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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후보 측 어설픈 해명이 논란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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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신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열린 전국자영업자·소상공인단체 대표단 긴급간담회에 앞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방신전통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열린 전국자영업자·소상공인단체 대표단 긴급간담회에 앞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남의 군 병원 장기입원 특혜설 나와

제보자 겁박 안 돼 … 사실 밝혀야 수습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와 부인 김혜경씨의 부당·불법 지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제보자나 언론을 압박하려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건 잘못이다.

경기도청의 5급 공무원인 배모씨가 별정직 7급 A씨에게 김씨 관련 사적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 후보 부부가 사과한 일이 있다. 김씨가 2일 “저의 불찰”, 이 후보가 3일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살피지 못했고,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차단하지 못했다”란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두 사람은 그러나 배씨의 행위일 뿐,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란 기조다.

하지만 제보자 A씨의 진술은 사뭇 다르다.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자택 냉장고와 옷장 정리, 법인카드로 소고기 구입 등의 논란이 친인척 명절 선물 배달, 제수 음식 마련은 물론 김씨의 관용차 이용 의혹으로 번져갔다.

이 후보 장남 이모씨의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기입원도 납득하기 어렵다. 장남 이씨가 군 복무 중 2014년 7월부터 52일간 자택 인근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는데, 소속 부대가 이씨의 입원 한 달이 지나서야 상급 부대에 인사명령서 발급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을 때다. 교육사령부는 결국 인사명령서를 보내주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내가 공군에서 장교 생활을 했는데, 인사명령 없이는 뭘 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던 말에서 드러나듯 군에서 상상 불가한 일이 벌어졌다.

이 후보나 민주당은 진위를 명백히 밝히는 대신 ‘어설픈 해명’으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 또 제보 의도를  따지면서 프레임을 바꾸려 했다. 현 대변인의 “부당한 일을 시킨다고 해도 본인을 취직시켜 준 사람과의 대화를 무턱대고 녹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사적 대화를 공개할 때엔 대대적으로 반색한 민주당이 아닌가. 더욱이 A씨는 불법부당한 지시를 받은 피해자다. A씨에게 2차 피해를 가한 셈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언론을 향해 “오보로 판명될 때 보도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겁박한 것도 문제다. 이런 와중에 SBS라디오 PD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란 가사의 노래를 틀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민주당의 항의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항의는 정당한 권한”이라고 주장했던데 과거 박근혜 정부의 홍보수석이 방송에 항의했다가 처벌된 걸 잊어선 안 된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선 정공법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잘못한 게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