비싸잖아요. 요즘 기술주 중심으로 낙폭이 큰데 이럴 땐 그냥 쉬는 것도 투자죠. 굳이 골라본다면 실적은 계속 우상향인데 그나마 덜 오른 알파벳 정도가 눈에 띄네요.”
이 기사는 2월 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