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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도 턴 공수처, 이래서였나…"국민의힘 갤러리서 활동"

중앙일보

입력

1월 26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26일 오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 조회를 통한 불법사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와 연관이 없고, 그 어떤 고위공직자와 접점도 없다는 고등학생의 신상 정보까지 캔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해 10월 13일 한 통신사를 통해 가입자인 고등학생 A(18)군의 통신자료(고객명, 주민등록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를 조회했다.

A군 “고위공직자, 기자 연락한 적 없는데 왜 날 조회했나”

A군은 “알고 지내는 고위공직자도 없고 특정한 고위공직자와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어떤 방식으로도 연락한 적 없는데 왜 내 신상 정보를 공수처가 조회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고위공직자와 연관성이라고는 아버지가 LH(한국주택토지공사)에 다니시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LH 임·직원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앞서 공수처는 한동훈 검사장 부부와 고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도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한 검사장은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피의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A군은 이런 연관성도 없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된 참고인의 통신사실확인자료(전화통화·카카오톡 상대방 내역 등)를 조회한 뒤 참고인 주변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과정에서 A군의 통신 자료를 캤을 가능성은 있다.

이미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이성윤 서울고검장 에스코트 조사’ 관련 CCTV 영상을 보도한 TV조선 기자, 이성윤 검사장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에 대해 성명불상 검찰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공범 관계로 보고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조회한 뒤, 기자들의 가족 등 주변인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군은 “기자 등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며 “왜 내 신상정보를 조회했는지 짐작 가는 부분도 없어 답답하다”라고 밝혔다.

A군에 대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내역. 중앙포토

A군에 대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내역. 중앙포토

야당사찰 일환으로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게시판 털었나

다만 A군은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알려진 ‘디시인사이드’ 회원으로서 국민의힘 갤러리(게시판)에서 수차례 글을 남기는 등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야당인 국민의힘 관련 동향을 살피는 과정에서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를 들여다봤고 그곳에서 활동해온 A군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이 나온다.

앞서 공수처는 국민의힘 의원 93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 윤 후보 팬클럽인 네이버 카페 ‘22C 대한민국과 윤석열’의 가정주부 회원 6명 이상, 오세훈 서울시장,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상일 전 의원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A군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유에 대해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통신조회 대상은 전방위적이다. A군과 한동훈 부원장 가족, 국민의힘 관련 인사뿐만 아니라 30여 개 언론사의 기자 180여 명과 가족 10명가량,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원 20여 명,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검사 등 총 350여 명을 대상으로 470여 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집계된다. 공수처 내부인인 여운국 차장, 자문위원, 인사위원 등도 통신조회 대상에 포함됐다.

‘사찰 논란’에 대한 법적 대응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등의 공수처에 대한 고발장이 쌓이는 중이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지난달 28일 통신자료 조회의 근거 법령인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대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번 주 중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현재까지 추상적으로 유감 표명만 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적정한 수사가 아닐 순 있지만, 적법했다”라면서다. 다만 지난 3일 출범 이래 처음으로 수사자문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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