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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핀란드화하자" 마크롱 해법…문제는 푸틴 말고 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책으로 ‘핀란드화(Finlandization)’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를 중립지대화하자는 단순한 표현 대신 핀란드를 콕 집어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1340㎞ 맞댄 북유럽 국가다. 1809년부터 1917년까지 108년간 러시아제국 지배 하에 있다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때 독립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의 침공을 받아 겨울전쟁(1939~40), 계속전쟁(1941~45)을 치르며 국토가 초토화됐다.

핀란드는 이 시기 러시아의 지배·침공 역사를 교훈삼아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며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2차 대전 종전 후 소련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소련을 위협하는 어느 국가에도 핀란드 영토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공개 약속까지 했다.

러시아와 국경 맞댄 핀란드·우크라이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와 국경 맞댄 핀란드·우크라이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냉전 시기에 서방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핀란드는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나토와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PfP)’ 체결(1994), 유럽연합(EU) 가입(1995), 유로화 채택(2002) 등 미국 및 유럽 각국과 양자 협력 관계를 확대했지만 나토 불가입 정책은 철저히 지켰다. 모두 ‘소련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서다.

핀란드화는 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국제정치학 용어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친러 성향은 유지하면서 서방과는 경제적 교류를 하고, 양측으로부터 주권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방식이 핀란드화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해석에 따라 약소국이 인접한 강대국의 눈치를 알아서 살피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자국의 국익을 미리미리 양보한다는 의미가 담길 수 있다.

핀란드의 중립국 노선에도 변동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가 영토 팽창 야욕을 보일 때면 핀란드 역시 어김없이 서방으로 한발씩 밀착해왔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나토의 안보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감이 고조되자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나토 가입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핀란드는 어떤 나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핀란드는 어떤 나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가 마크롱의 구상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쉽게 말하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허용하되, 나토 가입은 막는 것”이라며 “러시아와 서방 간의 솔루션은 되겠으나, 우크라이나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과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강대국의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우크라의 핵무기 폐지)에 서명했다 러시아에게 크림반도를 뺏긴 기억이 있는 우크라이나는 핀란드화에 앞서 나토 가입 수준에 준하는 법적·실효적 안전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승 원장은 “의미있는 메시지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에 대한 전통이 뚜렷하고 정치 지도자의 청렴도가 높은 핀란드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지도층의 부패, 러시아의 강한 영향권으로 중립국 노선을 걷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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