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칸 타임뱅크 창립자가 타계하셨다네.”
지난달 24일, 4년 전 그를 취재했던 기자가 전해온 문자 메시지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2018년 취재 기록을 찾아봤다.
‘이웃을 위해 1시간 일하면 1 크레딧(신용점수)을 쌓는다.
그 크레딧만큼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에는 차별을 두지 않고,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숙달된 의사든, 코흘리개 꼬마든 1시간 노동은 동일한 값어치다.
이는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완하는 ‘제2의 경제’다.
돈보다 사랑·헌신·우애·돌봄·양육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주목한다.
어린이·노인·장애인·소수인종 등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다.’
그날 그가 들려준 건 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타임뱅크 개념이
현실에서 가능할지 의구심도 들었다.
그는 미심쩍어하는 기자에게
“실제 혈액은행과 흡사하다”고 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그가 이러한
사회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뭘까?
“젊은 변호사 시절부터 흑인·인디언 등의
인권신장·빈곤퇴치를 위해 일했죠.
그러다 몸에 탈이 났어요.
심장의 60%가 망가졌죠.
그때 저를 돌보는 간호사·자원봉사자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들은 나를 위해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무엇을 했어요.
그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에 착안했어요.”
이는 경제적 이익을 따지는
경제학자 입장에선 고개를 가로저을 이야기다.
그렇지만 ‘돈만 아니라 자원봉사의 정신적인
성취감도 이익이 된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생각을 실현하는 곳이 있다.
김요나단 신부가 운영하는 경북 구미시 ‘사랑 고리’다.
여기서는 봉사 혹은 노동 1시간당
‘사랑 고리’ 증표를 한 개씩 나눠준다.
‘사랑 고리’가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실제 40개 국가에
1700여 개 타임뱅크가 운영 중이다.
‘쓸모없는 사람은 없으며 사람의 가치는 같다’며
시간 나눔을 실천한 에드거 칸 박사,
오늘의 시간에 그는 없지만,
그가 남긴 나눔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